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재까지 약 70여 가지의 기계식 키보드들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고, 일부 제품의 경우 월 수천 대의 판매실적을 자랑할 정도로 그 확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입문용부터 게이밍 기어 제품 그리고 전문매장들과 주의점들을 알아봤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키보드 타입 또는 방식은 대략 세 가지 정도. '멤브레인(Membrane)타입'이라 해서 일부 고가 게이밍 기어 제품에 사용되는 것을 제외하곤 일반 소비자들이 싼값에 구매해 사용하는 대부분의 키보드가 이 방식을 사용한다. 그리고 앞으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볼 'Cherry MX 스위치 타입'과 일본 토프레사의 리얼포스 및 일부 제품에 사용되는 '정전 용량무접점 방식' 정도가 있다.
■ Cherry MX, 그리고 감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Cherry MX'스위치는 독일 ZF 그룹 산하의 ZF Electronics GmbH 계열사로 분류되는 'Cherry' 브랜드의 입력 스위치를 말한다. 1967년 그 첫발을 디딘 후 현재까지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입력장치 제조사에서 만들어지는 스위치라고 생각하면 쉽다.
체리사의 'Cherry MX'스위치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면과 장착된 사진의 예다. 상단에 키캡(KeyCap)을 꼽는 부분과 끝 부분에는 고정 및 입력되는 신호를 전달하기 위한 부분으로 나뉘는데, 가운데를 열면 타이핑의 저항을 주는 '스프링'이 존재한다. 통상 '키압'으로 불리는 스위치 색상으로 나뉘는 이 스프링의 저항을 수치로 보면, 청축(클릭) 50g±15g, 갈축(넌클릭) 45g±20g, 적축(리니어) 45g±20g, 흑축(리니어) 60g±20g으로 수치상으로는 갈축과 적축이 가볍고, 그 뒤를 청축, 흑축이 따르는 모습이지만, 소비자 개개인이 직접 보고 타이핑해봐야 하는 몇 가지 변수들이 있다.
첫째, 제조사별로 서로 다른 키캡의 무게다. 'Cherry MX'스위치를 사용해 키보드를 제조하는 업체들 사이엔 통일된 키캡 규격은 없다. 즉, 일반적인 키보드 배열 및 위치를 준수하긴 하지만, ABS, PBT와 같은 다른 키캡 소재를 사용함으로 인한 무게의 차이는 지지해 주는 스프링이 '키압'과 더해져 수치 외에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둘째, 키캡 디자인과 촉감이다. 제조사들의 키캡들을 면밀하게 보면, 미묘한 차이들을 가진다. 폰트의 차이, 인쇄의 차이도 있지만, 손가락을 가장 많이 올리게 되는 키캡 상단의 'U'자형으로 들어가는 홈의 각도가 서로 다르다. 이와 더불어 밋밋한 평면을 가진 키캡이 있는 반면, 까끌까끌한 느낌이 나는 촉감을 자극하는 키캡을 사용하는 제품도 있다.
각 스위치가 내는 소리를 첫 번째 변수라고 한다면, 첫째와 두 번째 변수는 손가락 힘의 변수와 촉감이라고 하는 변수다.
셋째, 손목과의 관계다. 대부분 제품 뒷면에 있는 각도 조절 부분을 올려서 사용하는데, 이때 키캡들의 각도와 더해져서 자신의 손목이 편한가, 불편한가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린다. 여기엔 중요한 변수가 더해지는데, 바로 가죽이나 나무 소재로 판매 중인 손목 받침대를 들 수 있다.
넷째, 시각에 대한 변수는 대략 두 가지다. 현재도 발매되고 있지만, 제품 상판과 키캡 색상의 변경이다. 일반적인 키보드들이 화이트나 블랙 색상 위주로 발매한다면, 기계식 키보드들은 상판 색상의 변화를 준 제품을 출시하거나, 다양한 색상의 키캡 심지어 투명 키캡까지 판매해 소비자가 자신만의 개성에 맞게 변경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 불고 있는 백라이트 LED 채용 제품들의 돌풍은 눈을 즐겁게 한다. 레드, 블루, 화이트 LED를 탑재한 제품들과 더불어 개별 색상을 지정하는 제품들은 다양한 효과들을 뽐내면서 눈을 즐겁게 한다.
'Cherry MX'스위치로 대표되는 기계식 키보드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많은 감성적 변수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 가진 오감 중 촉각, 청각, 시각을 사로잡는 다양한 키보드 중에 눈에 띄는 제품들 네 가지를 선정해 봤다.
■ 입문용에서 게이밍 기어 제품까지 4종
기계식 키보드는 대략 세 가지로 나뉜다. 보통 10개의 숫자 키를 모두 가지고 있는 '풀사이즈' 키보드, 이 숫자 키가 없는 '텐키리스' 키보드, 그리고 멀티미디어 키를 제외하고 게임에 사용되는 단축키를 넣기 위해 또는 특수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추가로 키를 가지고 있는 '게이밍 기어' 키보드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일반형 키보드를 사용하다가 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입문용' 키보드를 먼저 소개한다.
텐키리스 키보드인 Leopold사의 FC600R이란 제품이다. 현재, 단종되고 있는 FC700R 및 이미 단종된 FC200R의 뒤를 잇고 있는 제품으로 최근에 발매된 모델이기도 하다. 블랙 색상 한 종류로 나오는 제품으로, 입문용이기 때문인지 청축 제품을 많이 선호한다고. 현재 판매가격은 89,000원 선.
