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3는 기존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의 자원 확보와 유닛 생산, 전투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외교와 문화, 기술발전이라는 한 차원 높은 전략과 전술을 요구하는 게임. 이미 1, 2편을 통해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는 문명 시리즈는 3편에 이르러 16비트 컬러의 2D 그래픽과 3D 그래픽으로 렌더링된 유닛 등으로 보다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게이머가 선택, 발전시켜야 하는 문명에는 로마나 그리스, 독일, 영국, 인도 등을 비롯, 중국과 일본까지 있지만 한국이 제외되어 있어 국내 게이머들에게 섭섭함을 안겨주고도 있다. 5년만에 선보이는 대작게임의 후속편이지만 초보자에겐 난이도가 높은 편이며 최근 경향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편집자주> 하단부 게임조선 평가점수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평가한 개인적인 점수입니다
◆ 정구정 기자= `문명(Civilization)`같은 거창한 단어를 제목으로 달고 있는 게임은 찾아보기 흔치 않다. 거기에 한 사람의 소유격(Sid Meier's)이 떡 버티고 있는 위세도 꽤 고압적이다. 이럴 경우 조금만 헛점이 보여도 빈축을 사기 십상인데 이 게임,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는 항상 최고의 찬사를 받아온 실로 대단한 게임이다. 인류 문명의 발원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발전과정을 자연스럽게 전개시키는 이 게임은 역사와 철학, 정신, 종교, 문화 등을 총망라하고 있다.
최근 한글화가 되어 발매된 문명3는 전작에 비해 엄청나게 화려해진 그래픽을 뽐내고 있다. 인물들의 모습과 지형, 건물 등의 섬세하고 담담한 묘사는 문명 시리즈가 본디 가지고 있었던 지적인 분위기를 한층 세련되게 표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밑바닥의 토성(土城)에서 시작하여 위로 훑어 올라갈수록 돌벽과 벽돌, 철골로 정점이 완성되는 거대한 탑이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만으로도 문명3의 장중한 분위기를 십분 느낄 수 있다.
게이머가 선택한 '문명'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어떤 게임플레이가 요구될까? 물론 정치, 사회, 군사, 외교, 내정 등 실제 문명의 흥망성쇠에 관여하는 국가대사에 두루 신경을 쓰며 발전시켜야 한다. 문명3를 접하면서 일국을 발전시키는 데에는 정말 많은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내정으로 강건한 국력은 가장 기본적인 1차 자원의 생산과 이를 효과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에 기반한다는 경제원칙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의 문명만이 독존할 수는 없으며 치밀한 외교와 필요시 전쟁을 통해 주변국가와의 관계도 팽팽히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가르치고 있다.
문명3는 짧은 글로 설명을 다 하기 힘든 게임이다. 백과사전적인 역사와 수천년의 문명사를 통해 체득하게 된 인류지식의 보고가 하나의 게임에 농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게이머에게 진지한 지적인 도전을 하는 게임이 문명3다. 원작이 주는 재미가 한글화에 의해 반감되는 아쉬움도 없잖아 있지만, 보다 많은 국내 게이머들이 문명 시리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글판의 발매는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이란 말초적인 자극만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문명3는 도전적인 화두를 던지고 있다.
◆ 정의식 기자=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서의 아드레날린 분비만을 목적으로 삼는 게임도 있고, 명예욕이나 소유욕, 전투욕구 등 인간이 가진 이런저런 욕망들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주목적인 게임도 있다. 그런 게임들 가운데서 조금 색다른 욕구인 지식욕을 자극하는 게임. 그것이 바로 `시드 마이어의 문명3`다.
불행히도 이 게임은 현실을, 특히 인간 사회의 우울한 문제점들을 가감없이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속의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유토피아를 건설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개인과 사회, 국가는 모두 제각각의 욕망과 생존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게이머는 자신이 구축하는 문명을 최종 승자로 이끌기 위해 내정과 군사, 외교의 3부문을 두루 살피며 발전시켜야 한다.
전작에 비해 모든 면에서 개선된 그래픽과 방대한 도움말 시스템, 뛰어난 인공지능 등은 이 게임의 명성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번 버전에서는 복잡한 메뉴를 통한 명령이 아닌 각 부문의 고문들을 이용한 명령 집행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최근의 `문명 충돌` 이론을 반영한 것인지, 이전과는 달리 발전된 `문화`만으로도 타 문명을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인터페이스는 많이 쉬워졌다. 한글화도 충실히 된 편이다. 이전까지 문명3를 너무 어려운 게임이라 생각했던 게이머라면 한번 도전해보아도 좋을만큼 모든 부문이 빠짐없이 한글화되었으며, 매뉴얼도 자세하게 작성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게임은 단순하고 자극적인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이 즐기기에는 지나치게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 승리 조건을 달성하기도 쉽지 않다. 플레이 시간도 지나치게 긴 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 긴 시간이 전혀 길지 않게 느껴진다는 데 있다. 지적인 자극을 원하는 게이머라면 꼭 한번 해보아야 할 게임이라 생각된다.
◆ 임금숙 기자= 게임 타이틀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출시할 정도로 세계적인 게임 제작자 `시드 마이어`, 그의 인기 타이틀 중 하나인 `문명3`가 한글판으로 출시되었다.
문명3는 시뮬레이션 장르에서는 손에 꼽히는 수작이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매니아들에게는 환영받는 타이틀이지만, 비교적 어려운 난이도 때문에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팔리는`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의 게임이 아니라 하더라도 문명3가 시드 마이어의 이름값을 하는 게임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6000년이라는 방대한 인류역사를 담고 있는 문명3는 그 스케일도 방대하지만, 여러 가지 자유도를 부여하고 있어 그야말로 자신만의 문명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이번 문명3에서 눈에 뜨이는 점은 문화적 우위로 게임을 승리로 이끌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전처럼 영토 장악하거나, 외교술을 이용하거나, 군사적으로 경쟁 국가를 멸망시키거나 할 수도 있지만 문명3에서는 압도적으로 발달된 문화의 힘으로 문화수치가 낮은 도시를 동화시켜 나갈 수 있다. 이렇게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방법이 다양하다는 점만 보아도 문명3의 높은 자유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학습 모드 제공과 백과사전 기능이 탑재, 장장 220페이지에 구체적인 매뉴얼 등 게이머를 위한 배려를 많이 했고, 게다가 100% 한글화되어 영문판보다는 플레이가 좀더 쉬워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보자들이 다가가기는 여전히 어려운 게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220페이지나 되는 매뉴얼을 꼼꼼히 읽으면서 게임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공부`하기보다 그저 `즐기기`를 바라는 국내 게이머들의 성향을 볼 때 예술성은 높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타이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게임조선팀 평가점수 | ||||||
ㄴ | 스토리 | 그래픽 | 사운드 | 몰입성 | 독창성 | 종합점수 |
정구정 기자 | 10 | 9 | 8 | 9 | 8 | 44 |
정의식 기자 | 9 | 8 | 8 | 9 | 9 | 43 |
임금숙 기자 | 9 | 8 | 8 | 8 | 8 | 42 |
장르 | 전략 |
평점 | 4.5 |
장점 | 과거의 명성에 걸맞는 명작이다. |
단점 | 국내 정서와 다소 맞지 않다. |
권장사양 | P2-300 32MB |
제작/유통 | 파이랙시스/인포그램즈코리아 |
문의전화 | 02-5454-5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