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롤 파크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의 2024 서머 시즌의 8주차 77, 78경기가 진행됐다.
특히 새터데이 쇼다운 매치인 비엔케이 피어엑스(FOX)와 광등 프릭스(KDF)의 경기는 전날 케이티 롤스터가 젠지 이스포츠를 농심 레드포스가 티원을 꺾는 2연속 업셋이 발생하면서 4위부터 7위까지의 승차가 전부 1 이하로 줄어들었고, 플레이오프 진출과 관련된 경우의 수가 크게 늘어난 혼란스러운 양상을 띠고 있어 매치 승패 뿐만 아니라 세트 승패까지도 정말 중요한 경기가 됐다.
■ 77경기 비엔케이 피어엑스 vs 광동 프릭스
선픽을 잡은 FOX 측에서 현재까지 LCK 승률 100%를 자랑하는 오로라를 선취하여 스왑 심리전을 걸었으나 최근 경기에서 바텀이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며 상대를 흔들어 놓은 좋은 모습 때문인지 KDF가 이즈-카르마를 기용하며 하체에 힘을 크게 준다.
극초반까지는 별다른 사고가 없다가 클로저(이주현)의 요네가 로밍을 통해 선취점을 먹긴 헀지만 불독(이태영)이 미드 포탑의 방패를 잔뜩 채굴하면서 사실상의 골드 차이는 없는 수준이었고 이후 교전에서도 동수 교환에 그치는 가운데 이즈리얼-카르마가 라인을 거세게 압박하여 자야가 정상적인 라인전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고 드래곤 스택 또한 순조롭게 쌓으며 KDF 쪽으로 서서히 중심이 기울기 시작한다.
오히려 KDF는 잘 큰 미드와 바텀의 힘을 이용하여 운영의 우위를 보여줬다. 선공권을 쥐지 못할 경우 그렇게까지 힘이 강하지 않은 오로라의 약점을 파악하고 있던 불독이 적극적으로 클리어(송현민)에게 싸움을 걸어 '세계의 경계'를 소모시키는 것은 물론 클로저의 요네까지 순간이동으로 불러들였고, 바론 둥지 근처에 있던 KDF의 본대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집요한 추격 끝에 세주아니를 잡아내며 시야를 깨끗하게 장악한 뒤 내셔 남작을 가져오는데 성공한다.
이후 두두(이동주)의 나르가 단신으로 적진 입구에서 꺵판을 치며 아군이 안전하게 장로 드래곤을 먹게 하고 쌍버프의 힘으로 넥서스를 밀며 KDF가 1세트를 가져온다.
FOX가 오로라를 금지 처리하고 교전 지향보다는 전반적으로 후반 밸류에 치중한 밴픽을 진행했고 KDF는 반대로 이전 세트처럼 주도권과 스노우볼링에 힘을 주는 쪽으로 조합을 구성했다.
KDF는 극초반부터 커즈(문우찬)의 자이라가 상대 동선을 읽고 빠른 역버프 정글링으로 바텀 다이브에 성공하고 상체 소규모 교전에서 두두의 크산테가 과성장을 이루면서 이전 경기처럼 양 팀의 체급 차가 크게 벌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정작 한타 페이즈에서는 잘 성장한 크산테가 스플릿 푸시를 진행하는 도중에 합류를 기다리지 않고 다소 안이하게 4:5한타를 임하는 잘못된 판단을 거듭하며 KDF가 싸움마다 연패를 기록했고 후반 밸류가 좋은 FOX가 그대로 압살하며 2세트 승리를 기록한다.
FOX가 오로라를 풀어주는 한편 오로라 상대에 최적화된 선픽 카드인 럼블까지 열어두며 선택을 강요했고 KDF가 자신감 있게 오로라를 가져가며 FOX가 자연스레 럼블을 가져가는 식으로 양분화된 구도를 보여준다.
