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애플의 '스마트카' 프로젝트의 윤곽이 밝혀졌다. 애플은 3월 7일 개막하는 '제네바 모터쇼'에서 자동차용 플랫폼 '카플레이(CarPlay)'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카플레이는 독립된 하드웨어나 운영체제라기 보다는 자동차와 아이폰을 잇는 새로운 규격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카플레이 규격을 지원하는 장치가 필요하지만 핵심은 아이폰을 자동차에 성공적으로 연동하는 데 있다.
애플은 이미 에어플레이처럼 애플 iOS 기기와 주변기기를 잇는 무선 연동 규격을 선보여 호평받은 바 있다. 아이클라우드(iCloud)를 통해 선 연결 없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클라우드를 대중화하는 데도 한몫했다. 애플이 다양한 제품 간의 편리한 무선 연동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추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플레이처럼 주변 사물과 연동하는 규격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카플레이의 가장 큰 특징은 운전자가 주행 중에도 집중력을 최대한 잃지 않고 아이폰의 기능을 제어함으로써, 사고 위험은 줄이고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택시를 탈 때, 탑승객이 기사에게 "광화문으로 가주세요"라고 목적지를 말하면 택시 기사는 운전하면서 터치로 내비게이션을 조작한다. 화면을 보면서 터치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에 집중할 수 없는데다 내비게이션의 터치 감도가 떨어지면 입력하기도 어렵다. 이는 전방 주시에 지장을 주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카플레이도 내비게이션처럼 터치를 지원하지만 터치 외에도 음성 인식 기능인 '시리(Siri)'를 이용해 내비게이션에 손대지 않고도 지도 검색을 할 수 있다. 운전자의 상황에 맞게 가장 편한 조작 방식으로 운전을 방해받지 않고 목적지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사용자가 최근 수신한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운전자의 최근 행선지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목적지를 예측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인의 청첩장을 이메일로 받고 결혼식장을 찾기 위해 지인과 문자를 주고받는다면 이를 바탕으로 결혼식장의 정확한 위치를 스스로 찾는 것이다.
운전 중 걸려오는 전화나 문자 메시지에도 더욱 편리하게 대응할 수 있다. 카플레이를 통해 문자 메시지를 음성으로 읽어주거나 사용자가 하는 말을 받아써서 회신해주며, 전화를 거는 등 아이즈 프리(eyes-free)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카플레이는 지도나 전화 뿐만 아니라 아이튠즈 기능도 지원한다. 팟캐스트나 오디오북, 아이튠즈 라디오를 음성 명령이나 차량에 내장된 조작 장치로 제어할 수 있다. 아이폰에 내장된 음악을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애플은 앞으로 카플레이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앱 수를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애플 앱 외에 스포티파이(Spotify), 아이하트라디오(iHeartRadio), 비츠뮤직(Beats Music), 스티처(Stitcher) 등의 앱이 카플레이를 지원한다.
카플레이는 아이폰5와 아이폰5S, 아이폰5C 등 라이트닝 단자를 지원하는 아이폰을 지원한다. 카플레이 연동을 위해 애플과 제휴한 자동차 회사로는 페라리와 혼다, 현대자동차, 재규어,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이 있다. 이들은 제네바 모터쇼를 기점으로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BMW그룹, 쉐보레, 포드, 기아자동차, 랜드로버 등 12개 자동차 회사가 합류할 계획이다.
문제는 국내 사용자 환경이다. 카플레이에서 사용하는 애플 지도는 국내 회사가 제공하는 지도나 내비게이션 서비스보다 정확도나 정보가 매우 떨어진다. 국내 아이폰 사용자는 많지만 이들 중 애플 지도를 사용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 카플레이가 애플 지도 외에 구글 지도나 네이버·다음 지도, 국내 네비게이션 앱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있으나마나 한 기능이 된다. 아이튠즈도 국내에서는 팟캐스트 같은 일부 기능만 사용할 수 있다. [조선일보 앱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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