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게이밍 마우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빠르고 정확한 동작? 많은 버튼? 끊기지 않는 무선 수신 능력? 물론 모든 요소가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긴 배터리 수명이 우선이다. 무선 제품이 배터리를 사용하는 건 당연하지만,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는 게임광에게 마우스를 스마트폰처럼 매일 충전하라거나 배터리를 자주 교체하라고 하며 차라리 유선 마우스를 쓰고 말 것이다.
배터리 교체 없이 250시간을 사용하는 초절전 기술
로지텍 무선 게이밍 마우스 G602(이하 G602)는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단히 놀랍다. G602는 마치 고성능 슈퍼카가 일반 모드와 스포츠 모드 옵션을 지원하듯이 두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게임을 위한 고성능 모드인 '퍼포먼스 모드'를 사용하면 최대 250시간 연속으로 작동하고 '지속 모드'에서는 무려 1,440시간을 쓸 수 있다. 교체 가능한 일반 AA 배터리 한 조를 기준으로 한 기록이다.
250시간만 해도 경쟁 제품의 최대 8배에 달하는 수치다. 실제로 그렇게 길게 테스트해 보진 못했지만, 실제 성능이 그 반만 돼도 정말 엄청난 기술이다. 하루 평균 2시간씩 게임을 즐긴다고 치면 125일, 즉 4달이나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퍼포먼스 모드와 지속 모드는 휠 뒤쪽에 버튼으로 조절하는데 퍼포먼스 모드를 작동시키면 버튼앞쪽에 감춰져 있던 LED가 파란색으로 지속 모드에서는 녹색 빛이 난다. 전원이 부족하면 LED가 깜빡여서 교체 시기를 알 수 있다.
모양만 인체공학적이어서는 부족하다
최근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서 거대한 물기둥이 치솟은 현상이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얼음위성 속 물기둥이 외계 생명체의 단서라며 탐사선을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인류는 혼자가 아니라는 증거를 발견할지 모르겠다.
아마 그때쯤 날아다니게 될 우주선은 G602를 닮았을 것이다. 오른손잡이용으로 경사가 졌고 손가락 길이를 고려해 오른쪽이 좀 더 길며 엄지손가락을 편하게 거치할 수 있게 왼쪽에 날개까지 달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엄지와 새끼손가락 그리고 손바닥이 닿는 부분은 마찰력이 높은 소재를 사용해 격렬한 움직임에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했다. 땀이 많이 나는 손바닥 가운데가 닿는 최상부는 고무 재질로 만들었다. 땀이 기기수명을 단축 시키는 걸 방지하려는 설계다.
검정과 은색을 바탕으로 모두 무채색을 썼지만 부위별로, 기능별로 채도가 모두 달라 결코 심심하지 않다. 기계식 마이크로 스위치는 2천만 번까지 견뎌내는 내구성을 지녔다. 한때 AS때문에 말이 많았던 로지텍이지만 이정도 내구성이면 상대적으로 고가인 무선 마우스라도 아깝지가 않다.
수백만번은 문질러야 하는 바닥은 마찰이 적은 테프론(PTFE) 소재를 사용했다. 로지택측은 시속 250km로 문질러도 견뎌낸다고 말한다. 실제 그럴 일은 없겠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마우스를 정말 빠르게, 아주 많이 움직여야 할 일이 있다. DPI를 저속으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롤(LOL)보다는 배틀필드(BattleField)
자유롭게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버튼이 총 9개나 있는 G602는 추가로 상단 왼쪽에 두 개의 DPI 조정용 버튼이 있다. 게임 옵션을 건들지 않아도 게임 중 아무 때나 DPI를 조정할 수 있다. 최소 250DPI부터 최대 2500DPI까지 총 다섯 단계로 조절된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바로 아래 파란색 LED가 단계별로 늘어나고 줄어들어 움직여 보지 않아도 눈으로 먼저 확인할 수 있다.
롤플레잉 게임이나 롤(LOL) 같은 신종 액션 게임도 물론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하겠지만, 경험상 그런 종류의 게임들은 얼마나 적절하고 빠르게 단축키를 사용하는지가 승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G602의 아주 정교한 커서 움직임은 1인칭 액션 게임(FPS)에 아주 적합하다. DPI가 느릴수록 맞추기는 편할지 몰라도 빠르게 조준해서 먼저 쏘는 상대에게 취약할 수밖에 없다. DPI가 빨라도 손목 움직임에 정확히 따라와줘야 정확히 쏠 수 있다. FPS는 마우스 성능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장르다.
G602는 로지텍의 기존 유니파잉 USB 수신기가 아닌 전용 USB 나노 수신기를 채택했다. 초당 5백회의 보고율과 2.4GHz 무선 연결을 지원한다. PC와 초당 5백번 정보를 주고 받는다는 얘기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늘 궁금하지만 아마 설명을 들어도 이해할진 모르겠다. 대신 게임을 해 보면 그 진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정확도를 보장하는 또 다른 기술은 델타 제로 센서 기술(Delta Zero Sensor)인데 게이밍 제품이 아니더라도 로지텍 마우스 중 고급 모델에는 이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델타 제로 센서는 로지텍 G240 게이밍 마우스 패드에서 더 정밀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실제 사용해 보면 미끄러지듯 부드러운 움직임과 원하는 곳에 정확히 멈추는 마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게이밍 마우스 패드는 타사 제품을 여러 종류 사용해 봤는데 게임용이 아니더라도 마우스 움직임을 향상시켜 줘서 한 번 쓰면 계속 쓰게 된다.
구매지수 : 90점
Good : 밥줄 걱정 없는 현존 최고 성능 무선 마우스
Bad : 최신 제품임에도 최대 DPI가 낮다
리뷰조선 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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