지난 7일 애스커가 1차 CBT(비공개 테스트)로 유저들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사전 발표회를 다녀왔던 기자로서는 두 번째 만남이었지만, 지난 발표회에서는 정말 짧은 시간밖에 즐겨 보지 못했기에 이번 CBT가 유독 기대됐다.
MORPG 쪽에는 이미 걸출한 형님작들이 많다. 갓 공개된 애스커가 그간 쌓인 피드백이 일가를 이룬 여타 게임들에 비해 비교 우위에 서기 힘들거라는 것은 기자도 알고, 유저도 알고, 개발자들도 알고 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스커의 첫 인상은 '아, 이거 보스 잡을 맛 나네~' 였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약 4일 간. 1차 CBT 짧은 만남을 준비한 네오위즈게임즈 야심찬 신작 액션 RPG '애스커'가 액션 게임이라면 질리지도 않고 해온 기자에게서의 첫 인상은 그러했다.
◆ 터프, 섹시, 큐트! 적어도 있을 것 다 있는 3종 캐릭터
1차 CBT에 공개된 직업은 총 3개, 남녀 성별을 따로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캐릭터 볼륨은 적은 편이라 하겠다. 그래도 3개 직업의 콘셉트는 확실했다.
쌍검과 회피, 민첩함을 자랑하는 어쌔신, 양손무기로 묵직한 파워를 짐작케 하는 검투사, 어린 아이의 일면에 거대한 망치를 들고, 마법을 혼용하는 배틀메이지까지. 외형적으로나, 직업 콘셉트로나 여러 취향을 겨냥했고, 또 만족시킬만 했다.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감수하면서 넓은 범위를 손쉽게 쓸어담고, 날려 버리고 싶다면 검투사만한 직업이 없다. 조작도 쉽고, 가장 넓은 공격 판정을 가지고 있어 액션 게임 초보가 하기에 알맞으며, 고수라면 공방 모두에 능한 만능 직업이 되기에 좋다.
치고 빠지기와 순간적인 공격 집중, 스피디한 액션감에는 어쌔신이 제격이다. 공격이 빠르기도 빠르고, 이동거리가 길어 공격이 곧 회피고, 회피하면서 바로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이 강점이다.
양손 해머로 묵직한 평타를 가졌지만, 본질은 마법 사용에 있는 배틀 메이지는 only 마법, only 망치만으로는 플레이가 힘들기 때문에 입문 난이도는 있지만, 익숙해지면 누구보다도 쉽게 보스전에 임하며 딜로스 없이 확실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강력한 직업. 단, 논타겟이지만, 조준점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애스커인지라 마법의 방향을 감으로 계측하여야 한다는 점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다소 수위가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각 캐릭터 외형을 십분 만족시키는 직업 의상들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 쉽고 빠른 캐릭터 성장 및 직관적인 스킬, 그리고 장비
먼저 MORPG의 진행 구도를 생각해보자. 던전 입장 전, 다수의 퀘스트를 우르르 받고, 던전에 입장하여 해당 퀘스트를 모두 완료를 하게 된다. 던전에서의 사냥 경험치와 클리어 경험치, 그리고 퀘스트 완료 경험치까지 모두 받으면 캐릭터가 어느 정도 성장을 하게 된다.
이러한 구도는 매우 충실하다. 퀘스트를 빼놓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최소한 1레벨 성장은 보장한다. 1차 CBT에 공개된 팍스랜드와 넥스랜드에서는 한 던전에 대한 반복성도 최대한으로 배제했다. 만약 난이도 제한(1차 CBT에서는 보통 난이도만 공개)이 더 풀린다면 퀘스트가 추가되면서 같은 던전에 진입하도록 안내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버전에서는 너무 1~2회용으로만 쓰고 버리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진행이 빨랐다.
▲ 하나의 던전에서 수행 가능한 부담없는 퀘스트가 주어진다.
캐릭터는 성장에 따라 스킬 포인트를 얻는다. 스킬을 배우는 데는 캐릭터의 레벨만 필요하여 모든 스킬을 배우고 사용할 수는 있지만, 해당 스킬을 강화하는 것에는 선택이 필요하다. 스킬을 배우고 나면 각 스킬마다 강화 가능한 요소가 공개되고, 여기에 스킬 포인트를 투자함으로써 효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범위를 넓힌다거나 공격력을 올린다거나, 여러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성장이 차곡차곡 쌓이는 만큼 새로운 스킬을 익히는 텀도 알맞다. 꼭 새로운 스킬이 아니더라도 스킬 포인트를 통해 조금씩 강화해나가는 재미도 있다. 다만, 스킬 포인트는 액티브와 패시브 모두에 투자해야 하므로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장비는 단계별로 업그레이드되는 가운데 접두사가 붙어 특정 수치에 특화한 랜덤한 옵션이 붙는다. 자신이 원하는 스탯, 그리고 더 높은 수치를 위해 파밍할 요소가 있다는 것. 또한, 장비 단계에 따라 부위별로 바뀌는 코스튬을 체크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단지, 단계별로 세트가 있다보니 이따금 하위단계, 상위단계에서 좋은 옵션의 방어구가 떨어졌을 때, 세트 코스튬이 깨지는 단점이 있다 하겠지만, 이 역시도 코스튬 전용 복식이 존재하여 어느 정도 무마될 것으로 보인다.
