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올림푸스의 신제품 발표 행사장은 기존 행사와 다른 분위기였다. 신제품 행사 때 주로 보였던 젊은 모델 대신 나이가 든 모델이 카메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신사는 쉬는 시간에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담당자와 카메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관심을 보였다.
올림푸스가 새 콤팩트 하이엔드 카메라 '스타일러스 1(STYLUS 1)'을 국내에 출시하며 고려한 대상은 중년층이었다. 일과 삶, 돈에 여유가 생기면서 여가에 관심을 갖게 된 중년층을 겨냥했다. 고화질의 사진을 찍고 싶지만 렌즈교환식 카메라에 부담을 느끼는 중년층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었다.
스타일러스 1은 올림푸스의 미러리스 카메라 OM-D를 닮아 클래식하면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가졌다. 정장 차림이나 고급 가죽 케이스와 함께 가지고 다니면 잘 어울릴 듯한 외형이다. 외형 재질도 금속 소재로 고급스러우면서도 빈틈이 없어 보인다. 과거 콤팩트 하이엔드 카메라가 DSLR 카메라보다 인기를 끌었던 시절에도 올림푸스 제품의 만듦새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고배율 줌 렌즈를 탑재했음에도 크기는 콤팩트 하이엔드 카메라 중 작은 편에 속한다. 소니 RX10처럼 성능 좋은 고배율 줌 렌즈를 사용하면 카메라 가방 없이는 휴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덩치가 클 수밖에 없다. 스타일러스 1의 렌즈는 10.7배 고배율에 전 구간 조리개 값이 F2.8로 균일하고 ED 렌즈를 내장하는 등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크기가 작다. 이 정도 렌즈를 사용하면서도 코트 주머니에 휴대할 수 있는 하이엔드 카메라는 매우 드물다.
전면 렌즈 캡은 렌즈가 튀어나오면서 갈라지도록 설계되어 매번 사용할 때마다 분리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렌즈 캡을 따로 보관하다가 분실할 걱정도 없다. 건망증이나 가끔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사용자라면 반가워할 기능이다.
뒷면에는 3인치 틸트 화면과 전자식 뷰파인더가 달렸다. 전자식 뷰파인더는 아트필터 모드를 제외하면 영상이 끊기는 문제가 없으며 화질도 뛰어나 사용하기 편하다. 틸트 화면은 터치 조작을 지원하며, 위아래로 각도 조절이 가능해 다양한 구도로 사진을 촬영할 때 유용하다.
스타일러스 1은 초보자에 대응하는 아이오토(iAuto) 모드와 아트필터 모드를 지원한다. 아이오토 모드에서는 카메라가 자동으로 촬영 환경을 인식해 상황에 어울리는 촬영 모드로 설정해 주므로 셔터만 누르면 된다. 아트필터 모드로 놓고 찍으면 후보정 없이도 흑백 필름이나 강렬한 색감 등 인상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바로 풀HD 동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동영상 촬영 버튼이 셔터 옆에 달려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전문가나 마니아가 사용해도 만족할 만큼 조작성이 좋다. 상단에 커맨드 다이얼이 1개 달렸고, 렌즈 테두리 링은 다른 버튼과 조합해 수동 초점을 잡거나 설정값을 변경하는 등 활용도가 높다. 또한, 버튼 중 3개를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으로 변경할 수 있다.
스타일러스 1은 겉만 보면 아날로그 카메라 같지만 와이파이 연동 기능 등 최신 카메라에 걸맞는 기능도 갖췄다. 올림푸스의 무료 모바일 앱 'OI.Share(OLYMPUS Image Share)'를 이용하면 고화질의 이미지를 스마트 기기로 공유하거나 원격 촬영을 할 수 있다. 촬영 모드, 셔터스피드, 화이트밸런스, 노출 조작은 물론 줌까지 스마트폰으로 조절할 수 있다. 혼자, 혹은 가족끼리 여행을 가서 기념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주변 사람에게 부탁하지 않고도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스마트폰을 리모컨으로 활용해 쉽게 촬영할 수 있다.
고배율 줌 렌즈는 광각 촬영부터 망원 촬영까지 다양한 화각의 사진을 찍기 좋다. 최고 망원으로 줌을 당겨도 조리개 값이 F2.8이라 셔터 속도를 유지하거나 아웃포커싱(배경 흐림) 촬영을 할 때 유리하다. 고배율 줌이라 동영상을 찍을 때 캠코더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줌 조절용 레버는 셔터 테두리, 렌즈 옆 등 2개가 달렸다. 동영상을 찍을 때 렌즈 옆에 달린 줌 레버를 사용하면 줌 조작 시 생기는 손떨림을 줄일 수 있다.
센서는 1/1.7인치 이미지 센서를 쓴다. 콤팩트 하이엔드 카메라에 주로 쓰이는 규격이다. 최근에는 후지필름 X100이나 캐논 G1 X, 소니 RX10 등 이보다 더 큰 규격의 센서를 쓰는 하이엔드 카메라도 있어 다소 묻히는 감이 있다. 하이엔드 카메라답게 해상도가 뛰어나고 화질이 뭉개지는 등의 문제가 거의 없지만 RX10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센서 규격이 2/3인치만 됐더라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RX10이 휴대성을 포기하면서도 화질에 주력했다면 스타일러스 1은 화질과 휴대성을 모두 고려했다고 할 수 있다.
올림푸스 스타일러스 1은 IT기기를 다루는 데 서투른 사용자라도 쉽게 고화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하이엔드 카메라다. 디자인도 고급스러워 어떤 패션과도 잘 어울리며, 카메라 가방이 없어도 코트 주머니나 핸드백에 휴대가 가능할 만큼 작다. 간편하게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중년층이나 여행할 때 가지고 다니기 편한 소형 카메라를 찾는 여행족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구매지수: 90점
Good: 작은 크기, 뛰어난 조작성, 좋은 화질과 줌 활용도
Bad: 센서 크기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하는 아쉬움 [조선일보 앱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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