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파워샷N(Powershot N)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로모(Lomo) 카메라였다. 러시아의 첩보용 카메라에서 유래된 로모는 화질이 좋은 카메라가 아님에도 독특한 사진 색감으로 디지털 시대에도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고성능 카메라 같은 인상은 아니지만 다른 제품에서 보기 어려운 파워샷N의 독특한 외형은 로모처럼 예측할 수 없는 재미를 기대하게 한다.
파워샷N은 줌 레버와 셔터가 없다. 대신 렌즈 주변에 줌 링과 셔터 링을 달았다. 셔터 링은 위나 아래에서 손가락으로 누르면 사진이 찍힌다. 한 손으로 카메라를 쥔 상태에서 두 손가락만 움직여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뒷면 액정 화면은 접이식이라 다양한 각도에서 화면을 볼 수 있다.
넥스트랩을 연결해 목에 걸고 다닐 수 있다. 덩치 큰 카메라와 달리 작고 가벼워서 오랫동안 목에 걸어도 부담이 없다. 케이스나 가방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휴대할 수 있어 산책이나 여행할 때 가지고 다니기 편하다.
전면 하단에는 아이폰용 범퍼 케이스와 유사한 전용 자켓을 끼울 수 있다. 무늬, 색상에 따라 4가지로 나뉜다.
파워샷N은 개발 단계부터 남달랐다. 캐논은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변화하는 카메라 시장을 보고 새로운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회사 내 젊은 기획자와 디자이너, 기술자 등을 모아 새로운 개발팀을 만들었다. 개발팀은 사람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사진을 공유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SNS 사용자가 부담 없이 좋은 사진을 찍는 데 특화된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개발자들은 SNS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서 같은 사진이라도 구도나 색상을 바꾸는 것만으로 사진이 극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이 사실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사용자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재미있는 사진 표현 방식이나 스타일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카메라라면 사용자가 사진 찍는 것을 더욱 즐기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개발자들의 생각이 뚜렷하게 반영된 파워샷N의 주요 기능이 ‘크리에이티브 샷’이다. 크리에이티브 샷은 셔터를 누르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6종류의 사진을 한 번에 찍는 기능이다. 셔터를 한 번만 누르면 크기와 구도, 색상, 밝기, 컬러 필터 등 여러 설정을 무작위로 적용해 같은 사진이라도 저마다 다른 사진 6장을 찍는다. 같은 피사체를 보고 셔터를 여러 번 눌렀는데 같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사용자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사진이 나온다는 점에서 불안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기대 이상의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얻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Life is Shuffle'이라는 슬로건으로 인기를 끌었던 애플 아이팟 셔플을 떠오르게 한다. 아이팟 셔플이 그랬듯 파워샷N의 크리에이티브 샷도 '의외의 재미'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무선랜(Wi-Fi) 기능을 내장해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 '캐논CW(Camerawindow)'를 설치해 카메라와 연동하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거나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다.
기존 카메라가 대부분 사용자가 원하는 사진을 찍는 개념이었다면 파워샷N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지만 쉽고 재미있는 촬영을 지향한다. 크리에이티브 샷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사진용 앱으로 인기를 끌었던 '푸딩카메라'와 '인스타그램'이 떠오르기도 한다. '기존 카메라에 질렸다'고 생각하거나 더욱 재미있게 사진을 찍고 싶다면 파워샷N을 추천한다. [조선일보 앱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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