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북미 전초기지 아레나넷에서 개발중인 '길드워2'에 대한 전 세계 게이머들의 기대가 높다. 세계적으로 700만 패키지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전작의 영향도 있지만 작년 8월 개최된 유럽 최대의 게임쇼인 게임스컴에서 '길드워2'가 '최고의 온라인게임상(gamescom Award: Online Games)'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국내에서도 게임의 출시일을 애타게 기다리는 게이머들도 많아졌다.
국내에서 서비스됐던 '길드워'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은 '스킬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셀 수없이 많은 스킬중에 8개만을 골라 스킬창에 등록하고 PVP방을 만들어 싸움을 하는...극단적으로는 전략적인 요소가 매우 강한 PVP게임이었다. 적어도 국내 서비스를 종료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후 '길드워'는 북미와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확장팩을 발표하고 업데이트를 계속 했다. 결국 700만개 이상의 패키지를 판매하는 성공을 거뒀고 지금도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시애틀에 위치한 아레나넷 스튜디오에서 처음 '길드워2'를 접했을 때 느낌은 "전혀 다른 게임으로 변했다!" 였다. 강제적으로 PVP를 하게하지도 않았고 스킬시스템도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바뀌었으며 게임안에서 많은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완벽한 MMO로 탈바꿈한 것이다.
조작이나 인터페이스도 어색하지 않았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에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 움직임, 맵 이동이나 퀘스트를 가이드하는 요소까지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이는 다양한 해외게임이 국내에 들어오며 국내 게이머들에게 미리 훈련을 시켰기 때문일 수도 있고 '길드워2'가 국내 유저가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인터페이스와 조작에 한해서는 이질감이나 불편한 요소를 찾기 어려웠다.
반면 캐릭터에서는 북미 게임들의 특징이 묻어났다. 시연빌드는 커스터마이징이 제한되어 다양한 외형을 만들 순 없었지만 국내 유저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려면 약간의 변화가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외형은 외형일 뿐. 본격적인 시연에 돌입했다.
"핵심은 다이나믹 퀘스트, 개인화된 스토리, 다이나믹한 전투 시스템"
시연에 앞서 '길드워2'의 리드 기획자 '에릭 플레넘(Eric Flannum)'은 게임의 핵심 요소에 대해 다이나믹 퀘스트와 개인화된 스토리, 다이나믹한 전투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자세하게 설명했지만 역시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최고. 시연을 통해 세가지 핵심 요소가 게임에 어떻게 적용됐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다이나믹 퀘스트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이나믹 퀘스트에 대해 쉽게 설명하면 '굳이 NPC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굳이 파티를 맺지 않아도 진행되는 퀘스트'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뛰어가다가 켄타우루스가 침공한 마을을 들어갔다면 퀘스트창에 마을 주민을 도와 켄타우루스를 몰아내라는 퀘스트가 자동으로 등록된다. 당연히 NPC에게 말을 건 적은 없다. 그 퀘스트를 받는 순간 마을에 있던 다른 유저들과는 동료가 된다. 쓰러져있는 동료를 일으켜 세우고 마을 주민도 살리고 이래저래 켄타우루스를 몰아내면 그 퀘스트를 받고 있던 모든 유저들의 퀘스트가 완료된다. 역시 다른 유저들과 파티를 맺은 적은 없다.
그렇다고 강제로 퀘스트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 퀘스트를 하고 싶지 않다면 마을을 벗어나면 되고 완전히 벗어나면 받았던 퀘스트가 퀘스트창에서 사라진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퀘스트를 받았지만 원하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 덕에 필드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면 수시로 퀘스트가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한다. 굳이 NPC를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쓸데없는 이동을 할 필요도 없다.
시연을 해보니 이런 방식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게임진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을 구하는 내용의 퀘스트를 한다고 할 경우 구석에 숨어있는 NPC를 찾아 마을을 구해달라는 퀘스트를 받고 파티를 맺어 인스턴스던전을 들어가거나 필드의 지휘관쯤을 잡거나 해서 마을을 구하고 다시 NPC에게 찾아가 고맙다며 주는 선물을 받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퀘스트를 위해 잡았던 지휘관은 5분도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 생성되고 다른 유저가 찾아와 다시 잡기를 반복한다.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반면 '길드워2'는 접근방식이 다르다. 별 생각 없이 들른 마을에 괴물들이 쳐들어온 것을 발견했다고 치자. 퀘스트창에 마을을 구하라는 내용이 자동으로 뜨지만 "너 시간 되고 여유 있고 동정심 생기면 도와주고 가"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파티도 없고 혼자 몸이지만 졸개든 지휘관이든 괴물들을 잡아 마을에서 몰아낸다면 당연히 보상은 모두에게 돌아온다. 마을에는 평화가 찾아오고 다른 적대세력이 공격을 들어오지 않는 한 그 상태로 유지된다. 그때 마을에 들어서는 유저가 있다면 당연히 '○○마을을 구하라'는 퀘스트는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것들이 인던이 아닌 필드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게임스토리에 자연스럽게 유저가 참여하는 퀘스트 시스템이 다이나믹 퀘스트라고 정리할 수 있다. 최근 등장하는 게임의 가만히 서있는데 레벨되면 퀘스트생기고 클릭하고 몬스터 앞까지 이동하여 잡으면 퀘스트 끝나고 하는 방식과는 접근방식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퀘스트를 위한 퀘스트' 보다는 '스토리를 위한 퀘스트'쪽이 더 가까워 보였다.
