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손이 만든 모베리오(Moverio) BT-200은 안드로이드 4.0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 안경이다. 하지만 구글 글라스와는 다른 개념이다. 정확히는 HMD(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에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연결해 놓았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형태가 된 것은 엡손의 주력 분야인 프로젝터 기술을 활용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BT-200은 헤드셋과 유선 콘트롤러로 구성되었다. 헤드셋은 좌우 양 옆에 소형 LCD 프로젝터를 내장했으며, 프로젝터에서 쏘는 영상을 렌즈에 내장한 특수 필름으로 비춰 착용자가 볼 수 있도록 한다. 유선 콘트롤러는 기능 제어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단말기와 배터리 역할도 한다. 내장 배터리는 최대 6시간 동영상 재생이 가능하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3.0, 미라캐스트(Miracast)를 지원한다.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이나 유튜브 사용이 가능하며, 블루투스를 통해 무선 키보드나 스피커와 연동할 수 있다. 미라캐스트를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사용한다면 BT-200과 무선으로 동기화해 기기의 화면을 BT-200 헤드셋으로 볼 수 있다.
기존 HMD와 다른 점은 영상을 보면서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HMD를 착용할 때는 영상을 보는 것 외에 다른 사물을 볼 수 없으므로 활동에 제약이 따르지만, BT-200은 착용한 상태에서도 주변 사물을 볼 수 있어 이동 중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구글 글래스와 달리 두 눈으로 영상을 볼 수 있어 영화나 사진을 감상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착용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거나 다른 업무에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착용한 상태에서 주변의 물건을 찾거나 옆 사람을 보며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 자리에 앉거나 누워서 영상을 볼 때는 제품에 동봉된 선글라스 형태의 커버를 씌우면 더욱 선명한 영상을 볼 수 있다.
헤드셋 왼쪽에 30만 화소급 카메라를 내장해 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화질이 낮기 때문에 간편한 기록 용도 수준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 QR코드를 인식할 때도 이 카메라를 사용한다.
엡손 측은 BT-200의 장점으로 전작보다 훨씬 가벼워졌다는 점을 들었다. 엡손이 2012년 7월 발표했던 BT-100은 헤드셋이 240g, 콘트롤러가 165g으로 장시간 착용하기 불편했다. 경쟁사인 소니의 HMD 'HMZ-T3W'는 배터리를 제외한 본체 무게만 210g이다. BT-200은 헤드셋이 88g, 콘트롤러가 124g으로 헤드셋 무게 부담을 대폭 낮췄다. 기존 HMD와 비교해도 매우 가벼운 데다 크기도 작다.
실제로 헤드셋을 착용했을 때는 무게로 인한 압박이 별로 없었다. 안경보다 약간 무거운 수준으로, 기존 HMD를 착용할 때보다 부담이 적었다. 하지만 무게중심이 너무 앞으로 쏠려 헤드셋이 자꾸 흘러내리는 문제가 있었다. 한국엡손 측은 이에 대해 "무게중심을 조절할 수 있는 액세서리를 추가해 출시할 예정"이라며, "액세서리를 장착한 채 착용하면 흘러내리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에 안경을 쓰는 기자는 안경을 벗고 BT-200을 썼을 때 투사된 영상을 선명하게 볼 수 없었다. 안경 착용자의 경우 제품에 동봉된 렌즈 홀더를 사용해야 한다. 렌즈 홀더를 들고 안경점에 찾아가 도수를 맞춘 렌즈를 홀더에 끼워 안경 대용으로 쓰는 것이다. 구글 글래스도 이와 마찬가지지만 렌즈 홀더를 따로 쓸 필요 없이 아예 본체에 렌즈를 끼워 쓴다는 점이 다르다.
BT-200은 콘트롤러에 달린 터치패드를 이용해 PC처럼 화면의 커서를 움직여 제어한다. 멀티 터치도 지원하기 때문에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거나 웹 화면을 스크롤할 수도 있다.
하지만 터치패드 표면이 울퉁불퉁한 돌기가 달려 손가락을 편하게 움직이기 어려웠다. 헤드셋을 통해 보는 화면은 16:9 비율로 가로폭이 세로보다 긴데 터치패드는 가로폭이 좁다는 점도 불편함을 가중했다. 패드 재질을 개선하고 가로폭을 넓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가장 불편한 점은 타이핑이었다. 웹 브라우저나 문서 앱을 통해 타이핑을 할 때는 터치스크린과 달리 가상 키보드를 이용하기 불편했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타이핑은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 낫다.
BT-200은 상반기 중 국내에 출시 예정이다. 가격은 미정이지만 엡손에 따르면 전작인 BT-100이 84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해 70만원대로 책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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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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