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가
오상직 : 게임의 재미보다 돈을 먼저 쓰게끔 유도하네? 그렇다면 '삭제'로!…★ 1.0

일본에서 매출 3위까지 올랐던 TCG라고 해서 기대감을 너무 크게 갖고 있었나보다. 보더 브레이크 : 폭풍의 건프론트가 사전에 너무 많은 일들을 벌렸던 것에 비하면 게임의 재미는 기대 이하였다. 분명 해외 성적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한국 게이머들의 보편적인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어서 흥행의 실마리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 화려한 인트로, 그 뒤엔?

보더 브레이크를 처음 실행하면 화려한 동영상(?)이 하나 실행된다. 각종 로봇들이 등장해 무기를 자랑하고 다양한 기체들이 즐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른쪽 하단에 보이는 스킵 버튼을 누르지 않고 끝까지 보고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게임 화면으로 바뀌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글래머로 포장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2D 평범한 그래픽의 여성 캐릭터가 환영의 손짓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어색한 그래픽은 본격 게임을 시작하고도 그대로였다. 성의 없는 듯한 고딕체의 글자 폰트는 게임을 하는 내내 눈을 자극했다. 게임을 설명할 때 으레 붙기 마련인 '한층 진보된 그래픽'이라는 말을 붙이기 힘든 작품이었다.

또한 네모 반듯하게 각진 카드들의 모습도 아무리 메카닉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예뻐 보이지 않았다.예쁘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선호하는 보통의 유저들로서는 꽉 찬 화면만으로도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해 보였다. 그런데 그 좁은 화면에 블레이드 런너(로봇)과 조종사를 동시에 표현하다보니 일러스트를 감상하기도 힘들어 보였다. 그래픽으로 봤을 때 세가의 명성에 어울리는 게임일지 의구심이 들었다.

◆ 메카닉의 한계? 매력 부존재

메카닉, 로봇이라고 한다면 남자들로 유저 대상이 확 줄어들고 만다. 이유는 여성 유저들이 좋아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메카닉 게임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한국에서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보더 브레이크 역시 메카닉 게임이다. 남자라면 환장할 것만 같은 게임이지만 국내 남성 유저들에게도 메카닉 게임은 재미없기 마찬가지다. 이유는 로봇보다는 귀엽고 예쁜 여자 캐릭터가 좋고, 인간미 없는 총과 폭탄의 싸움보다는 몸으로 부딪히기나 마법을 쓰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보더 브레이크가 클랜전, 스토리 퀘스트 등으로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 놨으나 이전의 TCG의 명성을 깨뜨릴만한 특별함이 부족해 보였다.

특히 TCG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뽑기' 시스템에서 브론즈 뽑기와 실버 뽑기의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즉 골드 뽑기를 위해 돈을 지불하지 않는 이상 남들보다 강한 로봇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에 한계가 있다.

이는 게임을 즐기면서 돈을 지불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돈을 지불하고 난 사람들만이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처음부터 진입장벽을 만들어놨다는 인상이 강했다.

결국 메카닉 장르라는 한계가 있음에도 일본에서의 성공만으로 국내 시장의 벽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아닌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메카닉의 진짜 마니아라면 해볼 수 있겠으나 일반 유저들이라면 초기 무료 아이템을 모두 소진하고 좋은 카드 한 장 없다면 바로 지울 것같은 게임이었다.

[오상직 기자 sjoh@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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