개인화된 스토리 "비슷할 수도 있지만 모두 다르게"
개인화된 스토리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모두에게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개인화 스토리는 우선 캐릭터를 생성할 때부터 시작된다. 캐릭터 만들기를 들어가면 만들 캐릭터와 관련된 다양한 질문을 받게 된다.
노른종족 엘리멘탈리스트로 예를 들면 네 개의 원소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서부터 캐릭터의 성격이 어떠냐, 영웅으로서 중시하는 요소는 무엇이냐,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됐으면 좋겠냐, 어떤 동물의 영혼을 숭배하느냐 등의 질문을 받게 된다.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자칫 귀찮을 수 있겠지만 이정도 노력쯤이야 마음에 드는 얼굴 커스터마이징하는 노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모든 선택을 완료하면 선택한 스토리대로 인트로 영상이 시작된다. 영상이 끝나면 선택했던 원소대로 기본아이템이 주어지고 개인스토리가 시작된다.
게이머는 캐릭터를 생성할 때 대답했던 것에 맞는 스토리를 시작하게 된다. 선택에 따라 동선도 달라질 수 있고 퀘스트도 달라질 수 있다. 다이나믹 퀘스트까지 가세한다면 같은 길을 걷는 게이머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연 후의 인터뷰에서 '길드워2'의 리드컨텐츠 기획자인 '콜린조한슨(Colin Johanson)'은 "게임 안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주변 환경이 계속 변해 똑같은 캐릭터로 다시 게임을 즐기더라도 완전히 다른 이벤트가 발생하고 다른 퀘스트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하면 '정해진 길'이 없다는 얘기다.
시연에 앞서 스튜디오 내부를 둘러봤을 때도 '퍼스널스토리 팀'이 따로 세팅되어 있을 정도로 개인화된 스토리가 '길드워2'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다이나믹한 전투시스템 "게이머간 협동으로 무한의 콤비네이션"
다이나믹한 전투시스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최적화된 개인의 스킬과 유저간 협동을 통한 다양한 조합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레나넷의 PVP나 PVE의 전투시스템 개발능력은 이미 전작인 '길드워'에서 검증된바 있다. 수도 없이 많은 스킬을 만들어내며 최적의 효과와 재미를 줄 수 있는 스킬을 파악했고 이를 '길드워2'에 맞게 적용했다.
스킬의 수를 줄이는 대신 효과적인 스킬들을 배치했고 스킬의 교체도 순간순간 가능하도록 했다. '길드워2'의 스킬 교체는 일반적으로 스킬창을 열어 드레그로 단축슬롯으로 끌어오는 대신 슬롯을 클릭하면 사용할 수 있는 스킬 목록이 뜨고 바로 교체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30개가 넘는 스킬을 단축슬롯에 주르륵 등록해놓고 왼손이 키보드 전체를 분주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기본 스킬 다섯 개와 추가스킬 다섯 개, 태세변환이나 무기교체등의 기본적인 단축키만 사용한다면 모든 스킬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스킬교체나 사용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무기를 바꾸면 자동으로 사용 가능한 스킬세트로 교체되고 바로 전투가 가능하다.
각 직업의 스킬 중 대부분의 스킬은 움직이며 시전이 가능해 역동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굳이 타겟이 없어도 된다. '길드워2'는 오토타게팅으로 타겟을 잡지 않고 스킬사용시 적절한 대상을 자동으로 타게팅하게 된다.
다이나믹한 전투시스템은 유저간 협동을 할 경우 더욱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엘리멘탈리스트가 파이어월(불의 장벽)을 설치하고 그 뒤에서 활이나 총을 난사하면 불 속성이 가미된 공격이 이루어진다. 이런 식의 콤비네이션이 게임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전투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막연히 자신의 스킬만 난사하는 전투가 아닌 상대방의 상태나 동료의 스킬과 연계되는 전투시스템.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실제로 게임에서 이런 시스템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진정한 MMORPG로 재탄생"
'길드워2'의 시연을 앞두고 개인적으로 전작과 같은 방식은 따르지 않길 바랬다. PVP중심의 MORPG라면 굳이 후속작이라고 다시 만들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설명을 듣고, 묻고, 체험해본 '길드워2'는 온전한 MMORPG였다. 한 월드 안에 수많은 게이머가 모여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컨텐츠 자체가 사회적인 MMORPG였다.
컨텐츠를 강조해 캐릭터성이나 전투를 등한시하지도, 전투를 강조해 컨텐츠를 등한시하지도 않았다. 게임 내 사회성을 부여한다며 길드시스템하나 추가해놓고 끝났다고 하지도 않았다. MMORPG에서 필요한 각각의 요소들을 상호작용하며 게임에 녹여내는 것. '길드워2'는 그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레나넷의 대표인 '마이크오브라이언(Mike O’Brien)'은 "길드워2를 최고의 완성도를 지닌 게임으로 내놓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또,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넘어서겠다고 했다.
그들의 생각, 과정, 산출물들을 살펴보면 그런 자신감이 허황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길드워2'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어떤 성적을 내게 될지 게이머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본다.
[이정인 기자 inis@chosun.com] [ga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