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LCK의 2024 서머 시즌이 바야흐로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경주실내체육관에서 진행할 결선 무대에 오를 3개의 팀은 젠지와 한화생명 이스포츠 그리고 티원으로 결정됐는데요.
플레이오프부터 14.16 버전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되면서 나서스, 가렌, 올라프, 블라디미르가 튀어나오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고 나서스와 가렌은 이동기가 전혀 없는 뚜벅이 브루저라는 특성 때문에 대회에서 볼 일이 없을 거란 우려와 달리 쌍포조합 억제기와 나서스 해체분석기라는 특수한 포지션으로 탑-미드 스왑이 가능한 메타 챔피언으로 등극한 상태입니다.
2023 월즈에서 '가다세올' 또는 'GODS'로 불리는 뚜벅이 브루저의 극한을 보여주며 화제가 된 아담 마나네 선수가 본다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만약 LCK 이적이 가능하다면 계약서에 즉시 사인을 고려할 만한 상황이 아닐까 싶은데요. 과연 최근 무슨 일이 있었기에 협곡에 뒤늦은 뚜벅이들의 유쾌한 반란이 시작된 것일까요?
시대가 원하는 것은 사나이 그 자체인 '브루저'
사실 플옵 이전까지 이번 2024 서머 시즌의 메타를 지배한 키워드는 '쌍포'였습니다. 사실 리그 오브 레전드 극초창기에는 빠른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에게 경험치 독식이 가능하고 사망 또는 귀환 시 복귀 동선도 짧은 미드 라인을 주는 NA스타일이 횡행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다각도에서 언제든지 견제가 들어올 수 있다는 잠재적인 위험성 그리고 로머를 사용하여 정글에 2명을 할당하는 것보다는 원거리 딜러에 전담 서포터를 붙여 바텀으로 듀오를 보내는 EU스타일이 후반 캐리롤 담당인 원거리 딜러를 안정적으로 키우는 과정에서 넘어질 확률이 훨씬 적었습니다. 때문에 룬 글레이브 이즈리얼이나 극 포킹빌드 바루스 같은 극히 일부의 사례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미드에 DPS를 전담할 원거리 딜러를 혼자 세우지는 않고 있었죠.
온갖 CC기를 로켓 점프의 선입력 판정으로 무시하는 모습
그러나 14 시즌의 스플릿 2가 시작되면서 탱커와 메이지 아이템은 너프, 원거리 딜러 아이템이 버프되며 DPS 전담인 원거리 딜러들이 전성기를 당겨오는 타이밍이 굉장히 빨라졌고 룬과 관련해서도 원거리 딜러들이 손쉽게 유지력을 챙길 수 있는 기민한 발놀림, 생명 흡수 등의 효율성이 조명을 받게 된데다가 프로 수준에서는 고일대로 고여버린 숙련도 때문에 오히려 성장이 정체되는 경우도 잘 나오지 않게 됐습니다.
기존 미드를 주름잡던 메이지들은 극초반 라인전에서 고전을 하더라도 1코어 아이템, 하다 못해 양피지만 뽑아와도 수월하게 라인을 지우고 미드에 선 원거리 딜러를 효과적으로 견제하여 집에 보낼 수 있었지만 상기한 패치 방향 때문에 미드상성역전세계가 생겨났고 결국 그렇게 바텀이 망하더라도 코인 하나를 더 쓰는 느낌으로 원거리 딜러를 둘 쓰는 쌍포가 정착하게 됐죠.
심지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텀에 탱커 서포터와 비원딜 유틸 서포터를 함께 보내서 미드 DPS 원거리 딜러에 날개를 달아주거나 라인을 지우는데 특화된 메이지가 비원딜로 기용되어 미드와 주객전도되는 변형 조합도 쓰이기 시작했고 챔피언 풀이 넓은 일부 팀에서는 아예 탑까지 원거리 딜러를 보내어 3원딜이 되는 괴악한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쌍포를 넘어선 삼포조합(...)