◆ 정말 마녀 아닌 거 맞나요? 개성 10 점 공감은 글쎄? 스토리텔링
일단 출신이 어떻든 세 주인공은 모두 마녀 화형장에서 화형 당하기 직전, 교황의 직속 비밀 집단 '블랙쉽'에 의해 구출받으면서 시작한다. 처음에는 마녀가 아니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내몰리게 된 배후를 캐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블랙쉽'에 동조하게 되면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플레이 중간 중간 주요 스토리 진행에 양피지와 책자 형태로 팝업, 강조되어 나타난다. 지나치게 서사적인 부분이 있지만, 중심 골자가 되는 사건사고를 다잡아볼 수 있어 매력적인 구성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넬로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을 해결하고, 주요 NPC들과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조금씩 '블랙쉽'의 일원으로써 성장을 하게 된다.
까마귀 전서구로 언제 어디서라도 시작되는 '블랙쉽'의 자체 의뢰와 NPC들이 그때그때 할애하는 퀘스트들을 통해 점차 스토리 진행을 하게 되는 것. 무엇보다 애스커의 특징은 주인공 캐릭터가 각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에 있다.
문제는 NPC들의 대사나 앞으로의 상황은 일률적인데 비해 주인공은 각자 설정에 맞는 행동을 하다보니 지나치게 붕 뜬 대사들을 하고 만다는 데 있다. 사사건건 귀족 타령을 하면서 비아냥대는 배틀메이지나 우크킬리 신 타령하면서 외곬수 기질을 보이는 검투사나 자기 주관이 너무 뚜렷하다보니 이용자가 감정을 이입할 요소가 적을 수밖에 없는 것.
▲ 어차피 똑같은 진행 앞에서 개성도 좋지만, 지나치진 말자
분명 성우들의 연기는 출중한데 왜 손발이 오그라들까- 에 대한 것은 분명 흔히 일상 대화, 독백에 쓰이지 않는 문어체로 이루어진 대사다. 이유없이 무조건적인 부탁을 들어주는 일반적인 온라인게임에서의 주인공에 비하면 NPC와 투닥거리는 주인공이 조금 더 개성이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사 처리는 조금 더 매끄럽게 바꾸는 것이 어떨까 싶은 부분이었다.
◆ 플레이타임부터 몬스터 분포, 오브젝트까지! 던전 구성
모든 MORPG가 그렇지만, 애스커의 던전 구간은 보스 몬스터까지 가는 잔몹 처리 구간과 보스 몬스터와의 결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애스커의 던전은 보스방까지의 구성이 너무 긴 동선을 넣지 않고, 다양한 변화를 주어 지나치게 반복되게 처리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조금씩 등장하는 잔몹을 처리하는 맵이 있는가 하면 이동은 많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몬스터들을 끊임없이 처리하다가 보스를 맞이하는 맵도 존재한다.
이 같은 구성력은 보스방에서도 빛났다. 넓은 공터에서 거대한 적과 싸우는가 하면 비교적 좁은 경기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공간도 존재한다. 특히, 보스의 위압감에 대해서는 입모아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 다만, 보스의 단조로운 패턴은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보스는 약 4~5가지의 패턴을 가지고 이를 상황에 따라 순서대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오히려 강제로 특정 행동을 하게 만들고, 그 빈틈을 이용해 공격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각 오브젝트들이 그렇게까지 전략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던 점도 단점 중 하나다. 일부 강제 컷신을 통해 '쓰면 좋다' 수준으로 알려주는 상황을 제외하면 사실 그냥 두들겨 패는 것이 더 속편한 일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물건을 들어올리고 집어 던지는 모션이 너무 느려서 유용하지 못했다.
물론 1차 CBT에서 공개된 모든 던전이 '보통' 난이도만 공개된 상태라 이것만으로 애스커의 던전 구성이 모두 드러났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달리 변화의 모습을 기대해볼 필요가 있다.
▲ 어마어마한 크기의 거대 몬스터와 공성 골렘까지 등장한다.
