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JRPG에서 마을은 정비의 공간이자, 만남의 공간이고, 이야기 흐름을 책임지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 마을의 역할은 모바일 게임으로 오면서 '로비' 혹은 메뉴' 아이콘이 대신하게 됐습니다.
8월 28일 출시한 '파우게임즈'의 모바일 신작 RPG, '영웅전설 : 가가브 트릴로지'가 영웅전설 IP를 캐릭터 수집 RPG로 구현하면서
'스토리 연출', '필드 탐험'과 함께 신경 쓴 또 다른 부분이 바로 '마을'의 구현입니다. 모바일 플랫폼에 맞게 간소화되어 있긴 하지만 사건과 사건 사이에 마을에 들르게 만듦으로써 고전 감성을 일깨우고 있죠.
'가가브'가 제공하는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콘텐츠를 살펴보면, 우선 '대화'입니다.
NPC와의 대화가 뭐가 대단하겠냐만, 가가브의 NPC들은 같은 NPC라 하더라도 메인 스토리 흐름에 따라 대사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평화 상태의 대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의 대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대사가 상황에 맞춰 달라지죠.
이는, 사건의 중심에서 직접 해결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이기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서술 장치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상점'입니다.
가가브의 상점은 크게 '장비' 상점과 '도구' 상점으로 나눌 수 있고, 이를 구매하는데 '골드'가 아닌 '모험 포인트'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구매 가능한 목록은 역시나 메인 스토리 흐름에 따라서 늘어나게 됩니다.
초반에는 아무리 모험 포인트가 많아도 초보자 장비만 살 수 있지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강력한 무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고전 JRPG에서 시작 지역 상점보다 후반 지역의 상점이 더 강력하고 좋은 상품을 판매하던 것과 동일한 구성입니다.
보스전에 진입 전 마을에 들려서 최신 장비를 세팅하고 만전의 상태로 도전하는 재미야말로 JRPG에서 느낄 수 있던 재미라고 할 수 있겠죠. 혹은 모험 포인트를 파밍 하여 장비를 맞춰 나가는 재미 역시 그대로입니다.
다음은 '알선소'입니다. 알선소는 사실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브 퀘스트'에 가깝습니다.
다만, 가가브는 영웅전설 원작의 큰 이야기의 흐름이 쉴 새 없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뜬금없이 생성되는 서브 퀘스트나 의뢰 목록은 몰입을 해칠 수가 있으므로 메인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들렸던 마을의 NPC들이 '의뢰'를 하고, 이를 틈날 때마다 수주하여 해결해 준다는 설정으로 진행됩니다.
반복성이 아닌 일회성이며, '스태미너'가 들지 않는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보물 상자'입니다.
고전 JRPG의 주인공은 어느 마을에 가든, 자유롭게 집과 마당을 오가며, 그곳에 숨겨져 있는 보물 상자의 내용물을 마음대로 취득하곤 하죠. 가가브에서도 이런 점을 살렸습니다.
하나의 마을에서 다량의 보물 상자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1~4개 정도의 보물 상자를 정말 요소요소에 깜찍하게(?) 숨겨놨기 때문에 이를 갈며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그만큼 보상도 큰 편이라 진짜 '보물'의 느낌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 밖에도 마을 분위기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여관'이나 스토리에 등장하거나 해당 지역에 기거하는 주요 인물들의 '집' 등 한 번쯤 들려서 말 걸어볼 만한 요소가 가득합니다.
물론 게임인 이상 수집도, 성장도 중요하겠지만 사실 큰 경쟁 요소가 있는 게임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스토리 엔딩이 있는 시리즈인데다가 개발진이 원작에 대한 존중을 담아 구현한 것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으므로 각 시나리오 별로 천천히 음미하시며 즐겨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김규리 기자 gamemkt@chosun.com]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