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경쟁력을 무기로 수익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제휴사와 충돌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서 팔리는 유료 앱의 판매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이통사들에게 통보했다.
현재 플레이스토어에서 팔리는 앱의 판매수익 중 70%는 개발자가, 30%는 구글과 이통사가 나눠갖는다. 30% 중 27%를 이통사가 갖고, 구글이 3%를 갖는다. 구글은 이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절해 이통사 몫을 15%로 낮추고 그만큼 자신의 몫을 올릴 계획이다.
구글과 이통사들은 이에 대해 "계약 상의 내용은 기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며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구글이 수익성 강화 전략은 다른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구글은 자사 콘텐츠 마켓인 구글플레이에서 유료 아이템이나 음원, 전자책 등 앱 안에서 이뤄지는 디지털 콘텐츠 결제 시 외부 결제 모듈을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구글은 자사 결제모듈을 강제하면서 앱내결제(IAP) 수수료 중 30%를 가져간다.
또한, 구글은 기업을 대상으로 무료 제공하던 '구글 앱스' 서비스를 최근 몇 년에 걸쳐 유료화하는 과정을 밟았다. 구글 앱스는 원래 50인 이상 기업에만 1인당 연간 50달러의 사용료를 받았지만 몇 차례에 걸쳐 무료 대상 범위를 줄여 왔으며 2012년 말 완전히 유료화했다. 비용상의 이점 때문에 구글 앱스를 채택했던 기업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관련 업계는 구글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안드로이드가 막대한 시장점유율을 토대로 만들어 놓은 플랫폼 생태계 이외에는 개발자와 협력사들에게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구글이 수익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제휴사와 충돌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재 상황은 제휴사들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통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애플 아이폰의 대안으로 공짜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대안이 될 만한 다른 플랫폼을 외면했다는 것.
아이폰, 안드로이드보다 먼저 도입된 심비안과 블랙베리 플랫폼은 사실상 사장되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도 KT가 2012년에 잠시 국내에 도입한 것 외에는 감감무소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윈도폰이나 다른 모바일 운영체제 플랫폼 육성에 균형 있게 투자했다면 구글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드로이드 의존도가 높은 현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부 기업들은 대안을 모색 중이다. 삼성전자는 인텔 등 글로벌 하드웨어 제조사들과 공동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 '타이젠(Tizen)' 스마트폰을 상반기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출시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통사들은 타이젠의 경쟁력과 가능성이 입증된다면 언제든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LG전자는 HP가 보유하던 모바일 운영체제 '웹OS(WebOS)'를 인수해 이를 적용한 스마트TV를 최근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LG전자 측은 "당장 웹OS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밖에도 모질라 재단이 오픈 웹 운영체제인 '파이어폭스(Firefox)'를 개발해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며, 리눅스 기반 운영체제 '우분투(Ubuntu)'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의 편의성이나 안정성과는 별개로 생태계 구축 문제가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다.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