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2013년에도 수많은 신제품들이 나와 소비자와 마니아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삼성 갤럭시 기어와 구글 글래스는 '입는 스마트 기기'로서 기존 모바일 기기의 개념을 확장했다. 2013년에 있었던 IT업계의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 보자.
■ 갤럭시S4, 1위 지켰지만 더이상 최고 아냐
올해 초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갤럭시S4였다. 매년 아이폰과 최고의 스마트폰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갤럭시S 시리즈라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막상 공개된 갤럭시S4는 기능·스펙이 일부 업그레이드된 것을 제외하면 전작인 갤럭시S3와 큰 차이가 없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디자인인데, 갤럭시S3보다 고급스러워졌지만 금속 소재로 만들어진 HTC 원(One)과 비교하면 싼티난다는 평이 많았다. 디자인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좋은 점수를 받았고 판매량도 갤럭시S3보다 높았지만 예전의 명성에 비교하면 기대 이하였다.
■ 팬택, 베가 아이언으로 반짝했지만…
올해 팬택의 시장은 좋았다. 국내 최초 6인치급 풀HD 스마트폰 '베가 넘버6'를 내놓아 주목을 받았고 뒤이어 금속 소재를 적용한 베가 아이언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특히 베가 아이언은 "디자인 하나만큼은 갤럭시S4보다 낫다"는 호평까지 받았다.
하지만 팬택의 자금사정은 암울했다. 올 상반기에 매출 8323억원, 영업손실 56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계속되었다. 삼성전자의 자금지원을 받아야 했고, 결국 팬택의 수장 박병엽 부회장이 물러났다. 그리고 베가 아이언에 이어 출시한 베가 LTE-A와 시크릿노트, 시크릿업은 디자인이 예전만 못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 최악의 마케팅의 정점을 찍었던 '월드워G'
LG전자는 옵티머스G의 후속모델 LG G2를 출시하면서 제품 교환권을 풍선에 달아 날려 보내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기압차로 풍선이 터지면서 떨어지는 교환권을 주운 사람에게 G2를 증정한다는 기획이었다.
하지만 이벤트의 의도를 잘못 이해한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아 교환권을 얻으려고 무질서한 행동을 벌이면서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LG전자는 후속 행사를 취소했다. 네티즌들은 영화 '월드워Z' 포스터를 패러디한 이미지로 이를 월드워G라 부르며 조롱했다. G2는 스터프 같은 여러 매체에서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선정되고 글로벌 판매량 300만 대를 앞두는 등 좋은 실적을 거두었지만 이벤트만은 최악이라는 혹평을 면하지 못했다.
■ 애플, 아직도 시장 선도할 힘 남았다
애플이 아이폰5S를 준비한다는 정보가 돌 때만 해도 이 제품을 기대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전작인 아이폰5와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이폰5C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하지만 신제품 출시 후에는 아이폰5S의 인기가 더 많았다.
아이폰5S에만 적용된 지문인식 기능 '터치ID'는 지문인식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또한 모바일 운영체제 중 처음으로 64비트 기반으로 만들어져 경쟁업체들을 자극했다. 삼성전자, 퀄컴 등 애플의 경쟁업체들은 64비트 기술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 소니의 소극적인 국내시장 간보기
지난 2년간 스마트폰 국내 출시가 전무했던 소니는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잊혀진 존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소니는 국내 시장 철수를 공식 발표한 적이 없었고, 꾸준히 가능성을 검토해 왔다. 소니코리아는 카메라나 오디오 신제품을 국내에 출시하는 행사를 열 때마다 꾸준히 엑스페리아 스마트폰을 노출해왔다.
그리고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엑스페리아 Z1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자급제 단말기 형태로 국내에 출시된다. 엑스페리아 Z 시리즈가 익스펜시스 같은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에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 보조금 논란은 현재진행중
올해 가장 큰 이슈는 방통위의 보조금 규제였다. 지난해 가을 고가폰인 갤럭시S3가 이통사 보조금까지 더해 할부원금 17만원대까지 떨어졌던 것을 시작으로 이통사들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심화되자 방통위가 연초부터 단속에 나섰다. 이통사들이 줄줄이 과징금과 영업정지 철퇴를 맞았다.
영업정지 이후에도 일부 대리점은 단속을 피해 주말이나 단기간에 기준 이상의 보조금 할인을 진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최근 추가 단속을 통해 이통사들의 위반 내역을 적발했으며, 27일 이통3사에 총합 10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 스마트 시계 고급 마케팅 안 통했다
구글이 지난해 말 구글 글래스를 공개한 이후부터 입는 스마트 기기,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는 차세대 기기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후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3와 함께 스마트 시계인 '갤럭시 기어'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어 홍보를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 주요 임원진이 공식석상에서 단체로 갤럭시 기어를 착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모델들과 콜라보레이션한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30만 원대의 가격은 기능을 고려하면 너무 비싸다는 평이 많았다.
뉴욕타임즈는 "아무도 이 시계를 사지 않을 것이며, 사서도 안 된다"고 혹평했다. 결국 이통사가 스마트폰과 갤럭시 기어를 묶어 파는 패키지 상품을 내놓기도 하고 소셜커머스 특가 상품으로 나오는 등 고급 마케팅과는 거리가 먼 판매 전략이 쓰였다. 최근 갤럭시 기어 해외 광고가 네티즌들의 혹평을 받는 등 갤럭시 기어의 수난은 현재진행형이다. [조선일보 앱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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