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씬의 핫한 개발팀 '하모닉스 제작위원회' 방문으로 분주했던 그날은 하필 폭설이 내린 날이었다.
'하모닉스 제작위원회'는 비주얼노벨 '하모닉스'를 제작 중인 개발 팀이다. '하모닉스'는 호불호 없이 모에 포인트를 저격하는 일러스트와 Live 2D의 과감한 사용, 비주얼노벨임에도 다양한 게임성을 부여하는 등 여러 실험적이고도 개발팀 각각의 개성과 욕심을 잘 담아낸 수작으로 평가받는 인디 씬 기대작 중 하나다. 이미 올해 각 행사에서 직접 초대받으며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여러 인디 게임 행사 혹은 서브컬처 행사를 통해 안면을 트고,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인디 비주얼노벨 '하모닉스'의 텀블벅 펀딩이 시작되고, 그렇게 연말, 베일에 싸인 두 사람, '콜라'와 '달곰'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이를 회사로 초대한 적도 처음, 아마 매체에 직접 방문한 것도 처음일 양쪽 다 어색한 이 자리에서 결국 스토리 게임에 대한 애정 하나로 도란도란 잡담 같은 인터뷰가 진행됐다.
※ 하모닉스 제작위원회의 스타일을 존중하여 개발팀 두 분의 닉네임으로 표기했습니다.
※ 사진 촬영하면 영혼이 빠져나간다는 미신을 믿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달곰 님은 뷰파인더에 담지 않았고, 콜라 님 역시 본인의 최애 캐릭터이자 사랑스러움 가득한 캐릭터 '초코'의 얼굴로 대체했음을 양해 바랍니다.
콜라 - 팀장
모이고 흩어지고를 반복하며 사람 냄새 풍기던 하모닉스 제작위원회의 팀장.
얼음땡 온라인 클라이언트 개발자 출신으로 하모닉스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
전혀 다른 장르에의 도전에 의문을 가진 기자에게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양이 SNG를 개발한 적도 있다고.
보도자료 작성에 유저 피드백에 댓글까지 남기며 홍보까지도 담당하고 있는 열일러.
달곰 - 아트 팀장
하모닉스 제작위원회의 아트 팀장. 게임에 들어가는 모든 아트 리소스를 검수하고 있다.
스탠딩 CG, 이벤트 CG를 직접 제작. 다른 팀원들, 외주 인력도 도맡아 하고 있는 아이디어 뱅크.
과감한 판단력, 불도저 같은 추진력, 인터뷰에서 기자보다 말을 잘하는 달변가.
"미소녀가 잔뜩 나오는 게임을 만들어서 즐겁다"는 멘트가 화제가 됐다.
반갑습니다. 팀 이름부터 '타이틀'에의 의지가 충만한 '하모닉스 제작위원회' 팀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하모닉스 제작위원회는 2022년 10월 처음 모인 팀입니다.
제일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하모닉스에서도 아트를 담당하신 '닥탱이' 님께서 게임을 한번 만들어보자-!라고 해서 지인들 위주로 모였던 팀이라 처음에는 단순히 무언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개념으로 모였던 팀이었습니다.
인디 게임 개발팀이 늘 그렇듯이 인원 구성에 변동이 많았는데 일부는 지인 찬스로, 일부는 공고를 보고 모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방치형 장르부터 시작해서 많은 시도를 했었고, 그만큼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지금의 아트웍에 맞는 비주얼 노벨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타이틀 '하모닉스'를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것은 2023년 7월이었고, 이렇게 데모 버전과 함께 펀딩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텀블벅 페이지를 봤을 때 프로젝트에 도움 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너무 감사하게도 주위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하모닉스의 아트 리소스는 사실 처음부터 완전히 상업성이 좋다고는 볼 수 없었고, 3번 가까이 갈아엎기도 했습니다. 스토리 역시 굉장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어떤 버전은 회귀가 있는 버전도 있었고요.
개발을 진행하면서 아는 작가님들에게 직접 연락을 해서 도움을 청하기도 했고, 지인분들에게 부탁을 해서 도움을 받아 왔습니다.
인디 게임, 특히, 비주얼노벨은 타이틀명이 중요하죠. '하모닉스' 타이틀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요?
'하모닉스'는 이 팀을 처음 만드신 '닥탱이' 님이 정한 타이틀입니다.
닥탱이 님 본인이 베이스를 다룰 줄 알기에 관련 용어인 '하모닉스'란 단어가 예쁘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뜻보다는 어감 쪽에 더 신경을 쓴 제목이긴 합니다.
...
'하모닉스'는 여러 소리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화음을 일컫는 음악 용어를 말합니다.
'하모닉스'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이 함께 성장하면서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나가는 성장 스토리를 그린 이야기라는 뜻을 담고 싶었습니다.