뒤늦게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도 쌍포의 위험성을 깨닫고 패치를 통해 쌍포의 위력을 낮추려고 노력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정규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바텀에 서는 정통 원거리 딜러에게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아이템이 아닌 미드에 주로 서는 코르키, 트리스타나 등 특정 챔피언 위주로 너프를 진행했지만 그 때마다 프로팀들은 루시안, 제리, 스몰더 등 다른 원거리 딜러를 끌고오며 기어이 답을 찾아냈고 오로라가 정규시즌 후반에 혜성처럼 등장하며 그들을 위협했지만 글로벌밴 처리되면서 결과적으로 변한건 없게 됐죠.
정규 시즌 마지막날에는 나피리와 나서스가 함께 승전보를 울리며 댕댕이들이 협곡을 지배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 적용되는 14.16 들어서는 드디어 구도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진행된 너프와 맞물려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스타팅 아이템인 도란의 검이 크게 하향되면서 스킬이 빠지면 어차피 평타밖에 남지 않는 극초반 격렬한 딜교환 이후 혼자만 유지력을 챙겨 회복하는 패턴 플레이가 원천적으로 봉쇄됐고 이들을 상회하는 유지력으로 라인에서 버티거나 기회를 봐서 아예 물어죽일 수 있는 브루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특히 11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등장한 미드 나서스는 플레이오프의 가장 핫한 카드로 등극했습니다. 높은 수치의 흡혈을 제공하여 버티기에 최적화된 고성능 지속효과(패시브),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주력기 흡수의 일격(Q), 실수하여 주도권이 넘어가더라도 CS는 챙겨 최소한의 성장성을 보장할 수 있는 파밍스킬 영혼의 불길(E)도 유효했지만, 원거리 딜러 하나는 확실하게 무력화할 수 있는 쇠약(W) 덕분에 미드 바텀이 전부 DPS형 원거리 딜러가 아닌 조합이라면 효과적인 억제책이 됐기 때문이죠.
그에 따라 나서스를 상대로 라인전부터 스플릿 푸시(단독 라인압박)까지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 결정타(Q)로 쇠약을 완벽히 카운터칠 수 있는 AD캐스터형 브루저의 대표 가렌이 후픽 카드로 각광을 받게 됐고 나서스-가렌은 탑-미드의 2단 스왑 심리전이 가능하여 원거리 딜러를 먼저 뽑고 탑을 보낼 경우 이를 응징하기 위해 올라프를 뽑거나 같이 누워서 후반을 도모하기 위해 근 3년만에 블라디미르도 튀어나오는 등 결과적으로 뒤늦은 브루저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플옵의 밴픽이 훨씬 다채로워졌고 볼거리도 많아지게 됐습니다.
모멸과 핍박의 시간이 끝나고 이제는 가붕이... 아니 황렌의 시대
물론, 2025시즌부터는 이전 세트에서 사용한 챔피언을 재사용할 수 없게 되는 피어리스 드래프트 시스템이 모든 대회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당연히 이전보다 더욱 다양한 챔피언과 조합을 만나볼 수 있게 될 예정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서머 시즌 쌍포라는 굳건한 승리 플랜을 부수기 위한 게임사와 프로팀들의 연구와 노력 덕분에 플레이오프부터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가렌이 LCK에 등장하는 것은 물론, 통산 승률 50%를 찍으며 히든카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과연 김정수 감독이 MSI 당시 인터뷰를 통해 깎아놓은 캐니언의 비밀 병기(Korean Secret Weapon) '샤코'가 등장하여 LCK 전패 기록을 부술 수 있을지 그리고 아직까지 한번도 등장하지 못한 '브라이어'도 조만간 만나볼 기회 또한 주어질 수 있을까요?
업셋과 의외의 결과가 난무하고 있는 서머 시즌인 만큼 주말 동안 진행되는 결승 진출전과 결승전은 결코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