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랩 FC50BT는 국내 유통되는 스피커 중 아주 드물게 온전히 중국의 기술과 돈으로 만들어졌다. 마이크로랩(Microlab)은 2009년 스피커의 명장이라 불리는 피터 라르센(Peter Larsen)을 영입해 모든 스피커의 설계와 디자인을 맡겼다. 덕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최근에는 50여 개국에 진출했으며 여러 오디오 어워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IT기기 전문기업 ㈜아이티컴파스가 정식 수입하고 있다.
FC50BT는 2.1 채널 멀티미디어 스피커로 하이파이(hi-fi)급 음질을 들려준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특히 AUX단자는 물론 블루투스 4.0을 지원하며 aptX 코덱을 지원해 CD 수준의 음질을 무선으로 즐길 수 있는 유무선 겸용 스피커다. 심지어 리모컨조차 무선이다.
이 제품은 뛰어난 음질을 실현하기 위해 오픈 드라이버 유닛을 채용했고 아주 선명한 소리를 들려주는 마이크로랩만의 HcD(High clarity close distance) 사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부분 스피커는 인클로저 안에 중고음을 담당하는 트위터가 상부에, 중저음을 담당하는 우퍼가 하부에 배치된다. 반면 오픈형 스피커는 인클로저를 생략하고 트위터와 우퍼를 같은 위치에 배치한다. FC50BT는 트위터를 앞에, 미드 우퍼를 뒤쪽에 배치한 동축형 스피커로 트위터와 우퍼간에 발생할 수 있는 지연 시간을 최소화했다.
일단 인클로저가 없으니 스피커의 크기가 작고 가볍다. 소리가 한 군데서 나기 때문에 기존 스피커들과 비교하면 스피커에 가까이 있으나 멀리 있으나 음질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콘 형태의 디자인에 투명한 스탠드로 기울기를 줘서 직사각형 일색인 스피커들과 확실히 차별화했다.
서브 우퍼는 일반적인 MDF 재질로 덕트가 앞쪽에 나 있다. 외장은 인조가죽으로 마감해 보기에도 좋지만, 조작 시 감촉까지 고급스럽다. 뒤편에는 전원 버튼과 단자는 물론 위성 스피커들과 유선으로 연결하기 위한 단자와 AUX 단자, 블루투스 전환 버튼, LED 램프 등이 배치되어 있다.
후면으로 덕트가 나 있는 서브 우퍼인 경우 진동시킨 공기를 벽에 반사해 저음의 공간감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을 쓰기 때문에 반드시 벽 가까이에 둬야 한다. FC50BT는 앞쪽에 덕트가 있어서 공간 배치가 자유롭다. 대신 저음부가 앞으로만 뻗어 나오기 때문에 소리의 반사 효과를 얻지 못해 청음 시 공간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통 2.1 채널 멀티미디어 스피커는 PC용으로 책상 위에 두고 쓰기 때문에 비슷한 환경에서 청음을 해 봤다. FC50BT 위성 스피커는 스탠드를 이용해 청자의 귀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약간 아래에 두고 의자에 앉아서 들을 때 가장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서브 우퍼는 책상 위에 배치했다. aptX 코덱을 지원하는 갤럭시 노트2와 블루투스로 연결했으며 320kbps MP3 음원을 이용했다. 무압축 음원인 FLAC를 듣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고, FC50BT가 보통의 PC 스피커임을 감안했다.
스피커는 초반에 길을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은 생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C50BT가 만드는 소리는 생각 이상으로 선명하고 단단했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성향으로, 특히 보컬이 강조된 가요나 팝, 심지어 성악에서 아주 쓸만한 소리를 들려준다. 서브우퍼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위성 스피커와 같은 위치에 두고 듣는 만큼 베이스가 울리는 곳에서 킥이 아주 힘있게 때려준다. 방이 아니라 거실 정도는 울려줄 정도로 출력도 충분해서 클럽 음악을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다. 저음부가 더 단단하길 원한다면 리모콘으로 베이스 볼륨을 한, 두 단계가량 올려주면 된다.
음악을 들을 땐 상관 없지만, 동영상을 볼 땐 무선 연결이 100% 좋은 건 아니다. 미세한 차이지만, 등장 인물이 말하는 모습과 들리는 대사간에 차이가 발생해 자연스럽지 못하다. 물론 PC에 스테레오 케이블로 연결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블루투스 리모콘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전체 볼륨과 베이스 음량은 물론이고 음원 소스를 AUX와 블루투스 중 고를 수 있고 물론 전원도 끄고 켤 수 있다. 버튼이 아닌 터치로 조작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조작 시 약간의 지연현상이 발생하는 데다가, 플라스틱과 아크릴만으로 만든 심플한 외관은 스피커 본체에 비해 마감이 저렴하다.
그동안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는 많이 나왔지만, 평소에는 PC용으로 쓰다가 원할 땐 언제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멀티미디어 스피커는 아주 드물다. 마이크로랩 FC50BT는 20만 원대 초반이면 살 수 있다. 음질과 활용도, 디자인을 고려하면 가성비아 뛰어나다.
구매지수 : 85점
Good : 깔끔한 외관, 그에 못지않은 선명한 음질
Bad : 모자란 공간감, 동영상 감상에는 부적합한 무선 연결 기능
리뷰조선 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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