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헌터스어드벤처' 애니메이션 완결편이 공개됐다. 기자는 웬만한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은 완결이 됐을 때 몰아서 보는 타입이라 최근에야 정주행을 마쳤다.
헌터스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은 평범한 대학생 '케빈'이 모종의 사건에 연루돼 봉인에서 풀려난 괴물과 싸운다는 애니메이션으로서 '지극히 평범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한 편당 약 15분짜리가 26편이나 되는 장편 애니메이션이니 스토리는 훨씬 길지만 본 기획의 주제는 스토리가 아닐뿐더러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얘기하자.
사실 본 애니메이션은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꽤 구설에 올랐었다. 대체로 혹평이 더 많은 편이었는데, 중국에서 제작된 점과 풀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뭐 한마디로 '한국인이 보기에는 영~ 익숙치 않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의미다.
기자가 본 소감은 '선입견을 제외한다면 파격적인 연출도 많고 캐릭터의 매력도 찾을 수 있는 제법 괜찮은 수작. 다만, 중간중간 스토리의 지루한 구간 있어 이를 넘기는 게 약간 힘들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 26화에 달하는 풀 3D 애니메이션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기자는 헌터스어드벤처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를 중심으로 감상했다. 게임 자체가 캐릭터 기반 슈팅 RPG(역할수행게임)인 것과 출현한 캐릭터들이 게임에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재미있는 것은 나오는 캐릭터들이 다 '어디선가 봤던 캐릭터'라는 것. 주인공인 '케빈'과 최고 조력자 '키라'를 중심으로 모이는 아군 캐릭터들을 조금만 살펴보면 "어? 쟤 xxx랑 비슷한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래서 헌터스어드벤처에서 나오는 주요 캐릭터들의 특징을 살펴보고 어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과 흡사한지 비교해봤다.
▲ 헌터스어드벤처 주요 캐릭터들의 클리쉐를 알아보자
◆ 평범한 대학생이 최고의 헌터가 되기까지... '케빈'
'케빈'은 헌터스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올라탄 버스에서 '좀비 사태'가 일어나 죽다 살아난(비유적 표현 말고 진짜 죽었다가 살아났다.) 비운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평범한 대학생답게 평소에는 아~~무런 능력이 없는 짐 덩어리. 결정적인 순간이 닥칠 때까지 뒤에 설명할 '쿠베라, 장천사' 콤비와 함께 개그를 담당하고 있다. 몸을 아끼지 않는 그는 전신 탈의와 눈물 콧물이 범벅된 슬랩스틱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키라'에게 받은 물총(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 물총)으로 보스급 적을 한 방에 날리는 먼치킨 캐릭터로 돌변한다. 잠재력은 최강급이지만 이를 아무 때나 발휘 못 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그런 캐릭터다.
▲ 시종일관 팀에 민폐를 끼치는 주인공이지만...
▲ 결정적일때 각성해서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솔직히 이런 주인공은 여타 작품에서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아주 전형적인 캐릭터다. 너무 많아서 최대한 비슷한 캐릭터로 엄선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 기자가 찾은 '케빈'의 클리쉐 캐릭터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주인공 '이카리 신지(이하 신지)'다.
신지는 아버지에게 불려와 에반게리온에 탑승하기 전까지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심지어 에반게리온에 올라탔을 때도 소심하고 유약한 성격 때문에 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상황에 되면 무엇이든 부수는 '폭주'상태에 빠진다.
▲ 그는 지극히 소심한 중학생이었으나...
▲ 폭주하면 무적이 된다.
◆ 초반에는 캐리 전문, 후반에는 주인공 각성의 촉매제... '키라'
쿨하다. 멋지다. 강하다... '키라'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3가지다. 그는 평범한 인생을 사는 주인공을 괴물과 전투가 난무하는 아수라장에 끌어들인 장본인이자 그를 최강의 캐릭터로 각성시키는 동반자이다. 무뚝뚝하지만 조언을 아끼지 않고 퉁명스럽지만 아군의 위기상황에서 제일 먼저 활약하는 츤데레 면모도 가지고 있다.
애니메이션에 나온 모든 전투들을 살펴볼 때 다른 캐릭터들은 하나둘쯤 없어도 잘 대처하면 이길 수 있었겠지만, '키라'가 없었다면 단 한번의 전투에서도 이기지 못했으리라 장담하는 그런 캐릭터다.
▲ 키라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숨만 쉬고 있어도 멋있는 캐릭터'
▲ 팀에서 가장 최전선에서 싸우고 각성한 주인공을 빼면 전투력도 가장 높다.
