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에 <게임조선>에서는 자라나는씨앗(대표 김효택)이란 회사를 탐방하고 개발 중인 게임을 소개한 적이 있다.
회사 탐방의 출발점은 김 대표가 개발 중인 게임이 여느 게임과 다른 특별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 국내 시장에서 모바일게임은 바야흐로 인앱결제(부분유료화)가 대세다.
그중에서도 RPG(역할분담게임) 장르는 압도적인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대세를 따라 수많은 게임사들이 앞다퉈 RPG를 개발하는 시기였다.
자라나는씨앗의 '옐로브릭스'는 이런 흐름과 상관없이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한 게임이다. 옐로브릭스는 '노란 벽돌'을 뜻하는 단어로 노란 벽돌의 끝에 있다는 에메랄드 시티, 즉 '라이언프랭크바움'의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주제로 삼고 있다.
'옐로브릭스'는 스토리 게임과 어드벤처 게임을 조합한 장르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교육을 목적으로 비주얼 노블로 요약할 수 있다. 간단한 조작과 쉬운 게임성을 가지고 있고 원작의 스토리에 충실하게 제작된 것이 특징. 게임을 즐기는 것이 곧 한 권의 책을 읽는 것과 같은 효과라는 의미다.
'플레이하는 책' 옐로브릭스의 면면을 <게임조선>에서 자세히 살펴봤다.
◆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아는 게 아닌 소설.
이 게임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모티브가 된 '오즈의마법사'를 먼저 살펴보자.
'오즈의마법사'는 1900년 미국의 작가 '라이언프랭크바움'의 원작 소설로 캔자스에 사는 어린 소녀,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신비한 세계로 떨어져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소설이다. 소설은 등장과 함께 큰 인기를 얻어 14편의 후속작까지 나온 바 있다.
소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소설임이 틀림없지만 대부분은 등장인물과 대략적인 스토리만 알고 있는 수준이다. 혹시 기자만 그런가 싶어 꽤 많은 지인들에게 스토리를 물어봤지만 대부분 기자가 알고 있는 수준과 대소동이 한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아는 소설은 아니란 의미다.
◆ 초등생, 중학생들을 위한 한 편의 동화.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옐로브릭스는 동화를 인용한 게임이 아닌 '동화 자체를 구현'한 게임이다. 단순 인용이 아닌 원작에 지극히 충실하게 만들어진 것이 가장 큰 특징.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원작을 이해할 수 있게 짜여져있어 책보다 모바일기기가 더 익숙한 초.중생들에게 동화를 전달하는 데 적합하다.
게임은 어려운 요소 없이 쉬운 조작과 직관성 있는 디자인으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이 역시 게임의 주 타겟층을 고려한 구성이다. 게임은 터치 하나만으로 조작할 수 있고 군데군데 배치된 맵의 구성과 퍼즐은 약간만 생각해보면 쉽게 풀 수 있는 수준이다. 어른들이 플레이했을 때 '이거 너무 쉬운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 생각하면 편하다.
저연령 대상의 게임이라 칭했지만 취향만 맞는다면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어려운 게임은 손이 못따라가서 못할 수 있지만 쉬운 게임을 못하진 않지 않던가?
스토리 중심의 싱글 플레이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여성 게이머가 대표적인 예. 그 외에도 쉽게 즐길 수 있으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게임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어울릴만한 게임이다.
<해보면 안다. 이 게임은 누구나 5분이면 배울 수 있다는 것을...>
◆ 원작에 충실...그런데 멀티엔딩?
옐로브릭스는 원작에 충실한 것이 특징이지만 원작처럼 일자 구성이 아닌 멀티 엔딩을 채택했다. 주인공 도로시는 모험 중 여러 선택을 하게 되는데 원작과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구성도 짜여져 있다는 의미다. 책을 읽을 때 '나라면 여기서 이렇게 했을텐데...'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런 구성은 원작을 아는 사람들도 새로운 시각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여러 번 플레이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원작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멀티엔딩을 지원한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겪는 일들은 도감에 저장돼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도로시, 허수아비, 나무꾼, 사자 등 주인공 캐릭터는 물론 들쥐, 초록 안경 등 비주류 캐릭터와 사물들까지 저장되기 때문에 스토리를 복기하는 데 유용하다. 또, 이를 하나씩 완성시키는 재미도 가지고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새로운 의상이나 소지품이 추가된다.>
◆ 부모가 자녀에게 선물하길 권하는 게임.
옐로우브릭스는 사실 리뷰로 콘텐츠를 세세하게 다룰만큼 복잡한 게임은 아니다. 한글을 읽고, 터치를 할 수 있는 수준의 어린아이라도 5분만 이것저것 눌러보면 게임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책', 정확히 '비주얼노블'이라 불리는 것이 적절하다.
옐로우브릭스의 가격은 2.99달러. 최근 모바일 게임의 최소 단위 과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아이들의 용돈, 부모의 선물로 크게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다. 요즘 책값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저렴한 측에 속하는 편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구입해 플레이한다면 한동안 훌륭한 가족 대화거리가 될 것이다.
옐로브릭스는 'MazM' 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한다. 책(M)과 책(M)사이에는 a부터 z까지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의미로 이 브랜드로 스토리콘텐츠로서 확장을 기획하고 있는 중. 가까운 시기에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어린왕자' 등의 콘텐츠가 같은 포맷으로 론칭예정이다.
개발사 자라나는씨앗의 'MazM'를 스토리 콘텐츠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 옐로브릭스?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서브컬처'
옐로브릭스는 단순한 게임으로 평가하기보다 '서브컬처'의 시선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픽, 음악, 조작성 모두 흠잡을 데는 없지만 특출나지 않고, 독특한 시스템을 갖추지도, 엄청난 흥미 요소를 갖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기자는 이 게임을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서브컬처가 많이 생산되고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질 때 게임계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일정 수준의 퀄리티를 갖춘(지극히 개인적인 잣대로...) 게임이라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일전에 테일즈샵(대표 한준)의 미소녀비주얼노블 '방구석에인어아가씨'가 불법다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알려지고,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게임을 구입해서 응원하자는 운동이 전개된 적이 있다. 이때 기자도 게임을 좋아할 만한 몇몇 지인들에게 연락해 게임 구입을 부탁한 적도 있다.
기자는 리뷰를 위해 이 게임을 무료로 제공받았다. 그리고 이 리뷰를 쓰면서 조카들과 지인의 자녀 몇 명에게 게임을 선물했다.
옐로우브릭스는 그런 게임이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