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같은 천만화소급 카메라라고 해서 무조건 같은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직접 보고 만지고, 사진을 많이 찍어봐야 비로소 그 카메라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올림푸스의 OM-D E-M10이 가장 좋은 예다. 스펙상으로는 올림푸스가 몇 개월 전 내놓았던 플래그십 카메라 OM-D E-M1보다 다소 낮은 스펙을 갖췄다. 하지만 E-M1이 갖지 못한 휴대성을 갖췄으며, E-M10을 리뷰하는 동안 가지고 다니면서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E-M10은 전형적인 아날로그 SLR 카메라를 빼다박은 디자인이다. 약간 튀어나온 그립부를 빼면 거의 비슷하다. 올림푸스가 과거에 내놓았던 OM시리즈를 디지털 버전으로 재해석한 느낌이다. 특히 본체 상단에 빼곡한 3개의 다이얼은 오밀조밀한 아날로그 SLR 카메라의 향수를 그대로 느끼게 한다.
올림푸스가 2년 전 출시했던 OM-D E-M5와도 닮았다. 두 제품을 나란히 놓고 보면 한눈에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E-M10은 E-M5에 없던 내장 플래시를 탑재해 일상에서 사용하기 편하고, 뒷면 버튼 배열도 약간 달라져 조작성을 개선했다.
사진으로 볼 때보다 실제로 눈 앞에서 E-M10을 보고 만질 때의 느낌이 더 좋다. 금속으로 만든 바디는 반광 코팅으로 과하지 않을 만큼 윤기를 냈다. 반면 다이얼은 톱니 형태로 돌릴 때 구분감이 확실하면서도 뻑뻑하지 않은 수준이다. 이는 기계적인 특성을 선호하는 카메라 마니아들의 취향에 들어맞는다. 올림푸스 카메라의 품질은 이미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E-M10과 같이 출시된 번들 줌 렌즈에서도 이러한 특성을 볼 수 있다. 'M.주이코 디지털 ED 14-42mm F3.5-5.6 EZ 렌즈(이하 14-42mm EZ 줌렌즈)'는 기존 줌 렌즈보다 크기를 줄여 휴대성을 강화한 렌즈다. 번들 렌즈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E-M1과 같은 플래그십 카메라에 끼워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만듦새만 놓고 보면 번들 렌즈 중 최고이며, 고가의 렌즈와 놓고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얇은 그립과 신형 번들 렌즈 덕에 전용 카메라 가방 없이도 휴대하기 편하다. 주머니가 큰 레인코트나 방풍재킷에도 수납할 수 있다. 금속 재질에 그립부가 얇아선지 묵직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실제 무게는 번들 렌즈를 포함해 500g도 되지 않는다. 콤팩트 하이엔드나 보급형 DSLR 카메라를 써본 사용자라면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
E-M10은 144만 화소급 전자식 뷰파인더를 달았다. 초창기 전자식 뷰파인더는 광학 뷰파인더를 대체하기엔 부족한 성능이었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개선되었다. E-M10의 뷰파인더는 광학 뷰파인더가 아쉽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가졌다. 배율이 커서 시원시원하게 보이고 화질도 뛰어나다. 어두운 밤이나 아트필터 사용 시에도 화면이 끊기거나 잔상이 생기는 문제가 거의 없었다.
AF(자동초점) 잡는 성능도 뛰어나다. 타사 제품처럼 위상차 검출 기능을 갖추지 않았지만 부족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상황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초점을 잡았다. 1초당 8장씩 촬영하는 연사 속도도 무난하다. 손떨림 보정 기능은 3축(수직, 수평, 정면) 감지 방식으로 E-M1에 내장된 5축 보정 장치보다 성능이 낮지만 바디 내장형이라 어떤 렌즈를 물려도 손떨림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올림푸스 카메라의 특징인 아트필터 기능도 내장했다. 아트필터는 사용자의 취향이나 촬영 상황에 따라 색감이나 질감 표현 등을 조절해 다양한 개성이 담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흑백 사진은 물론 팝아트처럼 화려한 색감의 사진도 쉽게 찍을 수 있다. E-M10은 12가지 아트필터 효과를 지원하며, 아트필터 브라케팅까지 더해 셔터를 한 번만 눌러도 각각 다른 아트필터를 반영해 총 13장의 사진을 찍는다(원본 사진 1장 포함). 촬영 후 사진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초 내외로 13장의 사진을 한 번에 처리하는 것을 고려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카메라를 고르는 기준은 다양하다. 특히 미러리스 카메라는 콤팩트 카메라를 닮은 제품부터 SLR 카메라 형태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규격이 어우러져 제품마다 각각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올림푸스 E-M10은 카메라 다루는 것을 좋아하는 마니아를 고려해 SLR 카메라를 닮은 디자인과 높은 기계적 완성도를 갖춘 제품이다.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카메라를 다루는 순간 행복을 느끼는 마니아라면 눈여겨볼 만한 카메라다. 휴대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여행용이나 전문가의 서브 카메라 용도로도 적합하다.
가격은 100만원 대로 책정될 예정이다. 제품의 성능이나 완성도를 고려하면 비싸다고 볼 수 없지만 같은 가격대에 역시 성능과 화질이 좋은 타사 제품들이 포진해 있어 경쟁력은 다소 떨어진다. 특히 소니 알파 A6000이나 삼성 NX30은 E-M10과 비교하면 기능과 성능이 비슷하면서도 이미지 센서 크기면에서 유리하다.
구매지수: 90점
Good: 실제로 보고 만질 때 만족할 수 있는 카메라
Bad: 가격 대비 경쟁력은 애매하다. [조선일보 앱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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