초반부터 오로라가 라인을 빠르게 클리어하고 돌아다니면서 적극적으로 교전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7분경 드래곤 둥지 앞에서 벌어진 소규모 교전은 1선에서 FOX의 돌격 대장을 맡은 랩터(전어진)의 먼저 물리고 시작하는 안 좋은 상황이었는데, 신 짜오가 최대한 정글링에 집중하며 매우 빠르게 6레벨을 달성한 덕분에 현월수호의 유틸리티를 통해 침착하게 살아나갔고 오히려 아군의 빠른 합류로 3:0 교환이라는 좋은 흐름을 만들어넀다.
이로 인해 몸이 앞으로 쏠리는 방식의 교전 개시 밖에 못하는 노틸러스에게 부담이 가중됐고 성장 차이 때문에 킬이 발생하지 않으면 다소 무력한 비에고의 특징 때문에 KDF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구도가 형성되며 1만 골드까지 글로벌 골드 격차가 벌어진다.
결국 20분 교전에서 클린 에이스가 발생했고 체력과 라인 관리 상황이 좋았던 FOX가 내셔 남작 사냥까지 생략한 채 본진으로 돌격하여 2:1 역스윕을 일궈낸다.
POG는 클로저와 랩터가 기록했다. 특히 3세트의 랩터는 KDF의 초반 교전 설계를 완전히 망가뜨리고 조합의 힘을 무위로 돌린 공이 커서 만장일치로 POG를 받게 됐다.
■ 78경기 한화생명 이스포츠 vs 디알엑스
DRX가 럼블을 자르고 오로라를 가져가면서 대놓고 탑 오로라를 쓰겠다는 의도를 보이자. HLE가 높은 라인전 체급을 가진 탑 케넨으로 응수하는 가운데 쌍포의 대항마로 꼽히는 암살자 메이지 르블랑이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다.
제카(김건우)의 기존 르블랑 전적이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어 우려하는 분석도 있었으나 경기 내용은 전혀 달랐다. 제카를 포함한 전 라인이 주도권을 꽉 잡아준 덕분에 피넛(한왕호)의 바이는 별 탈 없이 빠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경험치 차이로 먼저 6레벨을 찍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유충을 둔 신경전에서 세주아니를 밀어내는 것은 물론 첫 궁극기로 탑에서 선취점을 가져오는 등 정글러의 발을 한껏 가볍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초반 탑 2:2 교전에서 세주아니의 점멸이 소모된 것을 근거로 잠시 강가에 시야를 잡으러 나온 것을 제카가 왜곡-모방-점멸까지 동원하여 사슬로 묶고 바이와 케넨의 지원을 받아 잡아내면서 모든 캠프를 카운터 정글링당하는 것은 물론 시야까지 먹히면서 스폰지(배영준)는 경기 내에서 존재감이 사라져 버리게 된다.
결국 1선 탱커가 사실상 지워지면서 기동성이 좋고 전원 CC를 탑재하고 있는 HLE 측은 어떤 방식으로든 교전 개시를 받아내기 쉬웠고 거꾸로 마법의 수정화살이나 흑점 폭발 등으로 선공권을 쥐면서 일방적으로 DRX를 두들기는 구도가 완성되어 손쉽게 1세트를 따내는데 성공한다.
DRX가 탑 코르키를 기용하며 파란을 예상했지만 오로라를 자르고 맞불작전이 가능한 럼블을 가져오면서 사실상 탑라인의 주도권 싸움은 반반이 됐고 아이번-루시안으로 조합을 맞추며 전반적으로 HLE 측이 광역 궁극기를 통한 교전 잠재력면에서 밸런스가 나은 조합을 완성한다.
극초반부터 격렬하게 딜교환을 한 세탭(송경진)이 스폰지의 리 신을 불러들이며 초반 교전을 설계하나 이 과정에서 스킬 배분과 거리 조절을 실수하며 2:1 교전에서 제카의 루시안이 선취점을 먹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고, 상대 진영의 푸른 파수꾼 캠프에서 동선을 시작한 피넛이 라인 커버 때문에 스폰지의 발이 묶인 틈을 타 3버프 컨트롤에 성공하며 성장 속도에 박차를 가한다.
