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RX 시리즈는 지난해 나왔던 디지털카메라 중 가장 이색적인 제품군이다. RX 시리즈가 속한 하이엔드 디지털카메라 분야는 원래 DSLR과 미러리스가 주도하는 전문가형 카메라에 밀려 인기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소니가 출시했던 제품 중 미러리스 제품군인 NEX 시리즈와 더불어 인기를 양분했다. RX100은 출시한 지 2개월 만에 소형 카메라 매출 1위를 기록했다. RX1은 출시 당시 300만원을 넘는 비싼 가격에도 초판 한정 수량 100대가 매진되기도 했다.
RX 시리즈는 동급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큰 이미지 센서와 고급 렌즈를 사용한다. RX100은 일반 소형 카메라보다 약 4배 이상 큰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으며, RX1은 미러리스 카메라에도 없는 풀프레임(35mm 필름 크기에 준하는 이미지 센서 규격) 센서를 탑재했다. 또한, 세계 3대 명품 렌즈 브랜드 중 하나인 자이스(칼자이스) 바리오조나 T스타 렌즈를 달았다. 좋은 센서와 렌즈를 쓴 만큼 화질도 뛰어났고, 이는 RX 시리즈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소니가 6일 국내에서 발표한 RX100 II와 RX1R은 기존 RX 시리즈의 노선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당장 RX100 II와 RX1R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두 제품은 기존 제품의 마이너 업그레이드나 가지치기 모델의 성격을 띄고 있다. 소니는 신제품 출시 이후에도 기존 제품인 RX100과 RX1을 단종하지 않고 함께 판매할 계획이다.
RX100 II는 RX100에 핫슈와 틸트 액정 화면, 와이파이(Wi-Fi), NFC 등의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다. 소니에 따르면 RX100 사용자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해 이를 신제품 개발에 반영했다고 한다. 사소한 변화지만 RX100에서 자이스 로고를 스티커로 처리했던 것과 달리 RX100 II은 제대로 된 로고가 붙어 있다. RX100은 다른 하이엔드 카메라와 달리 핫슈가 없어 외장 플래시를 이용한 촬영에 제약이 있었지만 RX100 II는 핫슈를 통해 외장 플래시를 지원한다. 또한,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PC에 사진 전송이 가능하며, NFC를 탑재한 스마트폰에 RX100 II를 접촉하기만 해도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옮길 수 있다.
RX1R은 기존 RX1과 99% 같다. 유일하게 다른 것은 이미지 센서뿐이다. RX1R은 광학 로우패스필터가 없는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 광학 로우패스필터는 이미지 센서가 사진을 기록할 때 발생하는 모아레(사진 속 피사체를 표현하는 선이 물결이나 계단처럼 층이 지는 현상)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광학 로우패스필터를 쓰면 모아레를 없앨 수 있지만 사진 해상도가 다소 떨어진다. 과거에는 카메라 화소와 디지털 프로세싱 기술이 낮아 이를 극복할 방법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광학 로우패스필터를 없애 사진 해상도를 끌어올리는 추세다. 다만 사용자의 취향을 고려해 소니 RX1이나 니콘 D800처럼 광학 로우패스필터가 있는 제품을 같이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
RX100 II와 RX1R이 기존 RX 시리즈의 성공을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신제품이 나오면 주로 기존 제품 대비 성능 향상과 가격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지만 신제품들은 성능이나 가격에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메리트가 거의 없다. RX100 II의 가격은 94만 9천원, RX1R은 349만원이다. RX100 II는 RX100에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라 가격이 5만원 더 비싸고, RX1R은 RX1과 가격이 같다. 기존 제품들이 출시한 지 시간이 꽤 지나서 온라인 쇼핑몰과 오픈마켓의 판매가격은 더욱 차이가 난다. 가격적인 메리트는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신제품이 기존 제품의 아쉬웠던 점을 보완한 만큼, 성능이나 구매가치 향상보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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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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