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엠게임에서 열강2를 처음 밝혔던 2008년으로부터 어느새 5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고, 지스타에서 만났던 열강2의 이미지가 그닥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공 중 몸을 '픽픽' 날리는 장면만이 인상에 깊게 남아 있었다.
시간은 또 흘러 어느새 2013년이 됐고 '한다, 한다'고만 했던 열혈강호2가 공개서비스에 돌입했다. 이미 아키에이지라는 태산같은 게임을 하고 있었던 탓에 열혈강호2에 좀처럼 손이 가질 않았다. 일단 클라이언드 다운로드 시간부터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혈강호2의 리뷰를 작성하는 이유는 실제 플레이해본 소감이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길고 지루한 튜토리얼만 지난다면 말 그대로 '신세경'이 열리는 게임이 열혈강호2였다.
◆ 경공, 모든 설명 '끝'
역시 경공이었다. 열혈강호2에서 팬들에게 가장 주목을 받았고, 엠게임에서도 가장 강조한 경공이 이 게임의 재미를 모두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빠르다. 기존 게임의 경공은 바닥에서 '다다다다~'하고 달리는 것밖에 없었다. 블레이드앤소울에서 '수중답보'를 선보이고 공중을 날아다니긴 했지만 2% 부족했다.
그런데 열혈강호의 경공은 특별하다. 실제 게임에 접속하면 유저들이 사냥하는 순간을 제외하고 모두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다. 그냥 뛰어 다니는 것보다 기를 모은 뒤 날아다는 것이 훨씬 빠르고 게임을 쉽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열혈강호2에서는 경공이 보다 빨리 이동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경공 중에만 시전할 수 있는 스킬이 있고, 해당 스킬을 시전할 경우 화려한 영상이 플레이되며 마치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이 에네르기파를 쏘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경공 하나 만으로도 게임에 박진감이 넘치고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열혈강호2에서 보여주고 있다. 경공뿐이라면 게임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겠으나, 캐릭터들과 배경, 그리고 몬스터들과 어울리며 경공이 수많은 파생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 '어렵다' 인식 여전…초반 유저 몰이 과제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서비스 시작된 아키에이지나 기존의 다른 MMORPG게임에 비해 유저 유입이 적은 것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렇듯 열혈강호2가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유저 유입이 부족한 이유는 게임이 '어렵다'라는 인식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사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게임이 유저들에게 불친절하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튜토리얼부터 진이 빠지기 시작한다. 유저평을 보다보면 '동굴하다가 게임 접었다'라는 말을 볼 수 있다.
기자 역시 동굴을 미처 다 빠져 나오기 전에 한 차례 'Alt+f4'를 경험했다. 본 콘텐츠가 나오기 전에 지리한 진행을 하다보니 다른 유저를 만나기 전에 지치고 만다.
물론 튜토리얼을 성실히 수행하다보면 퀘스트의 진행, 스킬의 시전, 기본적인 컨트롤 등을 익힐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에게는 이 길고 긴 튜토리얼이 무의미하고, 새로 시작하는 유저들에게는 너무 긴 튜토리얼 탓에 게임의 본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포기하게끔 만들고 말았다.
또한 튜토리얼을 마친 뒤 시작되는 열강2 생활에는 사냥과 채집/채광으로 모든 콘텐츠가 점철돼 있고, 제작 시스템 역시 상인과 제작대를 분리해 놔서 번거로운 면이 없지 않다.
미니맵 표시 역시 퀘스트 몬스터와 채집 아이템까지 모두 표시해 복잡해 보이기도 하다.
유저들에게 자세하게 가르쳐 주려는 배려심이 충분해 보이기는 하지만 좀 더 단순하게 만들었다면 게임을 하는 유저 입장에서 한결 편했을 것 같다.
◆ 열혈 유저 다수…기대감 '유효'
열혈강호2는 20레벨은 돼야 게임의 재미를 서서히 알아갈 수 있다. 이전까지 긴 튜토리얼이 있지만 스킬을 연마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또 있기 때문이다.
스킬창에 어느 정도 공격기가 채워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콤보를 쌓아가면 열혈강호2의 재미를 알 수 있다. 10레벨까지는 비슷한 레벨의 몬스터를 사냥하는데 피 한 번 달지 않으니 무슨 컨트롤의 재미가 있겠는가.
몬스터를 한데 몰아 놓고 적절한 스킬 시전으로 한꺼번에 잡는 손맛을 느낀다면 열혈강호2의 본격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임을 하며 느낀 바로는 열혈강호2에는 다른 게임에 비해 헤비 유저(장시간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미 다른 게임들을 거친 뒤 열강2에서 스피드와 컨트롤의 짜릿한 손맛을 찾고 있었다.
이 때문에 열혈강호2의 성장성을 동시접속자나 점유율 등 통계상에 보여지는 수치보다는 높다고 본다. 관건은 모든 게임사들이 그렇듯 운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열혈강호2가 8년 전에 대한민국을 깜짝 놀라게 했던 원작처럼 놀라움을 선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오상직 기자 sjoh@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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