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가 게임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게이머는 그래픽, 홍보, 지인의 소개, 입소문 등으로 흘러들어오는 정보를 바탕으로 게임을 플레이할지 결정한다. 플레이 여부를 신중하게 꼼꼼히 따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음악이 좋네...', '여주가 딱 내취향!', '강화가 없는 게임이라고?' 같이 이른바 꽂히는 게임에 큰 이유없이 플레이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 소개할 '루나:달빛도적단(이하 루나)'은 기자에게 후자에 속하는 게임이다. 기자는 게임을 선택할 때 '예쁜 캐릭터와 특이한 시스템'을 선호하는 편인데, '루나:달빛도적단'은 '아기자기한 그래픽을 가진 마니악한 시스템'을 정면에 내세운 게임이기 때문이다.
비에이치게임즈(대표 우상희)가 개발하고 인터세이브(대표 이갑형)가 서비스하는 캐주얼 MMORPG(다중접속역할분담게임) '루나:달빛도적단(이하 루나)'의 면면을 살펴봤다.
◆ 훌륭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맛의 그래픽
아키에이지부터 블레스에 이르기까지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MMORPG는 왠만한 PC 사양으로는 즐기기 어려울정도로 고퀄리티 그래픽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하면 '루나도 그래픽 좋습니다'라고 말할 수준은 결코 아니다. 이는 개발사 비에이치게임즈의 조흥섭 개발실장이 인터뷰를 통해서도 직접 밝힌적도 있다.
루나는 화려함보다 아기자기함을 내세웠다. 배경은 동화나라를 연상케하는 아기자기함 때문에 편안한 느낌을 주고 5등신의 캐릭터는 철저히 귀여움을 강조했다. 외형변경 아이템들은 블레스나 검은사막과는 다른 느낌으로 수집욕을 자극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동화풍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돌아다니는 느낌이다.
<그래픽 느낌은 딱봐도 알만한 수준. 귀여운 동화풍 세계를 그리고 있다.>
◆ 귀여운 외형과 다른 마니악함
루나는 귀여운 배경과 캐릭터를 보고 '간단히 즐길만한 캐주얼 RPG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루나는 오히려 하드코어 RPG에 가깝다. 캐릭터를 육성하고 장비를 수집/강화하는 일련의 시스템들에 녹록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다.
특히 PVP 시스템은 리니지로 대표되는 2000년대 초반 MMORPG 시스템을 대부분 차용했다. 게이머는 초보지역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PK가 가능하고 이에 따라 성향이 변한다. 무분별한 PK를 막기위한 최소한의 시스템만 있어 게이머는 마음만 먹으면 서버를 좌지우지하는 악당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에 따른 패널티와 책임도 뒤따라온다.
◆ 무기만 바꾸면 탱커가 힐러로 변신
루나의 가장 큰 특징은 캐릭터 선택시 직업을 고르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중 선택한 무기에 따라 직업 개념이 정해진다는 거이다. 게이머는 게임 시작과 동시에 주는 다양한 무기를 써보고 그 중 자기 취향에 맞는 무기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초반 퀘스트를 통해 모든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한번씩 사용해보고 자신의 갈 길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 무기의 종류가 18가지나 있어 자신만의 조합을 찾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떤 것을 착용하느냐에 따라 직업이 바뀐다고 생각하면 된다.>
무기는 오래 사용할 수록 숙련도가 올라 점점 더 능숙하게 사용하게 되는 것이 최대 특징. 숙련도는 한손 무기, 양손 무기, 원거리 무기, 보조 무기까지 총 4종류가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조건이 있지만 모든 무기의 숙련도를 올린다면 상황에 따라 무기를 바꿔가며 탱커부터 힐러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전천후 직업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일부 무기는 상황에 따라 조합도 가능하다. 예를들어 한손 무기류는 다른 한손 무기와 조합해 딜 중시 조합을 짤 수도, 방패를 착용해 방어 중심의 조합을 짤 수도 있다. 이도류 조합의 경우 '한손 검 + 한손 둔기', '한손 도끼 + 한손 단검' 같이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어 엄청난 자유도를 자랑한다.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숙련도가 올라간다. 노력만 있다면 모두 채우는 것도 가능>
무기는 종류마다 특징과 스킬이 각각 다르다. 예를들어 한손 무기는 단일 적에 강하고 양손 무기은 몰이 사냥에 적합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같은 한손 무기도 둔기, 검, 단검 등에 따라 스킬이 모두 달라 사냥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루나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데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
◆ 진부함과 신선함이 섞인 독특한 게임
루나는 겉보기에 쉽고 대중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하드코어 RPG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게이머들이 오랜시간 가져왔던 RPG의 클리쉐를 정면으로 뒤틀어 낸 게임. 이는 게이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루나는 빠르면 2~3일만에 만랩을 찍고 파밍에 집중하는 시스템을 거부하고 성장과 PVP에 집중한 초창기 RPG의 시스템을 따랐다. 어찌보면 진부할 수 있으나 이는 귀여움을 강조한 그래픽이라는 다소 황당한(?) 반전을 통해 신선함을 섞었다 볼 수 있다.
이렇듯 루나는 신선함과 진부함을 동시에 가진 독특한 게임이다. 최근 게임을 보며 '그래픽만 다른 다 그렇고 그런게임'이라는 느낌을 받은 게이머가 있다면 오늘 '루나:달빛도적단'을 주목해보자.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