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판타지14(이하 파판14)의 비공개 테스트가 임박했다.
스퀘어에닉스가 개발한 이 게임은 유명 일본 RPG 파이널판타지의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MMORPG로 현재 북미와 일본 등 해외에서 PC, PS4 플랫폼으로 순조롭게 서비스 중이다. 기대 이하의 첫 버전(구 파판14)에 대한 혹평, 서비스 중단 후 재개발 수준의 보강을 거친 파판14는 그래픽과 액션, 시스템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호평을 받고 반전 드라마를 쓰며 복귀에 성공한다.
바로 그 파판14가 6월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국내에서 첫 현지화 버전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한다. 전투, 채집, 생산 총 19개의 직업을 20레벨까지 체험 가능하며, 다수의 인스턴스 던전과 이프리트 토벌전 등의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게임조선은 9일 액토즈소프트가 개최한 파판14 기자 시연회에서 현지화 CBT 버전을 미리 체험해봤다.
■ 전투와 토벌전, 레이드
파판14의 일반 몬스터 대상 전투는 전통적인 MMORPG 시스템을 따른다. 퀵슬롯에 등록한 스킬을 숫자키, 컨트롤 쉬프트 키 등을 조합해 사용한다.
스킬을 사용하면 광역 재사용 대기시간(글로벌 쿨타임, 글쿨)이 돌아간다. 광역 재사용 대기시간은 2.49초로 여타 게임보다 긴 편이다. 스킬 하나 잘못 쓰면 2.5초에 가까운 시간 스킬 사용을 못하므로 스킬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 직업으로 설정된 검투사의 스킬을 확인하고 필드로 나갔다. 기본 공격 스킬인 재빠른 검격을 사용하니 퀵 슬롯에 등록된 야성의 검격과 폭도의 검격 스킬 스킬이 강조 표시됐다. 이는 콤보를 나타내는 것으로, 특정 스킬 사용 후 연계 스킬을 사용할 경우, 보너스 효과를 얻는다. 효율적 전투를 위해서는 콤보 사용이 필수다.
필드 일반 몬스터 주제에 보스 몬스터 마냥 바닥에 공격 범위가 표시되는 강력한 공격을 사용했다. 물론 이동하면 간단히 피할 수 있는 공격이지만, 혹여 실수로라도 맞을까, 긴장을 늦추지 않을 수 없었다.
▲ 15레벨 몬스터의 흉악한 범위 공격
토벌전은 강력한 보스와의 일전이다. 20레벨 토벌전 보스는 이프리트로 4인 파티로 공략 가능하다. 이프리트는 일명 '바닥'이라고 하는 지면 대상 공격과 광역 공격 패턴을 사용하며 보스급 몬스터의 위용을 보여줬다. 공략 페이즈 중간 쯤 소환하는 염옥의 말뚝을 일정 시간 내 파괴하지 못하면 파티원이 전멸하는 패턴도 사용했다. 초반부터 레이드 보스 몬스터 공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 충분했다.
▲ 이프리트 토벌전. 바닥과 전멸 패턴에 주의할 것.
그 다음으로 만난 50레벨 8인 레이드 보스 몬스터, 타이탄은 이프리트와 차원이 다른 강력함을 선보였다. 다양한 '바닥' 류 패턴은 기본, 보스전 장소의 지형을 바꿔버리는 패턴, 부위 파괴 요소 등으로 게이머의 공략욕을 자극한다. 시연회장에서 급조한 파티로는 타이탄을 쓰러트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짧은 시간의 경험이었지만, 파판14 공개 서비스때 기자의 우선 목표는 타이탄을 공략하는 것이 됐다.
이러한 레이드 던전은 현재 글로벌 서버에 20종 존재한다. 레이드에 대한 기대감이 더 늘어나는 이유다.
■ 자유로운 직업 변경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직업의 경계가 없다는 점이다. 주 무기만 교체하면 19개의 직업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처음 선택한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직업의 새 캐릭터를 키울 필요가 없다. 장비를 교체하고 직업을 바꾸면 모든 스킬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30초 돌아갈 뿐 다른 제약도 존재하지 않는다.
직업별 레벨은 별도다. 검투사로 20레벨을 키운 캐릭터로 도끼를 장착하면 1레벨 도끼술사가 된다. 1레벨 도끼술사로 레벨을 올리다 다시 검투사로 돌아가면 20레벨 검투사가 되는 식이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다른 직업의 레벨도 올리다보면, 모든 직업의 레벨이 50(최대 레벨)인 캐릭터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자신이 레벨을 올린 다른 직업의 스킬을 일부 가져다 사용할 수도 있었다. 탱커인 검투사도 힐러 환술사의 레벨을 올려두면 힐을 비롯한 일부 보조 마법을 활용해 전투를 유리하게 풀어나간다.