...라고 인터뷰용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타이틀 '하모닉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하모닉스는 어쩌다 보니 실직자가 된 주인공이 아는 사람의 소개로 신생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가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습니다. 4명의 히로인이 등장하고, 그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관계'와 '성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무엇보다도 게임 비주얼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모든 스탠딩 CG와 이벤트 CG에 Live 2D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특히, 이벤트 씬에서는 별도의 터치 이벤트가 발생해서 상호 작용에 따른 리액션을 받아볼 수 있는데 이 점은 마치 넥슨, 블루 아카이브의 메모리얼 같은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비주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Live 2D를 많이 사용하고, 입 모양까지 신경 쓰다 보니 아무래도 리소스를 무거워질 수 있어서 최적화 부분을 신경 써가며 작업했습니다.
개발자분들이 직접 말씀해 주시는 하모닉스에 등장하는 히로인 4인에 대한 소개를 듣고 싶습니다.
수아
수아는 주인공의 소꿉친구입니다.
어릴 때부터 아이돌이 되고 싶어 했고, 심지어 공부도 잘하는데 작중에서 현실의 서울대 포지션인 한국대 진학에도 진학했습니다. 인성 좋고, 실력 좋고, 공부도 잘하고, 뭐든지 전부 다 잘 하는 엄친딸 포지션입니다.
단, 허당미가 있어서 주인공 앞에서의 실수가 잦은 귀여운 모습이 있습니다. 수아가 처음 등장하는 씬에서도 커피를 쏟는 이벤트 CG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초코
초코는 버추얼 유튜버 출신입니다. 방송 중에 캠이 켜져서 실물이 다 드러나는 방송 사고가 있었는데 비주얼이 워낙 좋아서 오히려 더 인기를 끌게 됐고, 그 덕에 아이돌까지 진출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현재 소속사가 스트리밍 활동과 아이돌 활동 겸업을 허락해서 같이 활동할 수 있었고요.
자신의 신비주의 바운더리에 주인공이 들어오게 되니까 처음에는 다소 까칠하게 대하지만 장르 특성상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추후 꽤 극적인 스토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루
하루는 엄청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이입니다. 이런 애가 어떻게 아이돌이 됐을까 싶을 정도로 조용하죠. 저희가 성우님과 더빙을 진행할 때조차도 거의 "네...", "아..." 등이 많았습니다.
하루에게는 굉장히 암울한 과거가 있습니다. 하루가 왜 이런 성격이 되었는지는 스토리에서 밝혀집니다.
사실 하루는 작곡 실력도 뛰어나고 음악에 열정이 있고, 자기 분야에 마음가짐이 확실한 아이입니다. 등장인물 중에서도 유독 의상이 화려한 아이인데 그런 화려함으로 본인의 슬픔을 감추려고 하는 그런 아이입니다.
시나리오 작가분이 굉장히 아끼는 캐릭터고, 저 역시 개인적으로도 하루의 시나리오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루미
외모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루미는 시원시원한 누님계 캐릭터입니다. 어렸을 때 아역 배우로 활동했고, 해외 유학파 출신이기도 합니다.
어느 모임, 어느 무리에서나 리더 역할을 하고, 주인공에게도 적극적으로 대시를 해오는 인물입니다. 다만, 이런 확실한 캐릭터성 때문에 루미를 흑막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오해를 풀고 싶네요.
다만, 현 버전에서는 공략 대상이 아닙니다. '하모닉스'의 론칭 초기 버전은 '수아'와 '초코', '하루' 3인만 공략 대상이고, '루미'는 DLC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두 분이 특별히 애정하는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달곰 전 개인적으로 초코를 애정합니다.
콜라 저도 초코가...
달곰 수아 아니었어요?
콜라 원래 개발하다 보면 언제든 바뀝니다.
그래서 초코의 피규어가 먼저 나왔다고 봐도 좋을까요?
아, 그건 아니지만 출시 전에 피규어를 공개하게 된 데는 사연이 있습니다. 인디 게임 개발하며 피규어는 사실 쉬운 선택이 아니어서요.
일러스타 페스 때 피규어 전문 제작팀 '월급루팡' 팀에서 찾아와 주셔서 먼저 제안을 주셨습니다. 그때 얘기됐던 캐릭터가 '초코'였고요.
워낙 감사한 제안이었는데 심지어 피규어 퀄리티도 상당히 높아서 펀딩 리워드에 꼭 넣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들어가게 됐고, 또,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셨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 전하고 싶습니다.
캐릭터 디자인도 달곰 님이 직접 하셨나요?
원형이 되는 캐릭터 디자인이 있었습니다.
그 원안에서 엄청 벗어난 것은 아니고 원형을 최대한 지키면서 디벨롭한 디자인입니다.
개발 진척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콜라 개발 쪽은 거의 다 준비 완료된 상태입니다. 이제 앞으로 나올 콘텐츠를 넣기만 되는 상태라고 볼 수 있어요.
목표했던 시나리오와 일러스트, Live 2D 작업량을 생각하면 개발 리소스 준비는 보수적으로 잡아서 약 60% 정도 진행된 상태입니다.
