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가
오상직 :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맛은 있는데…흥행을 이끌만한 콘텐츠가 부족해.

디펜스와 TCG의 적절한 조화, 여자친구가 더 잘하는 디펜스 게임이라며 나름의 입소문을 타고 있는 모바일 신작 '카드가디언'이 오픈마켓 순위에서 꽤나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유저들에게 잘 알려진 '플랜츠 VS 좀비'와 같은 방식으로 익숙함에 더한 새로운 재미가 먹히는 듯한 인상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현재의 흥행 바람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 이유는 기획만큼 재미를 뽑아낼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 콘셉트는 좋은데 ?

카드가디언은 적어도 요즘 수많은 카톡 게임들의 카피캣은 아니다. 귀여운 카드 병정들은 각기 캐릭터성이 있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병정들이 공주를 지킨다는 콘셉트는 '플랜츠 VS 좀비'를 연상시키면서도 확실한 콘텐츠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플레이 자체가 지루하다는 것은 단점이다. 비교할 수밖에 없는 플랜츠 VS 좀비에 비해 밸런스면에서 뒤처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드러머 혹은 콩가 드러머 등의 군악대를 다수 배치할 경우 방어선이 쉽게 무너지고, 군악대를 적게 배치할 경우 게임머니를 늘릴 방법이 없어 게임 진행이 더뎠다. 물론 해결방법은 있다. 남들보다 느긋하게 게임을 진행하거나, 혹은 캐시를 지르는 것이다.

카드가디언은 두 가지 게임 모드가 있다. 혼자하기와 무한경쟁. 혼자하기야 당연히 일반 게임에서 퀘스트를 깨듯 홀로 게임스토리를 이어가는 것이고, 무한 경쟁은 카톡 친구들과 점수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무한 경쟁에는 용병을 택할 수도 있다. 소환금액이 들지 않고 바로 전장에 투입할 수 있어 점수 획득에 매우 유용한 카드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다. 용병을 고용하는데 캐시가 또 소진된다.

이렇듯 캐쉬사용을 강요하는 게임은 대체로 유저들에게 선택을 받기 힘들다는 것이 기본적인 인식이다. 게임의 재미를 먼저 맛본 뒤 캐시 구입을 하지, 캐시를 쓰면서 게임의 재미를 알아간다면 소비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카드가디언은 오픈마켓 순위가 상당히 높았다. 대체 어디서 이 게임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TCG라는데 카드 수집욕은?

카드가디언에 TCG의 요소가 마련돼 있기는 하다. 카드를 뽑고, 레벨업을 하면서 전장에 보다 강한 캐릭터들을 배치할 수 있고, 내가 가지고 있는 병사들의 적절한 조합으로 보다 전략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모바일게임의 TCG는 이미 확산성 밀리언아서나 데빌메이커 등 미들코어 게임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 게임은 한번 득템한 카드를 상당 기간 동안 갖고 애지중지하며 키운다. 그런데 카드가디언의 카드들은 레벨업을 하며 얻을 수 있는 능력치는 공격력과 체력이 증가하는 것이 전부다. 새로운 스킬을 얻거나 이미지가 변화하는 모습은 없다. 이는 카드에 애정을 담기 힘들며 수집욕을 채우기도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좀 심심하다고나 할까? 빠름이 미덕인 최근 모바일게임의 추세를 감안했을 때 느림의 미학은 유저들을 너무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카드 레벨업이 원하는 수준까지 될 때만 바라보고 마냥 게임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디펜스 방식이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것도 아니다. 군악대 앞에 원거리 유닛을 배치하고 최전방에 속칭 '몸빵'으로 통하는 근거리 유닛을 세워두면 된다. 아 이 때문에 여자친구가 더 잘하는 게임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여친은 보다 게임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을테니 말이다.

출시 첫날 플레이를 해보고 기대가 컸던 게임이다. 그래서 1주일 정도는 더 해보고 평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장시간을 투자해봤다. 그러나 게임 플레이를 끌고갈 힘이 모자라 보였다. 아무리 귀여운 척 캐릭터들이 웃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업데이트가 이 게임의 흥행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콘텐츠가 그때까지 기다려준 유저 마음에 쏙 든다면 말이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본 기자의 취향일 수도 있으니, 남은 평가는 유저들의 몫으로 남겨 놓는다.

[오상직 기자 sjoh@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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