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시럽과 눈으로 유명한 캐나다에서 날아온 PSB M4U 1 SPEAKERS(이하 M4U 1)는 패셔너블한 디자인과 상반되는 오디오 애호가를 위한 정교한 소리가 놀라운 제품이다. 전작인 M4U 2는 파워 앰프와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내장해 유수의 오디오 전문 매체들로부터 "가장 뛰어난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중 하나"라는 극찬을 들었다.
신제품 M4U 1은 앰프를 제거한 패시브(Passive) 헤드폰으로 호평 받은 40mm 다이나믹 드라이버는 그대로 채용하면서 임피던스 관용도를 높인 드렌듀서를 장착했다. 가격은 가장 많은 브랜드 제품이 포진한 20만원 대로 경쟁력을 높였다.
디자인을 보면 닥터드래나 소울바이루다크리스 등의 북미 성향 제품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헤드유닛은 귀를 완전히 감쌀 정도로 크다. 밴드도 넉넉한 사이즈로 머리가 눌리긴 해도 착용감은 편안하다. 유광 플라스틱과 금속, 가죽을 섞어 역동적이고 개성 강한 외형을 완성했다. 색상은 레드와 그레이 등 두 종류다.
포터블 제품답게 밴드 안쪽으로 완전히 접히는데 경첩 부분은 은색 플라스틱이고 밴드는 금속 소재라 상처가 나거나 부러지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된다. 접는다고 많이 작아지지는 않지만 기본 제공되는 플라스틱 주머니에 넣으면 딱 맞는 크기로 휴대하기 편하다. 케이블도 분리해서 보관할 수 있다. 사용할 때는 헤드폰 왼쪽이나 오른쪽 중 선호하는 곳에 연결해 쓰면 되니 아주 편리하다.
M4U 1이 좋은 점 중 하나는 추가 액세서리를 넉넉히 주는 데 있다. 스마트폰 리모콘이 달린 케이블과 일반 케이블 두 종류에, 클린 융과 케이스를 가방과 연결하는 클립까지 제공한다. 게다가 이어패드 한 쌍을 추가로 준다. 다른 브랜드는 이어패드 교체 비용만 몇 만원씩 받는다. 캐나다의 여유로움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가격대비 놀라운 음질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 시장에는 이미 좋은 헤드폰이 넘쳐난다. 특히 20만원 대 헤드폰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 브랜드의 기술력이 집중된 시그니쳐 모델이 대거 포진된 곳이다. 캐나다에서 날아온 낯선 브랜드, 게다가 저음만 빵빵 울려대는 북미 쪽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 음질이 좋으리란 기대를 거의 하지 않았다.
시중에서 음질 좋기로 정평이 나 있는 헤드폰과 이어폰 리뷰를 다수 진행해 본 경험으로 M4U 1은 단언컨대 가장 가성비가 뛰어난 헤드폰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스테이징이 약간 명확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채널간 균형이 수준급이고 선명도는 날렵하기까지 하다. 패시브 헤드폰이고 임피던스가 높은 편인데도 아이폰에 비해 출력이 낮은 안드로이드 폰에서도 짱짱하게 울려준다.
M4U 1은 전작인 M4U 2와는 성향이 약간 다르다. M4U 2는 앰프를 켜지 않으면 갑갑하고 명료하지 못한 소리를 들려줬던 반면 M4U 1은 볼륨을 크게 높이지 않아도 된다. 대신 소스에 상당히 민감하다. MP3 파일을 내려받을 때는 되도록 용량이 높은 것으로 선택하고 무압축 음원을 듣도록 하자. "나는 막귀다"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그건 당신의 스마트폰이 문제가 아니라 헤드폰과 음원이 문제였을 뿐이다. 이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 보길 권한다.
PSB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가수 박정현의 노래 PS. I love you를 떠올렸다면 유치한 걸까? 그만큼 유추하기 난해한 이름이다. 사실 PSB는 회사의 설립자인 Paul & Sue Barton의 이름을 앞 글자만을 딴 것이다. 미국의 유명 오디오 브랜드 보스(BOSE)가 창립자이자 개발자인 보스 박사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처럼 오디오 브랜드는 유독 창립자나 기술 개발자의 이름을 붙인 경우가 많다. 일반 공산품과 다르게 만든 사람의 기술력과 자부심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M4U 1에 그래도 아쉬운 점이라면 차음성이다. 저음이 풍부한 경쟁사 제품들과 비교하면 버스나 지하철, 도로 옆 인도를 걸으며 청음했을 때 외부 소음으로 볼륨을 더 높여야 하거나 거슬릴 때가 많았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가격대에 포진한 만큼 디자인에서 소비자의 선택이 많이 갈릴 수 있겠다. 이제 좀 살만한 가격까지 내려온 소니 MDR-1R, 필립스 L1과 함께 추천한다.
구매지수 : 85점
Good : 가성비 최고 수준의 음질. 풍부한 액세서리는 덤.
Bad : 보통 비율로는 소화하기 힘든 디자인. 아쉬운 차음성.
리뷰조선 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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