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2년 2개월 만에 2차 워크아웃 초읽기에 들어갔다.
팬택은 산업은행 등 주요 채권금융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재무적 건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중장기적 생존발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워크아웃을 추진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한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이번 워크아웃 추진은 팬택과 주요 채권금융기관이 강구한 선제적 대응방안으로 채권금융기관과 기업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상생의 모범사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2차 워크아웃은 지난 1차 워크아웃에 비해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는 팬택이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인기와 경쟁력이 1차 워크아웃 당시보다 낮기 때문이다. 1차 워크아웃 당시 SK텔레텍에서 인수했던 '스카이(Sky)' 브랜드는 팬택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고, 워크아웃 중에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젊은 소비자층의 기호에 맞는 디자인과 특수 기능을 적용한 휴대폰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차 워크아웃 때는 이러한 장점을 활용할 수 없다. 팬택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하면서 스카이를 '베가(Vega)'라는 새 브랜드명으로 대체하려 했다. 하지만 베가가 스카이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면서 경쟁력이 악화되었다. 또한, 피처폰 시절과 달리 스마트폰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하면서 경쟁사와 뚜렷하게 차별화된 제품이나 전략을 구사하지 못했다.
팬택이 국내 시장에서 침체를 겪게 된 데는 이통사들이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갤럭시, 아이폰 등 경쟁 제품의 보조금을 늘린 것이 큰 몫을 했다. 고가 스마트폰이었던 갤럭시S3나 아이폰이 불법 보조금 지원을 통해 저가폰으로 팔리면서 경쟁 제품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 전략을 구사했던 팬택의 매출에 타격을 주었다.
수출 시장이 작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팬택은 지난 2011년까지 해외 매출이 내수 비중을 앞섰다. 팬택의 휴대폰 수출 비중은 2010년 1조원을 돌파하고, 2011년 1조5484억원에 달하는 등 50%를 넘는 성장을 구가해왔다. 2011년은 수출 성장세에 힘입어 전체 휴대폰 매출이 2조9163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수출 비중이 41.92%(9176억원)로 급감하면서 전체 매출도 전년보다 7300억원 정도 추락해 팬택이 적자로 추락하는 주 원인이 되었다.
워크아웃을 맞이하는 팬택이 현재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다.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 심사를 앞둔 단통법은 ▲보조금 차별 금지 ▲보조금 공시 의무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 가능 ▲고가 요금제 강제 제한 ▲제조사 장려금 조사와 관련 자료제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다. 따라서 보조금 경쟁으로 타격을 입었던 팬택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팬택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대해 "지난 4분기 적자규모를 대폭 줄이고 올 1월 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이번 워크아웃을 기회 삼아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외부상황도 팬택의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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