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에서 전통의 통신사 라이벌리를 형성하고 있는 티원(이하 T1)과 케이티 롤스터(이하 KT)가 LCK 사상 첫 홈그라운드 매치로 새터데이 쇼다운 매치를 진행했다.
T1은 현재 한화생명, 광동, 기아와 치열한 상위권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반면 KT는 시즌 초 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다가 최근 승리를 챙기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순위 차이는 상당하지만 KT의 선수진 전원이 대부분 우승컵을 여럿 보유하고 있는 베테랑인데다가 최근 경기에서 초반의 불리한 구도를 완전히 뒤엎어버리는 교전력을 보여줬던만큼 T1은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며, 반대로 KT는 연승을 달리는 T1의 기세와 홈그라운드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1세트는 T1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T1 측은 스카너-니달리-아지르로 상체가 전부 AP 챔피언이라는 조합상의 약점이 있었지만 제리를 포함하면 후반 밸류가 매우 높다는 점을 활용하여 KT의 초반 공세를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내며 버티기에 들어갔고 글로벌 골드 격차를 계속 따라붙으며 성장하여 단 두번의 한타 승리로 넥서스를 파괴했다.
반면 KT는 극초반 드래곤 둥지 앞 바위게 싸움에서 바텀이 마나를 털어가며 라인을 밀어넣고 한발 빠르게 합류하여 2킬의 선취점을 낸 뒤 초반 오브젝트를 전부 독식하는 등 훌륭한 스노우볼링을 구사했지만, 내셔 남작과 장로 드래곤의 리젠 타이밍에 맞춰 페이커(이상혁 선수)의 아지르와 제우스(최우제 선수)의 스카너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전부 무위로 돌아가며 재정비 타이밍을 놓쳐 대규모 한타를 연이어 패배하여 경기를 내주고 만다.
2세트는 인터컴 이슈가 발생하여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소통이 불가하여 퍼즈가 발생했고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부득이하게 경기장 외부 대기실에서 밴픽을 진행하였고 합의된 내용에 따라 경기를 진행하게 됐다.
극초반 제우스의 스카너가 퍼펙트(이승민 선수)의 럼블을 솔로킬 낸 점을 제외하면 경기 구도는 이전 세트와 비슷했다. 라인전 주도권에 크게 힘을 싣기 위해 점화를 채용하기 보다는 중후반을 고려하여 순간이동을 들었다는 점을 확인하여 극초반부터 격렬한 딜교환을 통해 만들어낸 크랙 플레이였지만, 상성 자체는 여전히 럼블 쪽이 유리했기에 KT가 라인전 우위를 유지했고 공허 유충을 싹쓸이하고 바텀 개입에 성공하는 등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그러나 2세트는 KT가 초반 리딩을 끝까지 유지하며 승리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퍼펙트는 2세트의 주인공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줬는데 점화의 부재로 라인전을 완벽하게 압살한 것은 아니지만 적당한 선에서 이득을 취하는 구도는 끝까지 유지했으며 순간이동을 활용한 한발 빠른 합류전으로 표식(홍창현 선수)와 정지 명령-이퀄라이저 미사일로 한타를 연전연승했다.
마지막 한타에서는 아지르를 필두로 슈퍼 토스가 터지는 등 T1의 좋은 이니시에이팅이 작렬하여 징크스가 먼저 끊겼지만 잘 큰 럼블의 화염방사기가 T1의 남은 챔피언을 모조리 정리하며 게임을 끝냈다.
3세트까지 KT는 좋은 초반 흐름을 이어간다. 최근 핫한 자이라를 정글러로 채용한 T1이었지만 자이라가 나온 경기는 대부분 역버프를 통한 초고속 정글링으로 3분 이전에 라인을 찔러 이득을 취한다는 원패턴의 의표를 KT가 제대로 찔렀다.
KT는 베릴(조건희 선수)의 브라움을 앞세운 인베이드로 선취점 획득 및 소환사 주문 소모를 강제하는 동시에 씨앗 제거를 통해 정글링 속도에도 제동을 걸었으며 카운터 정글링으로 동선을 제한하고 위치를 파악하는 등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는데 성공한다.
1세트와 비슷하게 KT가 오브젝트를 독식하고 한발 빠른 움직임으로 경기를 리드한다. 그러나 4번째 마법공학 드래곤을 둔 한타에서 KT가 드래곤 4스택을 적립한 순간 후방 침투조로 숨어들어간 제우스의 크산테가 좋은 포지셔닝으로 비디디(곽보성 선수)의 아지르가 초시계를 소모한 채 죽는 상황을 만들어넀고 잘 큰 비에고가 CC 연계에 발이 묶여 패시브 발동을 못하는 악재로 T1이 한타를 대승하고 내셔 남작까지 취한다.
T1이 내셔 남작 버프를 통한 파워 플레이로 2명의 원거리 딜러가 무난하게 4코어에 도달하며 다시 한 번 역전승이 나오는 듯 했다. 하지만 장로 드래곤을 둔 한타에서 케리아(류민석 선수)의 알리스타가 과감한 진입으로 비에고를 이탈시켰음에도 표식은 집중력 있게 장로 드래곤을 스틸했고 이를 토대로 게임을 끝내는데 성공한다.
한편, 게임조선에서는 경기에 승리한 KT와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승리 소감과 이번 경기를 준비한 과정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아래는 미디어 인터뷰 전문이다.
Q. 오늘 홈 그라운드 매치에 임한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
데프트(김혁규 선수): 일반적인 정규 시즌 경기와 다르게 입장 퍼포먼스부터 많은 팬들을 직접 맞이할 수 있어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우리를 응원하는 KT 팬들이 그 수는 적었어도 응원의 함성은 밀리지 않는 수준이었어서 꼭 이겨야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었고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
비디디(곽보성 선수): 오랜만에 관중이 많은 경기장에서 게임을 진행했다. 재미도 있었고 결과도 좋아서 기쁘다.
Q. 상대인 T1이 굉장한 강팀인데 어떻게 준비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
히라이(강동훈 감독): 팀적으로 메타 해석에 힘을 쏟았고, 선수진들이 베테랑이다 보니 실력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연패로 인해 분위기가 위축되던 시기도 있었지만 준비하고 연습한대로 밴픽과 경기 구도가 나왔기에 만족스럽다.
Q. 퍼펙트 선수는 이런 큰 무대가 처음이다. 긴장한 순간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퍼펙트(이승민 선수): 긴장할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고, 준비하는데 열정을 쏟았다. 애국가를 제창하는 순간에도 편하게 경기에 임하자는 식으로 나 자신을 컨트롤했다.
Q. 3세트에서 인베이드를 통해 자이라를 완전히 말려놓는데 성공했다. 실례가 아니라면 누가 입안한 전략인지 알고 싶다.
히라이(강동훈 감독): (선수진에게 동의를 구하며)말해도 되는건가? 데프트가 입안한 전략이다. 인게임에서 즉석으로 고안해냈지만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Q. 베릴 선수는 이전 경기부터 건강 이슈가 있는 모습이 보인다. 지금은 괜찮은 것인지 궁금하다.
베릴(조건희 선수): 의자에 앉아있을 때 빼고는 괜찮다. 이미 시술을 진행했기 때문에 몸에 구멍이 좀 난 상태지만(웃음), 약 잘 먹고 틈틈히 휴식을 취하여 회복 단계에 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