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토즈가 예상대로 '표절작이거나 말거나'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해보고 말하라'는 아무개의 말처럼 무과금으로 100판까지 해보며 충격을 받았던 순간을 정리했다. 캔디 크러쉬 사가를 해봤던 유저라면 분명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 얼음-박스의 활용법 '이럴수가'
애니팡2를 실행시킨 뒤 첫 스테이지인 튜토리얼부터 사실 실망감이 컸다. 열기구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로딩 화면에서 새 게임에 대한 기대감은 산산히 부셔졌다. 선데이토즈 말처럼 블럭색깔을 맞춰 깨뜨리는 퍼즐 방식은 일반화됐다고 하지만 깨트리는 방식까지 모두 같게 제작된 게임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다를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첫 시나리오는 마쳐야겠다며 플레이를 이어갔다. 이 때 첫번째 눈을 의심했다. 9스테이지에서 얼음 블럭이 튜토리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얼음이야 퍼즐 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방해 요소니 뭐하 하기 힘들었지만 캔크사의 그것과 똑같은 기능으로 유저를 방해하고 있어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후 스테이지를 거듭하며 등장한 나무상자와 좌물쇠 우리 역시 그 활용법이나 깨뜨리는 방법이 캔크사의 젤리와 엑스모양의 박스와 다를 것이 없었다. 한국 대표 게임 개발사의 역량이 이것밖에 되지 않나 충격을 받았다.
◆ 연료 모으기 VS 재료 모으기
캔크사의 스테이지 클리어 방법 중 유저들의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재료 모으기다. 화면 상단 혹은 워프 스테이지의 경우 중단에서부터 떨어지는 밤이나 체리 등을 정해진 목표 지역까지 내리는 것으로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재료가 내려오지 않아 애를 태우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애니팡2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재료, 아니 연료를 모은다. 열기구를 띄우기 위해 연료를 바닥으로 보내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것을 과연 다른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실망감을 안고 게임을 지우기로 마음을 먹었던 순간이었다.
◆ 문제의 51 스테이지
게임에 대해 말하려면 게임을 해보라는 말에 발끈해 끝장을 보겠다며 다시 애니팡2를 시작했다. 이전보다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스테이지 클리어 진척이 빨랐다. 어느새 '내 아래 바보'라고 외쳤던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보다 높은 자리를 잡았다.
흐느껴 울고 있는 원숭이(몽이)를 돕기 위해 나무상자를 깨뜨리던 중 51 스테이지를 만났다. 유저가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이유는 화면에 동물 블럭이 네개 뿐이었고, 단 한 번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잠깐 이것도 어디서 많이 봐왔던 장면인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캔크사에서 한 차례 플레이해봤던 스테이지와 똑같은 구성이었다. 캔크사의 스테이지가 정방형으로 있어 보다 쉽게 느껴지지만 밤을 아래로 보내야 하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이쯤해서 할 말이 없어졌다. 정말 다른 것이 있기는 한 것인가. 아, 캔크사는 아래로 열린 'T'자 모양이고, 애니팡2는 위로 솟은 'ㅗ'자였다. 개발자의 양심은 이렇게 발현됐다.
◆ '하트의 비밀'은 바꿨네
이후 100스테이지까지 다다르는 동안 수 차례 위기도 있었다. 하트를 30~40개 써가며 클리어할 수 없어 애꿎은 지인들에게 하트만 달라고 졸라댔다.
그러면서 단 하나 캔크사와 다른 점을 어렵게 어렵게 찾아냈다. 캔크사에서 휴대폰의 시간설정을 바꿔가며 무한 하트로 게임을 즐겼던 것과 달리, 애니팡2는 시간설정을 아무리 바꿔도 하트가 새로 채워지지 않았다.
캔크사에서 장점은 모두 가져다 쓰고, 불리하다 싶은 것은 확실하게 고쳤다. 역시 돈과 관련된 면에서는 선데이토즈가 킹보다 철두철미했다. 씁쓸한 결론만 안고 이제 진짜 할만큼 한 애니팡2와 작별을 고한다. 정말 캔크사 하러 떠나야겠다.
▲ 100스테이지 인증샷
[오상직 기자 sjoh@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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