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XP 운영체제 지원 종료일(2014년 4월 8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윈도 제조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에 대응하고자 지난해부터 꾸준히 윈도XP 지원 종료를 알리는 광고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원 종료에 관한 내용을 읽어보면 자사 제품에 대한 안내인지 의심이 든다. 주 내용은 "지원 종료 이후에도 윈도XP를 계속 사용하면 보안 문제와 같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으로, 지원 종료 이후 윈도XP를 사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내용만 놓고 보면 윈도XP를 4월 8일 이후 하루라도 더 썼다가 큰일이 날 것 같다. MS가 유머러스한 광고로 타 경쟁사를 비난한 적은 있지만 이 정도로 험악한 메시지를 담은 적은 거의 없다.

이는 사실 왜곡이 아니다. 온라인 업무 기반의 운영체제는 제조사의 사후지원이 생명이나 다름없으므로, 제조사의 지원이 끊긴 운영체제는 사용가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원이 끝난 운영체제를 계속 이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자유지만 그로 인한 보안상의 결함이나 불편함은 제조사의 책임이 아니다.

현재 MS와 윈도XP의 처지를 보면 TV 아침드라마 속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연상시킨다. 며느리가 얄밉다고 이혼을 종용하는 독한 시어머니와 내쫓기기 직전인 며느리. MS가 이처럼 단호하게 윈도XP와 손을 끊으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명이 다해가는 윈도XP를 고집하는 사용자가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윈도XP는 2001년에 출시되어 13년 가까이 사후지원을 받았다. 이는 윈도 사상 최장기간 지원이다. 모든 운영체제를 통틀어 봐도 10년 이상의 긴 수명을 가진 운영체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윈도XP가 너무 인기가 많다 보니 이후에 나온 후속 운영체제 매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시장조사업체 넷마켓쉐어의 2월 집계에 따르면 XP 점유율은 29.53%로 윈도7을 제외한 후속 운영체제(윈도 비스타, 윈도8, 윈도8.1)들을 합친 것보다 높다. MS는 원래 윈도 비스타 출시와 발맞춰 윈도XP 지원을 종료할 예정이었으나, 사용자가 너무 많다는 점을 고려해 2014년으로 연기했다.

그럼에도 지원 종료를 앞두고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새 운영체제를 구매하는 대신 윈도XP 지원을 연장해 달라는 요청만 반복하고 있다. MS로서는 비록 자사 상품이지만 이렇게라도 극약 처방을 하지 않으면 윈도XP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MS가 험악하게 윈도XP를 떨쳐내려는 데는 지원 종료를 원하지 않는 고객과 판매국들의 인식도 한몫했던 것이다.




하지만 경쟁사 제품도 아니고, 자사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던 '효자'나 다름없는 제품을 냉혹하게 내치는 행위는 윈도XP 사용유무를 떠나 소비자의 반발심을 유발할 수 있다. 윈도XP는 이전에 나왔던 윈도 시리즈의 단점을 상당 부분 개선하고 안정성을 강화해 MS의 독점 체제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던 운영체제다. 그만큼 많은 소비자가 신뢰했으며 현재도 굳건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 지원 종료가 끝났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믿고 쓰던 운영체제를 시한폭탄 취급하는 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MS는 소비자들을 고려해 윈도XP 지원을 한 차례 연장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다. 하지만 10년 넘도록 많은 사용자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은 윈도XP를 떠나보내는 데 매몰차게 내쫓기보다 따뜻한 인사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유종의 미'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조선일보 앱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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