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
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편집자 주]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가장 사악한 마법사는 누구일까요? 마법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어 그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두려운 볼드모트 경, 톰 마볼로 리들? 마법사가 더 우월하다며 머글을 지배하려고 했던 겔러트 그린델왈드? 아니면 사악한 기운을 뿜어내는 호크룩스를 옆에 두고도 오히려 행복해하며 남들을 괴롭혔던 돌로레스 엄브릿지? 이들 모두 사악한 마법사 그 자체지만, 여기 이들 이상으로 사악한 마법사가 될 수 있는 마법사가 있습니다. 호그와트 레거시의 주인공이죠.
호그와트 레거시는 해리포터가 활약하기 100년 전, 1800년 말의 시대를 다룬 게임입니다. 일반적인 호그와트 학생이라면 1학년으로 시작해 총 7년 동안 마법 세계를 배우지만, 호그와트 레거시의 주인공은 5학년으로 편입되어 마법을 배우게 됩니다. 늦은 나이에 호그와트에 입학하게 된 만큼 마법부의 허락을 받아 호그와트 밖에서 엘리자 피그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마법을 지도받았으며, 호그와트 입학 시기가 다가올 때쯤 주인공은 간단한 공격 마법이나 방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됩니다.
어느 정도 기본 마법을 익힌 주인공은 입학을 위해 피그 교수와 함께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차에 타고 호그와트로 향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용에게 마차가 파괴되고, 피그 교수와 주인공은 다른 곳으로 순간이동시키는 물체 포트키에 닿아 그린고츠 은행으로 순간이동 당합니다. 은행의 고블린은 포트키로 사용되었던 열쇠를 들고 나타난 피그 교수와 주인공을 보고 어떤 금고로 안내하며, 주인공 일행은 그곳에서 고대 마법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고블린 반란군을 이끄는 고블린 란록이 그들을 습격해 고대 마법과 관련된 것들을 빼앗으려들고, 주인공은 위기의 순간 숨겨진 마법문을 통해 호그와트 인근 숲으로 탈출하게 됩니다.
도중 편입한 호그와트 레거시 주인공
주인공이 다 그렇듯 고대 마법을 감지하는 특별한 힘을 가졌다
호그와트에 도달한 주인공은 그리핀도르, 슬리데린, 레번클로, 후플푸프 기숙사 중 한 곳에 배정받고, 그곳에서 친구들과 만나 일상을 즐깁니다. 때론 새로운 마법을 배워 마법으로 공놀이를 하고, 때론 빗자루에 타고 크고 넓은 호그와트를 둘러보기도 하고, 때론 약초학과 마법약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만드라고라를 기르기도 하고, 때론 호그스미드로 함께 놀러가 새로운 장난감을 사기도 하는 등 해리포터가 보여줬던 일반적인 학생의 생활을 그대로 즐기게 됩니다.
마법을 배우면서 성장한 주인공은 피그 교수와 함께 고대 마법을 조사하고, 호그와트 지하에 있는 숨겨진 장소 지도 내실을 발견합니다. 이들은 지도 내실에서 400년 전 호그와트 교수였던 수호자들과 주인공처럼 고대 마법을 볼 수 있었던 소녀 '이사도라'를 둘러싼 이야기를 알게되죠. 주인공처럼 고대 마법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이사도라는 호그와트의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가 될 정도로 뛰어난 마법사가 되지만, 동생을 잃은 아버지에게 고대 마법을 사용해 고통을 없애면서 과거 교수진과 갈등을 빚게 됩니다. 결국 타인의 감정을 없애고, 이를 조종할 수 있는 힘을 경계한 교수진은 이사도라를 죽이고 그 힘을 봉인합니다.
주인공은 고블린 란록이 이사도라가 사용한 고대 마법을 노리고 있는 사실을 깨닫고, 피그 교수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섭니다. 그리고 지원군으로 나타난 교수들의 도움으로 결국 란록과 맞서 싸우는 상황에 이르죠. 여기서 게이머는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하나는 란록이 노리는 고대 마법의 힘을 그대로 봉인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힘을 해방해 자신이 사용하는 것입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고블린 란록이 그 힘을 이용해 용으로 변하며, 주인공이 맞서 싸우게 되지만, 해방하는 선택지를 고르면 지금까지 자신을 도와준 은사인 피그 교수가 사망할 수도 있죠. 더 이상 란록도 피그 교수도 주인공을 막을 수 없었고, 주인공은 거대하고 위험한 힘을 손에 넣게 됩니다.
