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전문가의 카메라로 인식되던 DSLR 카메라가 일반 소비자에게 인기를 끄는 데는 저렴한 가격이 큰 몫을 했다. 수백만 원대 DSLR 카메라와 성능이 비슷하면서도 가격이 100만원대인 보급형 DSLR 카메라가 나오면서 값비싼 하이엔드 카메라 시장을 대체한 것이다. 100만원대라는 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격 대 성능비를 기준으로 할 때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최종 마지노 선이라 할 수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 중 최초로 풀프레임 규격을 적용한 소니 알파 A7 시리즈(A7, A7R)는 그런 점에서 DSLR 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제2의 터닝포인트가 될 가능성을 갖춘 제품이다. 풀프레임 카메라 중 처음으로 100만원대의 가격을 책정해 중급 이상의 카메라를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카메라에서 풀프레임 규격은 프로 사진가들이 선택하는 마지노 선과 같다. 풀프레임은 아날로그 카메라용 필름 규격 중 가장 많이 쓰였던 35mm 필름과 비슷한 디지털 판형 규격이다. 기존 풀프레임 카메라는 DSLR 카메라 뿐이었고, 가격은 최소 2백만원대다. 풀프레임 카메라보다 저렴한 카메라는 풀프레임 규격보다 훨씬 작은 센서를 달아 화질이나 렌즈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A7은 풀프레임 카메라지만 번들 줌렌즈를 포함해도 2백만원을 넘지 않는다. 풀프레임 카메라를 사기 위해 예산을 정한다면 타사 풀프레임 카메라 바디와 렌즈를 구매할 돈으로 A7과 렌즈, 그리고 액세서리 한두 개를 더 장만할 수 있다. 특히 100만원대 예산으로 중급형 DSLR 카메라나 중고 풀프레임 카메라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기 좋다. 실제로 A7 출시 직후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사 제품 중 일부가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가벼운 것은 가격뿐만이 아니다. A7은 기존 풀프레임 DSLR 카메라보다 훨씬 가벼워 휴대하기 좋다. 풀프레임 DSLR 카메라는 렌즈를 끼우면 최소 1kg에 육박하기 때문에 가방 없이는 장시간 휴대하기 어렵다. 반면 A7은 번들 줌렌즈나 가벼운 단렌즈를 끼우면 무게가 아이패드 한 대와 거의 비슷하다. A7을 리뷰하면서 칼자이스 35mm 단초점 렌즈를 끼우고 다녔는데 한나절 동안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녀도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A7은 DSLR 카메라를 축소하고 매끈하게 다듬은 듯한 디자인이다. 한편으로는 보석 세공을 앞두고 형태만 잡아 놓은 다이아몬드 원석 같기도 하다. 뒷면에는 DSLR 카메라처럼 버튼과 다이얼로 꽉 차 있지만 정리가 잘 되어 심플해 보인다. A7을 동료 여직원에게 보여주자 예쁘다며 관심을 보였다. 보급형 미러리스 카메라처럼 화이트, 핑크 같은 다양한 색상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는 타사 제품과 달린 대부분 두툼한 그립을 달았다. A7도 이전 제품과 비슷한 그립을 달았다. DSLR 카메라보다는 작지만 손이 작은 사용자에게는 적당한 수준이다. 손이 큰 사용자라면 세로그립이나 속사케이스처럼 그립감을 보강하는 액세서리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촬영할 때는 전자식 뷰파인더(EVF)나 화면을 보면서 촬영한다. 화면을 이용하다가 카메라를 얼굴에 갖다대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화면을 끄고 뷰파인더 모드로 전환한다. 화면은 상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팉트식으로 하이앵글이나 로우앵글 촬영을 할 때 편리하다.
버튼 수가 많기 때문에 처음 익힐 때는 시간이 걸리지만, 익숙해지면 매우 빠르고 편하게 카메라를 다룰 수 있다. 특히 버튼 중 3개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설정할 수 있으므로 자주 쓰는 기능을 걸어 두면 매우 편리하다. 하지만 다이얼과 휠의 활용도는 기대보다 떨어진다. A7은 커스텀다이얼 2개와 휠 1개를 달아 보통 다이얼 1~2개만 쓰는 타사 제품보다 조작성 면에서 유리하지만 다이얼과 휠의 역할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배터리 소모가 다소 빠르다. 배터리를 완충하고 사용한 지 1시간을 갓 넘겼을 때 배터리 잔량이 70%대로 뚝 떨어졌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전력을 소모하는 전자식 뷰파인더나 화면을 계속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DSLR 카메라보다 빠르다. 하루 종일 출사를 나간다면 여벌로 배터리를 1~2개 정도 더 구매할 것을 권한다.
알파 A7 시리즈는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만큼 화질도 뛰어나다. 특히 칼자이스 35mm 단초점 렌즈와의 조합은 최상이다. 원본 사진을 그대로 크롭해서 써도 될 정도로 해상력이 뛰어나며 질감 표현력이 좋다. 또한, 색을 맑고 선명하게 표현하여 굳이 후보정을 하지 않아도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
특히 알파 A7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풀프레임 규격이라는 것이다. 풀프레임보다 작은 센서였다면 화각에서 손실을 봤겠지만 풀프레임 규격이라 35mm 렌즈의 화각을 100% 활용할 수 있다. 35mm 단초점 렌즈를 APS-C 규격 카메라에 끼워도 화각이 애매해져 풍경사진을 찍기 어렵지만 A7에 끼우니 풍경 촬영은 물론 근거리의 피사체를 담기에도 좋다.
소니, 올림푸스 등 몇몇 카메라 업체가 미러리스 카메라를 처음 출시했을 때부터 일부 사용자들은 풀프레임 규격을 적용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기대해 왔다. 소니 알파 A7은 이러한 사용자들의 꿈을 실현한 첫번째 카메라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프로 사진작가의 요구에 대응하는 풀프레임 규격과 탁월한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아마추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DSLR 카메라 초창기에 저렴한 보급형 DSLR 카메라가 DSLR 카메라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했듯, 알파 A7 시리즈도 풀프레임 카메라 수요 확대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구매지수: 90점
Good: 풀프레임치고는 저렴한 가격, 뛰어난 화질, 휴대성
Bad: 10%는 아쉬운 조작성, 빠른 배터리 소모 [조선일보 앱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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