◆ 때리고 부수고 피하고, 손에 착착 달라 붙는 조작감과 액션
애스커의 액션은 육중한 한방, 한방보다 스피디한 액션으로 범위 내 적을 '날려버리는' 형태가 더 비중있게 다뤄졌다. 평타로 깔끔하게 잡으려 하기보다 확실하게 스킬을 사용해 처리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구조다. 다행히 모든 스킬이 연계가 깔끔하게 이어진다.
액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적의 공격을 예측하고, 혹은 보고 피하고, 반격하는 플레이가 얼마나 긴박감이 넘치는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런 부분이 가능하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정도 거리, 내 위치에 따라 몬스터의 다음 공격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되고, 이것을 아슬아슬 타이밍 맞춰 피하면서 바로 반격을 가하는 것도 가능하고, 아예 안전하게 멀리 물러난 다음 확실한 피해를 주고 다시 거리를 벌리는 것도 가능하다. 더 고수라면, 몬스터의 공격 모션에 담긴 히트 박스를 예측하고 굳이 회피기가 아니라 공격 모션에서 발생하는 이동거리만으로도 피격 판정을 피하면서 딜로스를 줄일 수도 있다.
▲ 빙글 빙글 돌며 이동하는 스킬로 회피를 겸할수도 있다.
던전이 어렵다는 평이 있지만, 스킬을 펑펑 쓸 수 있는 애스커에서 괜히 많은 적 한번에 일망타진할 생각 버리고, 요주의 몬스터부터 차곡차곡 쓸어담는다면 문제될 구간은 없었다. 보스 몬스터 역시 마찬가지. 모든 보스 몬스터는 슈퍼아머가 존재하고, 전 방향 공격기가 존재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계속 붙어서 때리고자 욕심 내지만 않는다면 파훼 가능한 패턴을 갖고 있다.
▲ 회피 후 필요할 때 확실한 한 방을 넣는 것도 가능하다.
▲ 완전히 거리를 벌리고, 안전한 공격을 하는 것도 모두 본인의 선택
문제가 있다면 바로 피격감이다. 때리고 부술 때는 이처럼 신나는게 없지만, 이렇게까지 난리쳐야 하나 싶을 정도로 별 것도 아닌 상자 파편에 맞아서 나동그라지는 모습이나 폭발물 등에 허수아비 인형 마냥 힘없이 나가떨어지는 부분이 다소 아쉬웠다. 반대로 정작 두어대 맞다 보면 나가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다단 공격에 상체만 젖혀지면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일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피격 모션이 너무 길다 보니 잡몹의 사소한 공격 하나에 빈틈을 내주고 뭇매 아닌 뭇매를 맞는 일도 허다했다. 바로 반격이 가능한 슈퍼 아머형 스킬이나 재사용시간이 있는 무적기 정도는 필요하지 않았나 싶었다.
액션 MORPG의 기준선은 보다 명확하다. 초반에 보여줘야 하는 것도 더 큰 임팩트가 필요하다. 마을에서의 이동도 더 단호하고,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첫 커브를 돌기 전까지 가장 약한 적을 몰아잡는 그 순간에 액션에 대한 평가가 내려지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애스커는 매우 몰입감 있는 진행을 보여줬다. 던전에서는 때리고 부수는 데 집중하기 딱 좋다. 몬스터헌터까지는 아니지만, 피하고 때리는 패턴이 있고, 진삼국무쌍까지는 아니지만, 쓸어담는 재미도 있다. 세 직업 모두가 다른 스타일로 동일한 재미를 주고 있으니 고심 끝에 나온 던전 플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일부 직업 유저들 사이에서 불거지는 직업 밸런스는 피드백을 통한 조정이 해결해나갈 것이고,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잔몹 처리 구간과 단조로워질 수 있는 보스 패턴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난이도 조절을 기대해볼 수 있다.
1차 CBT, 팍스랜드와 넥스랜드 2종의 지역을 공개했지만, 난이도 개방을 하지 않았으니 짧은 테스트 시간, 한정적인 콘텐츠에서 애스커가 얻고자한 피드백은 지극히 단순할 터다. 액션RPG로써 애스커가 말하고자 하는 액션은 증명됐다. 강화된 물리 효과, 오브젝트가 적극 반영된 요소는 캐릭터 액션이 익숙해질 즈음의 중후반 던전에서 치밀하게 구성한다 했다.
테스트 기간 내내 끈질기게 플레이 해봤으니 자신있게 한줄로 줄일수도 있다. 액션RPG 마니아라면, 오랜만에 '공략 가능한 어려움'이란 재미를 넘치도록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나왔다.
[조주현 기자 sena@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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