호그와트하면 떠오르는 기숙사 배정식
그렇게 마법을 배우고 친구들하고 놀며
마법 세계에 깊게 발을 들이민다
이미 여기까지만 봐도 힘을 추구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볼드모트나 그린델왈드 같은 사악한 마법사로 느껴지기에 충분하지만, 슬리데린 친구 세바스찬 샐로우의 퀘스트를 진행하게 되면 더욱 더 쓰레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세바스찬 샐로우는 허약한 여동생 앤과 과거 오러로 활동하던 삼촌, 셋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세바스찬은 고블린들에게 저주를 받아 시한부 인생을 살게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마법과 약재는 물론 저주에도 손을 대는데 삼촌은 그런 세바스찬의 행동이 쓸모없다며 혼내는 상황입니다. 오러였던 삼촌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자 세바스찬은 점점 더 위험한 일에 손을 댑니다.
세바스찬은 앤을 위해 조사 중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유적을 발견하고, 어둠의 마법을 통제할 수 있는 유물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인공과 함께 용서받지 못할 저주 크루시오, 임페리오, 아바다 케다브라를 스스로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앤이 사는 마을을 고블린이 습격하자 용서받지 못할 저주를 사용해 가족들에게 들키게 됩니다. 화가 끝까지 난 삼촌은 세바스찬이 얻은 유물을 파괴하고, 세바스찬은 아바다 케다브라를 사용해 삼촌을 살해합니다.
비극적인 세바스찬 일가의 이야기는 주인공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주로 용서받지 못할 저주로 말이죠. 용서받지 못할 저주는 오직 이 퀘스트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으며, 만약 세바스찬의 이야기에 반대하고 저주 배우기를 거부하면 용서받지 못할 저주를 더 이상 배우지 못합니다. 하지만 배운다면?
그게 무슨 소리니 스찬스찬아...
미안해 친구야 그거 내가 신고했어...
볼드모트는 귀여운 톰 녀석으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어둠의 마법사가 될 수 있습니다. 용서받지 못할 저주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크루시오를 당한 상대를 공격하면 주변 적에게 저주를 거는 투사체가 날아가고, 임페리오 저주에 맞은 적은 다른 상대를 공격할 때 저주를 걸게 됩니다. 게다가 아바다 케다브라를 사용할 땐 저주에 걸린 적을 모두 처치하는 수준의 실력을 보여줍니다. 해리를 상대로 끙끙거리던 볼드모트를 떠올리면 주인공 혼자 호그와트를 점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죠.
이뿐인가요? 변신 마법을 수련하면 변신 마법에 걸린 상대가 폭발하는 물체가 되고, 이를 고대 마법으로 던지면 그 즉시 폭발해 변신 마법에 걸린 적은 물론 그 물체에 맞은 적까지 동시에 죽일 수 있습니다. 아바다 케다브라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꽤 긴 것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더 실용적이고 악랄한 마법이라고 할 수 있죠. 네, 마법 고등학교 하나 제대로 점령하지 못한 우리 불쌍한 볼디는 또 1패를 챙겼습니다.
덕분에 호그와트 레거시의 주인공은 게이머들에게 이름을 불러선 안되는 자를 넘어 '기록되어선 안되는 자'라는 별명을 얻게 됩니다. 물론 사악한 마법을 배우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지만, 체인 아바다 케다브라와 폭발 변신으로 1+1 행사 마법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겨 유머 반 진담 반으로 최고로 사악한 마법사가 되고 말았죠. 그리고 의외로 재밌는 어둠의 마법사 플레이에 빠져든 게이머들은 오늘도 '볼디 귀여운 녀석 ㅋ'이라고 생각하며 애쉬와인더와 고블린, 그리고 수많은 마법 생물을 도륙하고 있습니다.
볼디? 그녀석은 아바다 케다브라로 어린 애도 못죽인 애송이죠
근데 변신 쪽이 효율 더 좋음 엌ㅋㅋㅋㅋㅋ
으음~ 힘에 취한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