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비자가 구매하는 PC용 그래픽카드 중 원래 제품 성능보다 낮은 '리마킹' 칩셋을 쓴 제품이 국내에 팔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유통사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30일 국내 IT 정보웹진 케이벤치는 "국내에 유통되는 지포스 GT630 그래픽카드 중 일부가 리마킹한 '가짜 GT630 그래픽카드'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리마킹은 칩셋 표면에 각인된 이름을 이보다 더욱 비싼 제품의 이름으로 바꿔 파는 수법을 말한다.
케이벤치는 보드나라와 공동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지포스 GT630 그래픽카드 4종을 테스트한 결과, 시중에 알려졌던 GT630 칩셋보다 쿠다(CUDA) 코어를 비롯한 일부 성능이 낮게 나왔다고 밝혔다. 쿠다는 그래픽 프로세서가 병렬 연산을 할 때 쓰는 기술로 쿠다 코어 수가 많을수록 성능이 좋다. GT630 칩셋은 스펙상 쿠다 코어 96개를 쓰지만 테스트한 GT630 그래픽카드들은 모두 쿠다 코어 수가 절반인 48개만 측정됐다. 그래픽 지원 규격인 다이렉트X(Direct X)의 최신 버전을 지원하지 못하는 제품도 있었다.
이번에 테스트한 GT630 그래픽카드는 홍콩의 에이폭스(Afox)사와 액슬(Axle)사가 제조한 제품들이다. 이 제품들은 국내 유통사인 대원CTS와 액슬비전코리아, 엠탑코리아 등을 통해 유통 중이다.
리마킹 의혹과 관련해 해당 유통사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업체들 모두 "자칫하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우려가 크다. 최대한 빨리 믿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원CTS 관계자는 "제조사에 문의한 결과, 문제가 된 제품은 일반 칩셋보다 성능이 낮은 모바일용 칩셋을 썼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리마킹은 아니지만 원래 일반 소비자용이 아니었던 제품이 시장에 잘못 유통된 것은 맞다"면서 "현재 제조사와 대책을 논의 중이며, 이번 주 중에 구체적인 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엑슬비전코리아 관계자는 "제조사에서도 해당 제품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리마킹이 아니라 칩셋 공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시중에 나온 문제 제품들을 회수 중이며, 8월 초를 전후해 제품 교체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확정해 공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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