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기존 NX 시리즈보다 더 작은 NX 미니를 발표했다. NX 미니는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핵심인 렌즈 규격과 이미지 센서 규격이 아예 NX와 다르다. 센서 규격은 소니 RX100이나 니콘 1 시리즈와 비슷한 1인치 규격을 쓰고, 렌즈 마운트도 전보다 더 작다. 별도로 판매하는 확장용 어댑터를 쓰지 않으면 기존 NX 렌즈를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NX와 다른 별개의 제품으로 보는 것이 맞다.
NX 미니는 패션 액세서리를 닮은 디자인과 셀카 촬영에 최적화된 구조 등 여성 사용자에 중점을 뒀다. 19일 열렸던 NX 미니 쇼케이스 행사도 미니 패션쇼를 열고 케이블 방송에서 패션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모델 강승현이 출연하는 등 여성 사용자의 입맛에 맞춰 구성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는 여성 사용자층에 인기가 많은 소니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캐논과 니콘처럼 DSLR과 미러리스를 병행해서 내놓기 위해 두 가지 규격을 운영하는 사례는 있지만 이미 미러리스 카메라를 내놓았던 업체가 새 미러리스 규격을 내놓은 것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렌즈교환식 카메라는 렌즈군 확장성이 생명이라 기존 렌즈 사용에 제한이 따른다는 것은 오히려 NX 미니에게 불리하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새 규격을 개발하는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NX 미니를 내놓은 것은 단순히 제품군을 늘리기 위한 수단만으로 보기 어렵다.
가장 유력한 가능성으로는 경쟁력 확보를 들 수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국내에서는 소니와 삼성전자가 1위 다툼을 벌이고 있고, 해외에서는 캐논과 니콘의 DSLR 카메라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처럼 미러리스 카메라의 인기가 많은 일본 시장에서는 아예 삼성 카메라가 유통되지 않는다.
따라서 삼성전자로서는 무조건 국내시장에서 경쟁자를 앞질러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NX 시리즈는 소니 제품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떨어진다. 전문가를 겨냥한 NX30은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인 알파 A7 시리즈보다 센서 규격이나 품질 면에서 밀리며, NX300과 NX2000은 알파 A5000과 넥스(NEX) 시리즈보다 선호도에서 밀린다. 당장 알파 A7에 대항할 풀프레임 카메라를 내놓을 여력이 없는 삼성전자로서는 저가형 제품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존 미러리스 카메라와 규격은 달라도 디자인과 휴대성에서 확실히 이점이 있는 NX 미니가 나오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 카메라의 현 위치도 NX 미니의 개발 배경의 주요 원인으로 유추할 수 있다. 삼성이 NX 시리즈를 개발할 당시에는 삼성테크윈이 카메라를 맡고 있었지만 현재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삼성 카메라와 스마트폰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고민했고 그 결과가 '삼성 스마트카메라'라는 브랜드 전략과 갤럭시카메라다. 하지만 콤팩트 카메라라면 몰라도 덩치가 상대적으로 큰 NX 시리즈는 스마트 연동 기능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웠다. 지난해 출시됐지만 혹평을 받았던 갤럭시NX는 이를 무리하게 시도했다 역효과가 난 사례로 볼 수 있다.
NX 미니에 단초점 렌즈를 끼우면 갤럭시카메라 수준의 휴대성을 얻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이미지 센서와 렌즈 성능이 뛰어나 화질이 더욱 좋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NX 미니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추구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적합한 플랫폼이다. 만약 삼성이 차후에 NX 미니를 기반으로 LTE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 NX 미니' 같은 제품을 내놓는다고 가정한다면 갤럭시카메라 수준의 크기에 갤럭시NX에 준하는 성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가격도 갤럭시NX보다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실험작에 가까웠던 갤럭시NX보다 품질과 대중성이 더욱 뛰어난 제품군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NX 미니는 화이트, 블랙, 브라운, 핑크, 그린민트 등 5가지 색상으로 출시되며, 4월 1일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해외에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은 미정이지만 기존 NX 시리즈보다 다소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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