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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겜츄라이] 로보퀘스트, 빌드 짜는 재미 넘치는 로그라이트 슈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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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께 추천!: 랜덤 억까는 싫지만 로그라이트는 하고 싶어요!
이런 분께 비추!: 이게 로그라이크? 스테이지겜이고, 절차적 생성, 턴제, 식별시스템도 없고...

​​프랑스의 개발사 라이즈업 스튜디오에서 굉장히 재밌는 물건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로그라이트 FPS '로보퀘스트'라는 게임이죠. 6종류의 로봇 중 하나를 골라 무작위로 주어지는 성장 요소와 장비를 조합해 스테이지를 공략하는 게임입니다. 내가 원하는 빌드를 완성시켜 나가는 만족감과 무작위 보상에서 얻는 희열, 가볍고 경쾌한 전투와 여기에 어울리는 음악, 각종 수집 요소까지 가볍게 즐기기에도 좋고, 오랫동안 반복 플레이하기에도 좋은 게임이죠.

​게임은 한 소녀가 사막에서 로봇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인류는 기후 위기로 인해 지구의 천연 자원을 관리하는 인공지능 IRIS와 새로운 보금자리인 헤이븐 시티를 만들었지만, 오작동을 일으킨 IRIS로 인해 쫓겨납니다. 소녀가 만난 로봇 '가디언'은 IRIS가 아직 멀쩡했을 때 생존자들을 헤이븐 시티로 인도하는 임무 '로보퀘스트'를 수행 중이었습니다. 약 500년 전 에너지를 다 쓰고 활동 정지한 가디언을 소녀가 다시 깨우면서 헤이븐 시티로 향하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게임은 앞서 설명드린대로 가디언, 코만도, 레인저, 리컨, 엔지니어, 엘리멘탈리스트 6개 클래스 중 하나를 선택해 스테이지를 공략하는 방식입니다. 각 클래스는 근접, 원거리, 소환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레벨업 할 때마다 주어지는 무작위 스킬로 특화 빌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사용할 수 있는 가디언은 패시브 스킬로 다른 클래스보다 더 많은 탄창 용량과 에너지를 보유해 더 오래 사격할 수 있는 원거리 특화 클래스가 될 수도 있지만, 주능력인 보루와 부가 어빌리티인 배시로 근접 특화 클래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같은 클래스라도 스킬을 통해 2~3가지 빌드를 만들 수 있고, 무작위로 등장하긴 하지만 관련 특정 스킬을 선택하면 그 뒤론 그 스킬의 강화 스킬들이 등장하고 재선택까지 할 수 있어 생각보다 수월하게 내가 원하는 빌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장비는 이 게임에서 유저가 제어하기 어려운 요소 중 하나입니다. 기본 무기 몇 가지를 제외하면 특정 구간을 돌파했을 때 상자에서 얻을 수 있는 무기부터 적들을 처치하고 얻을 수 있는 무기까지 거의 모든 무기가 무작위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에너지 특화 스킬 위주로 배웠는데 탄약 무기 위주로 나와서 한동안 낮은 등급의 무기로 싸우게 되는 경우도 생기곤 합니다. 그나마 무기 종류가 80종 이상이라 원하는 무기를 얻지 못해도 대체 무기를 얻을 기회가 많고,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된 NPC 덕분에 초반에 얻은 무기도 재화를 투자해 점차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 무작위 요소에서 오는 불쾌감은 비교적 적습니다.

스테이지는 일반 로봇과 엘리트 로봇이 등장하는 구간과 체력을 회복하고 재화로 무기를 강화할 수 있는 거점, 그리고 보스전으로 나누어집니다. 로봇들은 총알과 광선을 끊임없이 쏴대고, 가까이 다가와 자폭하고, 이상한 광선을 내뿜어 조작 방향을 반대로 뒤트는 등 다양한 공격을 보여줍니다. 적의 공격이 거세긴 하지만, 불합리한 수준은 아니라서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도전 정신과 아드레날린을 뿜뿜 솟아나게 만듭니다.

​다양한 적이 등장하는 만큼 유저가 할 수 있는 액션도 다양합니다. 80종이 넘는 다양한 무기는 물론 영구적인 효과를 제공하는 작업실 업그레이드나 가젯을 통해 새로운 액션을 배워 쏘고, 치고, 베고, 뛰고, 날면서 적 로봇들을 요리할 수 있죠. 스킬을 하나씩 배워나가고, 새로운 무기를 얻으며 적들을 시원스럽게 쓸어버리면 스트레스도 함께 풀립니다. 여기에 흥겨움 음악은 덤! 음악에 맞춰 신나게 총을 쏘다보면 어느새 몸을 들썩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로보퀘스트의 스테이지는 첫 맵인 협곡에서 시작해 헤이븐 시티를 거쳐 최종 목적지까지 이어집니다. 최종 목적지까지 직선 구성이며, 이전 스테이지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분기 구성으로 다양화를 꾀했습니다. 예를 들어 협곡에선 버려진 건물로 가득한 폐허, 끊임없이 물이 흐르는 오아시스, 삭막한 채석장 세 곳 중 한 곳으로 향할 수 있으며, 폐허와 오아시스는 들판을 통해 헤이븐 시티로 향하고, 채석장에선 상수도 시설을 통해 헤이븐 시티로 향하게 됩니다. 또 폐허와 오아시스는 들판으로 가는 길이지만, 숨겨진 요소를 공략하면 폐허에선 고철 처리장, 오아시스에선 균열로 갈 수 있습니다. 스테이지마다 등장하는 적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기 때문에 내가 추구하는 빌드와 현재 장비 상태에 따라 스테이지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또 스테이지마다 숨겨진 맵이나 퀘스트가 마련되어 있어 반복 플레이에 대한 보상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요소를 수행할 때마다 유저의 로봇은 새로운 능력을 얻거나 특별한 장비가 해금되며, 게임의 스토리를 조금씩 알아가게 됩니다. 게임 진행을 위한 필수 요소는 아니며, 최종 보스를 약화시키는 숨겨진 요소조차 수행하지 않아도 스테이지를 공략할 수 있어 어디까지나 탐험을 좋아하는 유저를 위한 보상, 혹은 잦은 전투에 피로감을 느낀 유저를 위한 환기용 콘텐츠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로보퀘스트는 로그라이트 슈팅 게임의 맛이 궁금한 게이머에겐 딱 알맞은 게임입니다. 무작위 요소가 넘쳐나지만, 일부 요소는 게이머가 통제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없는 요소도 다른 요소로 보완할 수 있어 무작위 요소 특유의 불쾌함이나 불합리함이 적습니다. 반대로 무작위 요소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희열은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끊임없이 스테이지에 도전하게 되죠.

​반면 정통 로그라이크를 좋아하는 게이머는 이 게임이 무작위 요소가 첨가된 평범한 슈팅 게임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이런 게이머가 아니라면 스테이지겜이고, 절차적 생성, 턴제, 식별시스템도 없지만, 매번 게임을 시도할 때마다 성장 요소와 무기들이 무작위로 등장하니 적당히 로그라이트라고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적당히 정신없고, 적당히 흥겹고, 적당히 짜릿한 그런 로그라이트 슈팅 게임. 아마 로보퀘스트가 그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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