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택빌딩 지하 식당에서는 팬택 직원들이 틀어놓은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졌다. 이 소리는 식당에 설치된 스피커나 오디오 시설을 이용한 것이 아니다.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재생하고 탁자 위에 올려놓자 탁자에서 스마트폰의 음악이 들렸다.
팬택이 올해 마지막 신제품으로 발표한 '베가 시크릿 업'은 베가 LTE-A와 베가 시크릿노트에 이어 강력한 보안 기능을 탑재하는 동시에 음악 기능을 강화했다. 최근 스마트기기에서 카메라와 오디오 기능에 중점을 두는 추세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베가 시크릿 업의 핵심 기능을 즐기려면 베가 시크릿 업과 함께 출시되는 '사운드 케이스'가 필요하다. 사운드 케이스는 기존 스마트 플립케이스에 후면 진동판 스피커가 달린 액세서리다. 베가 시크릿 업으로 음악을 튼 상태에서 사운드 케이스의 진동판 부분을 상자에 갖다대자 상자가 울리면서 더욱 큰 소리를 낸다.
진동판을 상자나 종이에 갖다대 스피커로 쓰는 아이디어 상품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스마트폰 전용 액세서리에 접목한 사례는 베가 시크릿 업이 처음이다.
스마트폰을 갖다대는 대로 음악을 크게 들을 수 있으므로 일일이 스피커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방 안에서 음악을 들을 때는 물론, 야외에서도 종이 박스에 올려놓고 여러 명이 음악을 감상하기 좋다.
음악 관련 기능도 강화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24비트 무손실 음원을 지원하며, SNR(신호 대 노이즈)도 더욱 좋아졌다.
베가 시크릿 업은 겉모습만 보면 베가 시크릿노트의 축소판이다. 베가 아이언 이후로 팬택만의 개성이 사라진 평범한 디자인에 후면 지문인식센서가 달린 것까지 같다. 오디오 기능을 제외하면 베가 시크릿노트와 외형상 큰 차이가 없다.
기존 보안 기능에 시크릿 블라인드 기능을 추가했다. 시크릿 블라인드는 옆에 앉은 사람이 내 스마트폰의 화면 내용을 볼 수 없도록 화면을 가리는 기능이다. 또한, 사용자 취향에 맞춰 UI 디자인을 바꿀 수 있는 '스타일 테마'와 '디자인 홈' 등의 기능을 적용했다.
스마트폰에 진동판을 달아 소리를 확장하는 기능은 매우 기발하고 재미있다. 갖다대는 대로 음악이 나오는 것을 보니 마치 '뮤직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마술 도구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음악 기능 하나만 보고 베가 시크릿 업을 고르기에는 나머지 기능이 너무 어정쩡하다. 지문 인식 보안 기능은 그렇다 쳐도, 여전히 손떨림과 화질이 개선되지 않은 카메라와 팬택만의 매력이 실종된 디자인은 나중에라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5.6인치의 큰 화면임에도 전원버튼이 상단에 있어 누르기가 불편하다. 경쟁사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최신버전인 4.3~4.4를 탑재하거나 업그레이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4.2 버전을 고수한 점도 아쉽다.
이 밖에도 최근 구글 넥서스5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기점으로 비싼 스마트폰 가격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시점에서 90만원대의 비싼 가격을 고수한 것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음악 기능 하나만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기엔 타사 제품들이 너무 강력하다. [조선일보 앱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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