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대학생들로 구성된 스타트업 개발사 '집연구소(대표 권오현)'가 처녀작 '코즈믹온라인'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자는 1년 전 '웹 SF MMORPG(공상과학 다중접속역할분담게임)'라는 생소한 장르를 개발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소식에 집연구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집연구소는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게임을 개발한다는 점만 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많은 스타트업 개발사 중 하나였다.
그랬던 회사가 불과 1년 만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성과를 이뤄냈다. 코즈믹온라인이 러시아와 네덜란드의 유명 퍼블리싱사와 계약을 체결한 것. 이제 코즈믹온라인은 아시아를 제외한 세계 전역에 서비스될 '글로벌 게임'이 됐다.
스타트업 처녀작으로 단숨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집연구소'의 권오현 대표를 만나 성공 스토리와 향후 계획을 자세히 들어봤다.
▲ 집연구소의 권오현 대표. 그는 최근 웃을 일이 많아졌다.
◆ 복사, 붙여넣기 게임은 아웃. 마이너 장르는 오히려 경쟁력이 됐다.
서두에도 언급했듯 '코즈믹온라인'은 SF 기반 웹 MMORPG다. 한국 게임 시장에서, 아니 전 세계적인 추세를 봐도 그렇게 선호도 높은 게임은 단연코 아니다.
권오현 대표는 "코즈믹온라인을 기획할 당시 게임 시장은 너도나도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며 "대세를 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반대로 마이너 장르를 개발하면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탄생한 게임이 웹게임이면서, SF MMORPG인 코즈믹온라인이다.
안정성보다 독창성, 대중성보다 차별성을 중시한 것이 정확히 적중한 셈이다.
◆ 혼자는 아무것도 못해... 팀을 만들고 각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소규모 스타트업 회사는 게임 개발'만'을 위한 최소 인원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적은 인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니 일은 많고 퀄리티는 떨어지는 게임이 만들어진다. 혹 잘 만들어진 게임일지라도 적절한 홍보를 하지 못하고, 퍼블리셔를 못 찾아 그대로 잊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연구소는 창업 시점부터 홍보, 수출 등 게임 개발 외적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개발과 상관없이 홍보만 하는 전문 인력, 게임 수출 시 원활한 대화가 가능한 영어 능력자 등이 대표적이다. 인재발굴에는 대학교라는 특수성이 큰 도움이 됐다. 세종대학교는 구인에 적극적으로 도와줬고, 합류한 직원은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권오현 대표는 "만약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 하나만 집중했다면, 코즈믹온라인은 한국 시장만 바라보다가 흐지부지 사라지는 그런 게임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좋은 게임만 만들면 알아주는 시대가 지났다. 적극적인 홍보만이 답이다.
◆ 어디든 찾아가, 누구든 만났다. 우리 게임을 알아주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권오현 대표는 기자가 '1년 만이다. 그간 잘 지냈나?'라는 질문에 "아... 벌써 1년이나 지났나? 너무 정신없이 살아서 그렇게 오래됐는지도 몰랐다"고 답했다. 그동안 그는 개발, 홍보, 수출 등 다분야를 오가면서 정신없이 보냈다는 것이다.
권 대표가 특히 신경 쓴 것은 '수출'과 '홍보' 분야다. 그는 코즈믹온라인은 한국 내 장르 선호도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것일 뿐이라 생각했다. 게임은 틀림없이 재미있고, 결과적으로 외국이라면 먹힐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작년에 경기도에서 주최한 '2015 게임창조오디션'에서 아이디어 부문 3위를 차지해 2000만 원의 개발 지원금을 받으면서 이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 수출을 꾀했다. 다방면으로 수소문해 E3, 게임스컴같은 주요 게임쇼 외에도 GCA(게임 커넥션 아메리카)같이 인디 게임을 주로 다루는 게임 커넥션 행사가 있는 것도 알아냈다. 권 대표는 자비를 들여 한국은 물론, 네덜란드, 미국, 러시아 등 어디든 날아갔다.
그렇게 수많은 B2B(비투비, 기업과 기업간 거래)관을 찾아 똑같은 설명을 반복해 찾아낸 글로벌 파트너가 바로 러시아의 '에스프리게임즈'와 네덜란드의 '스필게임즈'다. 두 게임사를 합쳐서 서비스되는 국가는 무려 170여개국. 코즈믹온라인은 죽어라, 뛰어다닌 결과 글로벌 게임이 된 셈이다.
▲ 코즈믹온라인은 170개국에 서비스되는 글로벌 게임이 됐다.
◆ 도전은 계속된다. 목표는 전 세계를 코즈믹온라인으로 물들이는 것.
권오현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아직 갈 길이 멀다. 최우선 목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아시아 시장을 뚫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소프트런칭 개념으로 서비스 중이지만, 그 외 아시아 지역은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것.
그래서 그는 9월에 열리는 동경게임쇼에 참석을 준비 중이다. 이미 체결된 계약이 있어 이번에는 더 쉬울 것으로 예상된다.만약 여기서 일이 잘 풀린다면 코즈믹온라인은 명실공히 전 세계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글로벌 게임'이 된다.
결과적으로 집연구소은 스타트업으로서 위대한 출발을 한 회사다.
성공한 게임은 잘 만든 게임이어야 한다는 것은 불멸의 법칙. 하지만 이것만으로 성공을 논하기에는 너무나 큰 '운'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홍보와 세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세계를 호령하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밤이 지새고 있다. 안타깝지만 그 중 단 한 줌의 회사들만 성공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들이여, 성공을 원한다면 집연구소를 롤모델로 삼는 것은 어떨까?
▲ 오늘도 그들은 세종대학교에서 꿈을 위해 달리는 중이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