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CG(컴퓨터 그래픽) 영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던 '괴물(봉준호 감독. 2006년 작)'에 이어 7년 만에 가상 캐릭터가 주인공인 한국 영화가 나온다. 국가대표, 미녀는 괴로워 등을 연출했던 김용화 감독의 신작 '미스터고(Mr.Go)'는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그의 주인인 15세 매니저 소녀 웨이웨이(서교 분)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슈퍼스타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음향이다. 국내 최초로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믹싱을 도입해 CG로 빚어낸 허구의 영상을 '진짜'의 경지로 승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돌비 애트모스는 아이언맨3, 호빗: 뜻밖의 여정, 지아이조2 등 최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쓰인 돌비 사의 차세대 입체음향 기술이다.
돌비 애트모스는 2차원적인 기존 입체 음향에 머리 위쪽의 음원(Overhead speakers)을 추가해 더욱 실감 나는 입체 음향을 들려준다. 관객석 주변뿐만 아니라 천장에도 스피커를 에워싸듯 배치해 최대 64채널의 스피커에서 128개의 공간에 위치한 사물을 표현할 수 있다. 단순히 채널 수를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배치된 스피커마다 다른 공간에 해당하는 소리를 내는 것이다.
미스터고에서도 돌비 애트모스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관중으로 가득 찬 야구장의 함성, 헬리콥터를 피해 야구장 지붕 위를 달리는 링링의 발소리 등 영화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무엇보다 할리우드에서도 이제 막 도입하는 신기술을 국내 영화에 최초로 적용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입체 음향과 더불어 수준 높은 CG 장면은 현실감을 더욱 높였다. 특히 주인공 고릴라 링링은 가상 캐릭터임에도 마치 잘 훈련된 동물을 기용했나 헷갈릴 정도로 사실적이다. 정교함만 놓고 보면 아바타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제작사인 덱스터디지털은 링링을 더욱 사실적으로 만들기 위해 국내 자체 기술로 동물의 털을 구현하는 디지털 펄(Fur) 제작 프로그램 '질로스(Zelos)'를 만들었다. 이는 미국의 ILM, 픽사, 웨타 스튜디오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만들어진 CG 프로그램이다. 또한, 국내 영화 최초로 3D 리그 카메라 촬영을 시도해 역동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미스터고는 실사영화지만 전체 분량의 90% 이상이 CG다. CG 작업량이 워낙 많다 보니 일반 쿼드코어 PC 성능 기준으로 400년이 걸리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했다. 덱스터디지털은 인텔과 LG엔시스가 지원하는 클라우드 렌더팜 서비스 '스마트렌더' 지원을 받아 방대한 CG 작업을 5개월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
미스터고는 오는 17일부터 국내에 개봉한다. [조선일보 앱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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