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겨운 게임은 어차피 30분을 하나 30시간을 하나 지겹다’라고.수많은 게임이 출시되는 요즘, 단 30분이라도 게이머들의 소중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게임조선이 나섰다. 장르 불문 게임 첫인상 확인 프로젝트, ‘30분해드리뷰’게임조선이 여러분의 30분을 아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30분 분량은?: 5일 차
* 본 리뷰는 스팀덱 환경에서 플레이 및 촬영 후 작성되었습니다.
* 일부 스크린샷은 30분 이후 촬영본이 사용됐습니다.
2023년은 게이머들에게 굉장히 특별한 해였습니다.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과 발더스 게이트 3,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 데이브 더 다이버 등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명작이 쏟아졌습니다. 블랙 솔트 게임즈가 개발한 '드렛지(DREDGE)'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작은 낚싯배 하나에 의지해 음산하고 기괴한 망망대해를 누비며 수많은 수중 생물을 낚는 이 게임은 게이머들에게 독특한 분위기와 낚시의 손맛, 배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을 선사했습니다. 그 결과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스팀 최근 평가와 종합 평가 양쪽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드렛지는 한 남자가 낚시꾼 구인 공고를 보고 큰골마을로 향하면서 시작됩니다. 사고로 인해 배가 고장 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큰골마을에 도착한 남자는 시장에게 돈을 빌려 새로운 배를 구입하고, 생선 장수에게 생선을 팔아 조선공을 통해 배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본격적으로 낚시 일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큰골마을과 맞은편에 있는 작은골마을을 오가면서 물고기를 팔고, 주민들의 의뢰를 수행하지만, 점차 장비를 갖추면서 심해나 화산, 얼음 지역 등 더 먼 곳까지 진출하게 됩니다.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낚시는 직접 물고기를 낚는 도구인 낚싯대와 배치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물고기가 쌓이는 통발, 배에 설치 후 이동하면 자동으로 물고기를 잡는 트롤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낚싯대로 낚시를 시도하면 물고기 주변으로 녹색 표식이 그려진 원이 돌아가며 서서히 물고기가 올라오며, 이 표식을 정확한 타이밍에 여러 번 눌러 낚시 게이지를 모두 채우면 그 물고기를 낚을 수 있습니다. 아이템의 경우 원이 도는 것은 동일하지만, 녹색 표식 대신 장애물이 생겨 이를 피하는 것으로 낚시 게이지를 채울 수 있습니다.
낚은 물고기는 화물칸에 보관할 수 있습니다. 화물칸은 정사각형이 여러 개 합쳐진 모양이며, 여기에 마치 퍼즐처럼 물고기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배치할 수 있습니다. 화물칸은 물고기뿐만 아니라 낚싯대와 엔진, 통발, 트롤망 등 낚싯배의 부품도 그 부피만큼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새로운 부품을 설치할 때마다 화물칸의 크기나 모양이 변하며, 때론 더 값진 물고기나 의뢰를 위한 아이템을 위해 다른 물고기를 포기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필요한 물품만 가져올 것인지, 아니면 화물칸 한가득 물고기로 채워 부를 축적할 것인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바다에는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특히 밤이 되면 더욱 그렇죠. 해가 지고 바다에 짙은 어둠이 깔리면 주인공의 정신은 서서히 붕괴되고, 급기야 눈 앞에 갑자기 바위가 나타나거나 기이한 존재가 나타가 배를 침몰시키기도 합니다. 밤 낚시는 위험도가 높지만, 밤에만 나오는 물고기도 있어 도감을 채우거나 큰 돈을 만지고 싶을 때 도전하게 되죠. 낮에 하는 안전한 낚시와 또 다른 스릴과 보상을 얻을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물고기를 팔아 모은 돈과 심해에서 건진 아이템은 낚싯배 장비를 구입하고, 업그레이드할 때 사용됩니다. 장비는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화물칸을 차지하기 때문에 목적과 화물칸의 효율을 저울질하며 차근차근 낚싯배를 키워나가게 됩니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부피가 작아 여러개를 설치할 수 있는 엔진을 연구할 것인지, 단일 성능이 좋고 추가 기능을 가진 대신 부피가 커서 화물칸을 많이 차지하는 엔진을 연구할 것인지 머릿 속으로 낚싯배를 어떻게 꾸밀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죠. 물고기를 팔고, 새로운 장비를 마련해 더 많은 물고기, 더 다양한 물고기를 잡는 재미 덕분에 30분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넓은 바다를 밤낮 없이 누비며 잡은 물고기는 백과사전에 기록됩니다. 물고기들은 저마다 독특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고, 잡히는 방법과 시간 돌연변이의 수와 모양, 가격과 길이가 천차만별로 달라 백과사전을 채워갈 때마다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덕분에 메인 스토리나 주민들의 의뢰와 별개로 순수하게 백과사전을 채우기 위해 바다를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고 원하는 물고기를 낚으며 낚시 그 자체를 즐기게 되죠. 이러한 즐거움은 초반부에서도 느낄 수 있어 큰골마을과 작은골마을에서 볼일이 다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돌연변이 물고기를 낚기 위해 두 마을과 인근 바다를 돌며 낚시에 열을 올렸습니다.
드렛지는 물고기를 낚으며 낚싯배를 업그레이드하고, 또 그렇게 업그레이드한 낚싯배로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물고기를 낚는 선순환으로 손에서 게임을 놓지 못하게 만듭니다. 낚싯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재료를 모으는 반복 작업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물고기를 낚는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재료를 얻을 수 있어 과도한 피로를 느낄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물고기는 또 어떤 물고기를 낚을 수 있을지 기대하는 게이머의 모험심을 충족시켜주고, 밤 낚시로 인해 차오르는 공포와 기이한 현상은 느긋한 낚시 생활에 적당한 긴장감을 실어 지루함을 덜어줍니다. 많은 게이머가 입 모아 칭찬하는 것처럼 재미와 감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드렛지만의 특징이죠.
블랙 솔트 게임즈는 지난해 11월 첫 번째 DLC인 'The Pale Reach'를 출시하고 빙하로 가득한 바다와 새로운 물고기, 새로운 장비를 선보였습니다. 개발사가 또 어떤 새로운 모험을 준비했을지, 또 앞으로 어떤 낚시의 재미를 선사해 줄지 새로운 돌연변이 물고기를 낚는 기분으로 약간의 느긋함과 약간의 긴장감으로 기대해 봅시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