그나마 첫 유충 싸움에서 이른 타이밍에 5:5 교전이 성사된 가운데 DRX가 이퀄라이저 미사일은 잘 산개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고 역습을 가하는 좋은 교전력을 보여줬지만, 결국 HLE가 레오나만 처치하고 죽기 직전의 체력으로 전부 생환하면서 막심한 손해를 보게 된다.
파덕(박석현)의 진은 그 와중에도 살상연희나 커튼 콜의 높은 적중률을 통해 상체 캐리 라인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었지만, 레벨 격차가 나기 시작하자 초장거리에서 마법의 수정화살이 날아들거나 머리 위에 이퀄라이저 미사일이 꽂히는 등 교전 사거리와 스킬 쿨타임 배분 문제로 좀처럼 힘을 쓰기 어려웠다.
결국, DRX는 어렵게 쌓은 드래곤 3스택이 무색하게 31분 시점에서 3억제기가 날아간 돌려깎기 끝에 넥서스를 내주며 스윕패를 기록한다.
POG는 각각 바이퍼(박도현)과 피넛이 기록했으며 이번 경기 승리를 통해 HLE는 다음 2개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정규 시즌 2위 확정으로 2라운드에 직행이라는 호성적을 받게 됐다.
한편 78경기를 승리한 HLE는 최인규 감독과 한왕호 선수가 간단한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승리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아래는 HLE와 진행한 미디어 인터뷰 전문이다.
Q. 오늘 승리로 정규 시즌 2위와 플레이오프 2라운드가 확정이다.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
댄디(최인규 감독) : 최근 경기들에서 업셋이 자주 나와 긴장하고 있었는데, 2:0이라는 깔끔한 경기력으로 이겨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라운드라는 유리한 고지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되어 기쁘기도 하다.
피넛(한왕호 선수) : 2경기 남기고 2라운드 확정이 난 결과를 보고 시즌을 잘 보낸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잘 마무리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Q. 오로라에 대한 내부 평가를 들어보고 싶다
댄디 : 다른 경기들을 봤을 때 팀마다 오로라에 대해 티어와 해석을 달리하는 것 같은데 우리 쪽에서는 데이터를 좀 쌓고 싶었기에 일부러 풀어줬었고 상대가 먼저 풀어줬을 때에도 다른 좋은 픽이 더 많았기에 딱히 우선 순위로 두진 않았었다
Q. 2세트의 탑 코르키는 댄디 감독이 현역 선수 시절에 보던 픽인데 어떤 기분이 들었나.
댄디 : 최 LCK에 조커픽들이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온갖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도 럼블이 탑에 올라오는 모든 원거리 딜러에 대해 약우세를 가질 수 있어서 크게 경계하진 않았다
피넛 : 도란(최현준 선수)가 종종 탑 코르키 연습을 하기도 하고 이미 3라인 스왑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해뒀기에 크게 당황하진 않았던 것 같다.
Q. 순위 확정에 따라 다음주 2개 경기의 중요도가 떨어지게 됐다. 어떻게 준비할 생각인가?
댄디 : GEN의 경우에는 정규 리그 중에 한번쯤 꼭 이겨보고 싶었기 때문에 마지막 경기에 꼭 이겨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생각이며, FOX 또한 우리가 이미 2위 확정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내줄 생각은 없다. 전력을 다하겠다.
피넛 : 순위와 진출을 확정해둔 상태라 편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경기에는 최선을 다하겠다.
Q.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 준비 과정에서 차이가 있다면?
피넛 : 시즌 중에서는 일정을 길게 봐야 하다 보니 여유롭게 스크림에 임하는 자세나 피드백도 비교적 너그럽고 관대하게 가는 편이지만, 플레이오프 단계부터는 서로 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댄디 : 팬들에게 함꼐 감사한다. 이번에 2라운드 직행이라는 성적을 일궈냈는데 선수 및 코치진에게 고맙지만 앞으로 더 올라갈 자리가 남아 있으니 조금 더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
피넛 : 팬들의 응원 덕분에 시즌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은 기회를 잡았으니 서머 시즌에는 그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