풀사이즈 키보드인 엠스톤코리아사 SB74 Santorini 클릭 제품이다. 그리스의 유명 관광지 산토리니의 건물 벽과 같은 화이트 톤 제품으로 별도로 판매하는 키캡들 역시 색상이 산뜻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판매가격은 FC600R과 동일한 89,000원 선.
입문용 키보드들의 가장 큰 특징은 특별한 기능을 배제하고 '아. 이것이 기계식 키보드군'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타이핑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들이라는 것이다.
커세어 벤젼스 K70은 게이밍 기어라 할 만한 제품이다. 비록 적축 제품만 나오고 그 때문에 레드 LED로 멋을 냈지만, 블랙 톤의 알루미늄 바디에서 나오는 포스는 대단하다. 각종 모드를 지원하고 청소까지 용이한 이 제품은 멤브레인 키와 섞여서 발매되어 호되게 신고식을 치른 전작에 비해 만족도가 높다는 평이다. 현재 판매가격 193,500원 선.
게이밍 기어 역할은 물론이고 일반형태 풀사이즈 기계식 키보드에서 올해 가장 핫한 제품이라면 역시 Deck Hassium 108을 들 수 있다. 나사를 사용하지 않는 상하판 체결방식은 물론이고, 제품 완성도면에서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기도 하다. 전언에 따르면, 하드웨어적인 완성도는 물론이고, 제품에 탑재된 '전체 키 매크로 기능'활용에 대한 편리성을 높이는 방법을 제조사와 강구하고 있어 기존 사용자들은 물론이고 Deck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앞으로 보다 더 만족스럽게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판매가 159,000원 선. 단, 이중 사출 키캡을 사용한 흑축 제품은 195,000원.
■ 오프라인 전문매장은 어디에… 그리고 사용 중 주의할 것들
기계식 키보드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많은 변수를 가진 감성적인 제품이다. 멋들어진 상품정보나 전문 사용자들의 리뷰도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일반 키보드 가격의 약 10배에 달하는 제품을 쉽게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용산에 있는 전문매장 두 곳을 찾아가 구매 시나 사용 중 주의사항 등을 알아봤다.
선인상가 21동 3층에 자리하고 있는 'PC기어'. 기계식키보드 전문 전시매장답게 많은 제품을 전시·판매 중이다. 여러 커뮤니티나 상품정보 하단 등에 노출되어 인지도가 높은 편으로, 구형 기계식키보드의 수리도 직접 유상으로 해주는 서비스도 한다.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점심시간인 12시부터 1시까지는 손님을 받지 않으니 해당 시간은 피해야 한다. 문의 02-701-8144
최근에 나진상가 19동 2층에 오픈한 '멕샵'이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기가바이트, 레이저, Deck, 잘만, 체리, 삼성전자 기계식 키보드 제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아직 국내 미발매 중인 기가바이트사의 최신형 마우스인 우라늄과 같은 마우스를 매장에 비치된 두 대의 PC에 연결해 LOL, 디아블로3 같은 온라인 게임은 물론 최신게임인 배틀필드4의 경우 아이디가 없더라도, 부탁하면 회사 아이디로 잠시 즐길 수 있게 해, 단순한 타이핑 뿐만 아니라, 즐기는 게임에서도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이 어떤지 알 수 있게 차별화를 둔 것이 특징이다. 오전 9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영업시간이고, 토요일은 오전에만 근무한다. 문의 02-701-1036
이 두 매장에서 기계식 키보드를 구매하고 사용하는데 주의사항을 물어봤다. 먼저, 구매전에는 마음에 드는 제품 두어 개를 두고 인터넷상에 리뷰나 댓글들 그리고 사용기를 참고한 후에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전문매장을 찾아서 조언을 구하고 직접 타이핑을 해보고 구매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개방되어 있는 매장 구조상 청축 스위치 제품의 경우 타이핑 음이 주로 사용해야 하는 사무실이나, 방에서 듣는 소리보다 적게 들릴 수 있으니 구매 시 주의해야 한다고,
구매를 한다면 꼭 챙겨야 할 것들이 있는데, 바로 영수증이다. 구매 영수증에 기재된 날짜를 기준으로 A/S기간 내에 무상 수리를 해주기 때문에 꼭 챙겨야 한다고, 더불어, 리무버나 별도의 키캡을 제공한다면 이것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방문해서 구매했다면 키캡을 빼는 도구인 리무버 사용법을 배우고 직접 키캡을 빼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간혹 과도한 힘을 주어서 스위치까지 뽑혀 A/S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사용 중에 주로 발생하는 것들을 보면, 스위치 불량, USB 케이블 단선, 음료에 의한 오염 정도라고 한다. 스위치 불량의 경우 한 개에서 여러 개가 불량이 나도 A/S 기간에는 무상으로 수리가 가능하지만, 기간이 끝나면 개당 약 3천 원가량의 교체비용이 든다고 한다. 음료, 특히, 탄산음료나 커피가 제품에 들어간 경우에는 바로 A/S 센터에 문의를 하고 A/S를 받는 것이 좋다고. 무상A/S 기간 중이라도 이 부분은 소비자과실로 유상수리비가 청구되는 경우가 많으니, 가급적이면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PC가 아니라면 기계식 키보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근 많은 소비자가 제품들을 찾고 있고, 더불어 제품은 물론이고 주변기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단순한 사무업무에서 게임까지 일상에 오랜 시간 동안 청각, 시각, 촉각을 즐겁게 해 줄 기계식 키보드의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핸드모바일닷컴 박도성 dosung_pa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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