출시 목표인 2025년 6월까지, 아마 그전에 서울 코믹월드 등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할 계획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시간은 정식 출시 목표로 개발에만 매진할 생각입니다.
플랫폼 역시 현재는 스토브에만 입점해 있지만 추후 모바일 빌드까지는 준비하고 있습니다.
달곰 도전하고픈 시장으로는... 개인적으로 일본 쪽에 욕심이 있지만 일본 시장 비주얼노벨 시장이 워낙 크고 치열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은 준비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체 플레이 타임은 어느 정도 될까요?
스토브 데모 버전 기준으로 약 1시간 정도 플레이 타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한 명 기준으로 2시간에서 3시간 정도로 보고 있는데, 공략 대상에 따라 루트가 3갈래로 나뉘니까 9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으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동시 공략...
콜라 그런 거 없습니다.
달곰 양다리는 안 되죠.
(질문일 뿐이었지만 나쁜 놈이 된 것 같아서 더 묻지 못했다.)
'하모닉스'를 개발하며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을까요?
콜라 저희가 감사하게도 여러 루트로 유저분들께 게임을 선보일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유저분들께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게임에 최대한 많은 반영을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다양한 지표가 담긴 데이터를 직접 보여주며) 보시다시피 어느 선택지에서 무엇을 많이 선택하는지, 또, 루트 선택지에서 누구를 먼저 선택하는지, 어느 부분에서 게임을 중단했는지 등등 많은 데이터를 쌓아두고 게임의 장, 단점, 흐름, 유저 선호도 등을 분석했습니다.
달곰 예를 들어 게임 초반부 하루의 CG가 없었을 때의 버전과 이후 추가된 버전에서의 하루의 인기도가 급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유저분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콘텐츠에 반영했습니다.
콜라 초반에는 '수아'의 호감도가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각형 구도로 발전했어요. 그런 와중에 한 가지, '루미'의 호감도 성장치가 가장 느린 점이 눈에 띄었는데 이 점이 바로 '루미'가 DLC로 빠지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게임 콘텐츠뿐만 아니라 가격 설정도 설문 조사 결과를 반영했습니다. 만족도와 가격대를 교차로 진행했고, 이에 따라서 적정가를 잡았습니다.
인디 게임 개발, 그리고 비주얼노벨 개발에서 이 정도의 데이터 분석은 흔치 않아 보입니다.
달곰 그 부분은 콜라 님께서 고생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콜라 여러 행사에 선보이고, 데모 버전 평가 등을 봤을 때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표가 좋게 나와서 내부적으로도 실망을 드리지 않기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개인이 모여 팀으로 시작한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달곰 순탄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특히, 여러 사람들의 작업물을 합쳐야 하는데 한 명의 작업물이 밀리게 되면 뒤로 주르륵 밀리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이런 면에서 인원 관리, 일정 관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월급을 주고 받으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보니 이쪽 일만 강요할 수도 없으니까요. 심지어 사는 지역도 다 달라서 서로 모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러스트만 3번 정도 교체했는 데요, 언젠가는 특정 버전이 나왔을 때 Live 2D를 적용시켜봤더니 생각보다 더 예쁜 거예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욕심이 생겨서 한 번 더 갈아엎었습니다. 그 때문에 다들 고생하신 거 참 지금도 죄송하고요. 특히, 콜라 님은 Live 2D까지 다 맞춰 놓은거 다시 작업하시느라 엄청 고생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각종 행사나 유저 평가에서 아트 쪽에 대한 반응이 워낙 좋아서 역시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콜라 바꿀 때는 와- 이게 뭐야- 싶다가 바꾸고 보면 만족도가 쭉쭉 올라가서 다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같이 고생해온 팀원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콜라 조금만 더 하자!
달곰 얼마 안 남으니까 다들 열심히 하자!
(짧지만 많은 것이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하모닉스'를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콜라&달곰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하모닉스는 '스토리', '아트', '연출' 전부 심혈을 기울였고, 누가 하더라도 디테일이 좋다고 생각하시길 바라며 정말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 중 어느 캐릭터가 최애가 될지 꼭 즐겁게 플레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TID(기획) 즐거운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HaAng(Live2D) 미소녀들과의 소중한 추억 즐겨주신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닥탱이(아트)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재미있게 플레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하모닉스'는 인터뷰 진행 당시 펀딩 500%를 돌파했고, 게재일 기준 700%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물론 아직 배고프다고. 펀딩 참여에 대한 리워드로 게임 등록키와 엔딩 크레딧은 물론 다양한 굿즈를 준비하고 있다.
또, 현재 스토브에서 1시간여 분량의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 볼 수 있다.
※ 게임조선은 인디 개발자분들을 응원합니다! 작품 소개, 인터뷰 등 저희가 미처 먼저 연락드리지 못한, 인디 씬에서 다양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아래 메일로 주저 없이 편하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홍이표 기자 siriused@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