키라의 클리쉐 캐릭터는 슬램덩크의 '서태웅'이다. 그는 농구공을 만져본 적도 없는 생초보 '강백호'가 라이벌이라 생각했던 인물인 동시에 약체 북산 고교의 실질적인 에이스이다. 서태웅은 강백호에게 단 한 번도 따뜻한 조언을 건넨 적 없지만, 성장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말보다 행동(주로 폭력)으로 강백호의 성장을 도왔고, 결국 최고의 리바운더가 될 수 있게 도와준 인물 중 한 명이다.
▲ 서태웅은 최고의 라이벌이자 최고의 동료였다.
◆ 둘이 합쳐 1인분. 헌터스어드벤처의 개그 콤비... 쿠베라&장천사
쿠베라&장천사는 '무식하지만 심성 착하고 우직한 뚱보', '똑똑하지만 너무 약해 보호가 필요한 약골'이라는 전형적인 '뚱뚱이와 홀쭉이' 조합 콤비다.
▲ 둘은 항상 같이 다닌다
쿠베라는 키라 다음으로 강력한 전투원이지만 뇌의 '생각 중추'와 '공포 뉴런'이 빠진 듯 아무 데나 덤비다가 제일 먼저 쓰러져 '보스급 적 전투력 측정기' 역활을 담당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살만 빼면 꽤 호감형 미남이 되는 '긁지 않은 로또'로 보인다. 그런데 키가 좀...
장천사는 적 최약체 졸개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일 정도로 파티 최약체 캐릭터이다. 그렇다고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엄청나게 똑똑한 것도 아닌지라 팀의 발목을 잡는 '혹'같은 캐릭터다. 다만 쿠베라가 최우선으로 신경 써주는 것으로 봐서 오랜 시간 쌓인 동료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그들은 항상 같이 다닌다. 대체로 쿠베라가 장천사를 지키는 형태
이번 커플은 약간 고전으로 들어가 보자. 뚱뚱이와 홀쭉이 콤비의 최고봉은 '신비한 나라의 나디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몰락귀족 그랑디스가(家)의 운전수와 기계공 출신으로 그랑디스, 핸슨, 샌슨 3인이 항상 함께 다닌다. 초반 나디아 일행의 숙적으로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역할 담당. 후반 아틀란티스 문명이 나오면서 믿음직한 동료로 바뀐다.
▲ 좌측이 샌슨, 우측이 핸슨. 일명 뚱뚱이와 홀쭉이 콤비
헌터스어드벤처와 다른 점이라면 서로의 역할이 바뀌었다는 것인데 뚱뚱이인 핸슨이 두뇌계, 홀쭉이인 샌슨이 파워계이다. 극중에서는 등장만 하면 1분을 못 넘기고 사고를 치는 개그 콤비로 주인인 그랑디스의 호통에 '죄송합니다'로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
여담으로 '파이널판타지 10-2'에서 적으로 나오는 루블랑 3인조도 뚱뚱이와 홀쭉이 콤비가 나온다. 애초에 여기 나오는 3인조가 나디아의 그랑디스 3인조를 패러디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 팀의 개그 담당인 것도 똑같다
◆ 주인공을 좋아하는 금수저 꽃소녀... 윤낙
윤낙은 헌터스어드벤처 후반부에 합류하는 여성 캐릭터다. 그녀는 대부분 무일푼인 파티에서 유일하게 엄청난 거대 전투 로봇과 함께 등장해 '나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를 온몸으로 어필한다. 실제로 윤낙은 부잣집 따님으로 항상 보좌하는 집사와 각종 중장비를 가지고 있는 '금수저' 캐릭터다.
생긴 것도 하는 짓도 철없는 10대 소녀지만 막강한 장비빨로 큰 도움을 주는 캐릭터. 재미있는 것은 키라가 아닌 케빈(주인공)을 좋아한다는 것. 변태 취향인가?
▲ 케빈을 좋아하는 10대 금수저.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아가씨이기도 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공주님 캐릭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인공 '안나'는 왕국의 제2 공주로 낙천적인 행동파 공주. 귀하게 자란 공주치고 상당한 말괄량이라 대관식 때 옆 나라 왕자 한스와 결혼을 약속하는 사고(불과 한나절 만에...)도 터뜨린다.
그래도 집나간 언니 마음을 돌리기 위해 험한 눈산을 오르고 죽을 고비를 몇번씩 넘기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성격 덕에 영화는 즐거운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된다.
▲ 말괄량이 금수저 아가씨의 표본
▲ 못생긴 남성을 좋아하는 취향도 비슷하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