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제조사마다 다른 특성으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한 때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물사진 하면 □□" 하며 카메라 브랜드 특성을 정하는 게 유행이기도 했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대세가 된 지금도 이는 여전하다.
그중 파나소닉은 탁월한 조작성과 빠른 퍼포먼스, 개성은 부족하지만 크게 흠 잡을 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은 콤팩트 카메라 시절부터 파나소닉 지지층을 다지는 원동력이 되었다. 국내 유통사인 파나소닉코리아가 출시할 생각도 안 했던 미러리스 카메라 GF1이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만으로 국내에 출시되었던 사연은 유명하다.
파나소닉 루믹스 GX7(이하 GX7)의 첫인상은 신선하다기보다 친숙했다. 후지필름을 시작으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클래식풍 디자인이다. 다소 두툼한 그립부와 전자식 뷰파인더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 콘셉트는 10년 전 모델인 루믹스 LC1을 닮았다.
이전 제품인 GX1이나 GF 시리즈와 비교하면 다소 크고 무거워졌다. 소형화를 지향하는 GF 시리즈와 달리 성능과 조작성에 중점을 두면서 차별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웬만한 DSLR 카메라보다 작고 가볍다. 특히 파나소닉의 20mm F.1.7 소형 단초점 렌즈를 끼우면 코트 주머니에도 들어갈 정도다.
GX7은 직육면체형 바디에 매우 많은 버튼과 다이얼을 집어넣었다. 파나소닉 전 제품을 통틀어 버튼과 다이얼이 많은 축에 속한다. 이는 마니아나 전문가가 선호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버튼과 다이얼 기능만 숙지하면 일일이 화면을 보지 않아도 카메라 기능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버튼 위치를 모두 익히고 나니 카메라 조작이 매우 수월해졌다. 버튼과 다이얼이 손에 척척 감기는 느낌이다. 특히 셔터 주변을 두른 다이얼 덕에 수동 모드 조작이 편리하며 손가락으로 돌리는 맛도 일품이다. '손맛'이 참 좋은 미러리스 카메라다. 카메라 조작이 익숙해질수록 점점 '내 것'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GX7의 가장 큰 특징은 전자식 뷰파인더다. 햇빛이 강한 대낮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카메라의 화면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뷰파인더는 빛을 차단할 수 있으며, 카메라를 몸에 더 가깝게 붙이는 자세를 유도하므로 사용자가 더욱 안정된 자세로 사진을 찍도록 돕는다.
특히 GX7의 전자식 뷰파인더는 위로 들어올릴 수 있어 자세를 낮추지 않고도 로우앵글 촬영을 할 때 편리하다. DSLR카메라 사용자 중에서도 로우앵글 촬영을 위해 앵글파인더 같은 액세서리를 쓰는 경우가 많다. GX7은 별도의 액세서리 없이도 쉽게 로우앵글 촬영을 할 수 있어 뷰파인더의 활용도가 크다. 아이나 동물처럼 키 작은 피사체를 찍을 때 유용하며, 카메라를 매번 얼굴까지 들어올리지 않고도 화상을 볼 수 있어 순간 포착에도 도움이 된다.
이전 파나소닉 미러리스 제품들이 그랬듯, GX7도 매우 빠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초점을 빠르고 정확하게 잡는다. 낮이든 밤이든, 실외든 실내든 초점이 잘못 잡혀 스트레스 받을 일이 거의 없었다. 타사에서 미러리스 카메라를 내놓을 때마다 AF가 무슨 방식이냐에 따라 논란이 있었지만 파나소닉 제품은 유독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로웠다.
기존 파나소닉 미러리스 카메라는 대체로 화질 면에서 평균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마이크로 포서즈 규격이라 타사 제품보다 얕은 심도를 표현하는 데 취약한 대신 풍경 촬영에는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GX7도 이러한 장점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특히 디지털 이미지 처리 기술이 좋아지면서 기존 제품보다 고감도 노이즈 처리가 뛰어나다. 최근 나오는 카메라들은 노이즈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색의 생동감이 떨어져 '물 빠진 사진'이 되는데 GX7은 색 채도값을 높여 이를 극복했다.
지금까지 미러리스 카메라는 휴대성과 화질, 성능, 조작성 등 여러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콤팩트 카메라 수준의 휴대성을 갖추면서도 DSLR 카메라로 눈이 높아진 사용자를 만족하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파나소닉 루믹스 GX7은 이러한 과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 '미러리스 카메라의 완성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GX7은 카메라를 자주 휴대하면서도 빠르고 정확한 조작성을 필요로 하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에 적합한 특성을 갖추었다. 100만원 중반대의 비싼 가격은 많은 사용자를 포용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겠지만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알찬 카메라다.
■구매지수: 90/100
Good: 틸트 뷰파인더의 유용함, 뛰어난 조작성
Bad: 좋은 제품이지만 다소 비싼 가격대 [조선일보 앱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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