여러 직업 레벨을 올리다보면 특정 직업 레벨 조합에 의해 상위 '잡(Job)' 으로 전직할 수 있다. 잡은 기본 직업보다 더 역할에 특화한 스킬을 사용 가능하다.
▲ 주무기 교체만으로 이 많은 직업을 넘나든다
자유로운 직업 변경 시스템의 최대 장점은 파티 구성 시에 나온다. 북미형 MMORPG의 특성상 파티 플레이가 주를 이룬다. 파판14는 초반부터 후반까지 레벨 구간마다 많은 인스턴스 던전이 준비되어 파티를 구성할 일이 잦은 편이다. 주로 파티 찾기 시스템을 통해 인스턴스 던전 파티 구성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본인의 직업을 원하는 파티가 없다면? 아쉬운대로 미리 레벨을 올려둔 부족 직업군으로 변경하여 파티 참여를 노려볼 수 있다. 물론, 캐릭터 레벨만이 전부가 아니므로 다른 직업 아이템들도 구비해둬야할 것이다.
일명 도적과 냥꾼으로 대표되는 공급과다 직업을 했다는 이유로 던전/레이드 콘텐츠를 전혀 즐길 수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직업을 변경하여 레이드 참여 경험을 늘릴 수 있다는 부분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 '파이널판타지'를 중시한 현지화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현지화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번역 방향이다. 블리자드식 번역으로 대표할 수 있는 완전 번역과 일반 번역으로 양분해볼 수 있다.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2 등은 고유명사를 제외한 대부분을 한국식으로 번역한 것으로 유명하다.
파이어볼이 화염구로, 마린이 해병으로 완역하여 신선한 충격을 줬다. 초기에는 적응이 안된다는 이야기도 많았으나, 여러 게임의 번역 방향에 영향을 줬고, 심지어 국산 게임의 스킬 이름도 파이어볼 보다는 화염구가 더 많아졌다.
파판14의 번역 방향은 '파이널판타지의 전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우선 직업명이 번역된 부분을 살펴봤다. 도끼술사(Marauder,[日]斧術士), 격투사(Pugilist,[日]挌鬪士) 등 모든 직업명이 한글화됐는데, 나이트(Paladin,[日]나이트)와 몽크(Monk,[日]몽크)는 예외다. 나이트는 글로벌에서 팔라딘, 일본에서 나이트다. 몽크 모두 몽크다. 번역 기준이 일본판임을 유추할 수 있다.
기사와 수도사라는 번역 가능 단어를 두고 발음 그대로 한글로 옮겨온 이유는 왜 일까. 그 이유는 시리즈 대대로 내려오는 직업 이름을 고유명사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도끼술사, 격투사 모두 일본판의 한자를 국내 발음으로 옮긴 것 뿐이며, 이는 나이트와 몽크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한편 스킬명은 최대한 한글화한 모습이다. 패스트 블레이드, 새비지 블레이드 등의 스킬 이름이 각각 재빠른 검격과 야성의 검격으로 번역됐다.
다만 마법 쪽에서는 파판 시리즈 전통의 고유 이름이 많아 번역하지 않고 놔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전격계 마법 '선더'를 '천둥'으로 번역하지 않은 이유는, 마법의 강화판 이름이 <선더-선더라-선더가> 같은 규칙을 따른다. 따라서 선더도 고유명사인 것이다.
NPC 대사 번역도 말끔하다. 만화 번역이나 애니메이션 자막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본어 번역투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현지화가 잘 됐다. 다만 마법 스킬 이름 등에서는 파판 시리즈에 익숙치 않은 유저는 조금 아리송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파판14는 북미형 MMORPG의 정석에 파판 시리즈 특유의 세계관을 잘 조합했다. 온라인상에서 지역 이동 수단인 초코보를 타고 마을에서 마을로 이동하고, 파판 시리즈에 등장한 기술과 마법으로 몬스터를 처치하는 재미는 파판 팬이라면 꼭 느껴봐야한다. 또, 신작 북미형 MMORPG의 국내 출시가 뜸해진 기간도 짧지 않다. 오랜만에 레이드와 파티플레이의 재미를 느껴보고자 하는 유저에게 파이널판타지14는 눈여겨볼 만한 게임임에 틀림없다.
한편 파이널판타지14 1차 비공개 테스트가 진행되는 13, 14일은 테스트에 당첨되지 않은 유저도 접속 가능한 공개형 테스트로 진행될 예정이다.
[박찬빈 기자 eate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