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4세대 이동통신 LTE(롱텀에볼루션) 신규 주파수 할당 경매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통사마다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재벌 꼼수, 낙하산, 독점, 특혜' 등 원색적인 용어까지 거론할 정도로 치열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6월까지 1.8㎓ 대역 주파수 2개 블록, 2.6㎓ 2개 블록을 이통사들에게 분배할 계획이다.
이 주파수 할당의 핵심 논란은 4개 블록 중 KT가 현재 LTE 서비스에 사용하는 1.8㎓ 대역에 인접한 15㎒ 대역폭의 2블록 포함 여부다. KT가 2블록을 경매 등의 방식으로 할당받게 되면 현재 사용 중인 1.8㎓ 대역의 20㎒ 대역폭과 합해 35㎒ 대역폭을 확보하게 된다. 주파수는 통신에 있어 도로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럴 경우 KT가 사용할 수 있는 도로가 넓어지는 '광대역화'로 현재 서비스 중인 LTE보다 2배 빠른 LTE-A(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 서비스를 큰 투자 없이 올해 내에 시행할 수 있다. LTE 도입이 늦었던 KT로서는 품질 차별화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블록 할당에 반대하고 있다. KT와 달리 두 이통사는 새 주파수를 할당받아도 인접대역이 아니거나 기존에 쓰던 대역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광대역화를 곧바로 구현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광대역 LTE를 새로 구축하기 위해 2년 넘게 2~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이 때문에 두 이통사는 이 블록이 KT의 차지가 되면 7조원 이상의 정책적 특혜를 누림과 동시에 불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며 KT를 배제할 것을 주장해 왔다.
KT, "보조 주파수망 '불량'이라 제대로 활용 못해"
이와 관련해 KT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쟁사가 공정 경쟁을 이유로 1.8㎓의 KT 인접 대역을 주파수 할당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재벌 기업이 시장독식을 위해 KT를 모바일 사업에서 몰아내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KT는 기존에 갖고 있던 주파수의 문제를 들며 인접 대역 확보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각 이통사는 2개의 주파수 대역으로 LTE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KT만 보유 주파수 중 하나가 주파수 간섭 문제로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라 1.8GHz인접대역 확보가 절실하다는 것. KT는 "1.8GHz 인접대역을 할당받지 못한다면 경쟁사가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 KT는 자전거를 타고 오라는 것과 같은 셈"이라며 "1.8㎓ 인접대역 주파수 할당에서 배제된다면 KT는 '시장 퇴출'이라는 위기를 맞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KT는 "경쟁사가 해당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아도 LTE-A에 적용하려면 2년 넘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LTE-A 망 구축이 그동안 도심지역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도심지역 외 사용자들은 같은 요금을 내고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차별을 당한다"며 경쟁사들의 주장이 '국민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재벌기업의 얄팍한 꼼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SKT·LGU+, "모두 KT가 자초한 일"
한편, KT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LG유플러스도 보도자료를 통해 즉각 반박에 나섰다.
LG유플러스 측은 KT가 불량 주파수라고 거론한 900MHz 대역은 KT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는 "KT는 정부의 주파수 정책결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800MHZ가 아닌 900MHz를 선택했고 1.8GHz 주파수 반납 및 850MHz 주파수 확보 결정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주파수 전략의 실패를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는 '주인없는 회사'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또한 세칭 ‘낙하산’이라고 불리우는 외부인재들을 다수 영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KT의 전략수립 과정이 효율적이지 못한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과천서 열린 주파수 관련 언론포럼에 참석한 SK텔레콤의 한 임원은 "지난 실적발표에서도 CA구축방안을 발표했던 KT가 최근까지 말했던 내용을 부정하고 다른 사업자를 원색적 용어로 비방해 당혹스럽다"며 "모두 KT가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