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게임으로 옮기는 경우는 게임 제작사나 유통사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스크린 속 비주얼, 여기에서 더 나아가 블루레이 속 비주얼에 익숙한 사람들이 게임을 잡았을 때, 아무래도 스크린 속 비주얼 보다는 저렴해(?) 보이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게임들은 대개 플랫폼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게임'을 지향하게 된다.
게임콘솔의 하드웨어 성능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HPC 또는 슈퍼컴퓨터를 하염없이 클러스터링해서 만드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보다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과거 '차세대'라 불렸던 현세대 콘솔 모두 기술적으로 안정권에 들어와 하드웨어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는 해도, 일단 영화를 게임으로 구현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만들어 팔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는 이런 경향이 매우 두드러진다. 마법과 판타지의 세계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 자체의 특징으로 인해 마법 효과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현란하게 다뤄, 어지간한 게임에서는 그대로 본 뜨기도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나마 EA 정도의 퍼블리셔가 판권을 확보한 덕분에 영화 개봉시기에 맞춰 한국 게이머들도 해리포터를 움직여볼 수 있게 되었다.
▲ '퀴디치'와 같은 영화 속 장면을 게이머가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EA는 PS3, PSP, Wii, NDS 등 네 가지 주요 플랫폼용으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타이틀을 발매했다. 각 플랫폼 별로 하드웨어의 성격을 감안한 뚜렷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게이머는 보유하고 있는 장비에 맞춰 게임을 즐기더라도 원작의 재미 자체는 이어받기 용이한 편이다. 대표적으로, PS3는 HD(High Definition)을 내세우는데 이 때에는 게임 그래픽 특유의 뚜렷한 비주얼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게임성 자체는 리모컨과 눈처크 조합으로 마법대결을 하는 Wii 버전이나, 터치 인터페이스로 퍼즐을 풀어나가는 부분이 강조된 NDS, 가시성 좋은 본체를 바탕으로 무난하게 기획된 PSP 버전 등이 제각각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보다 나은 모습을 보인다. 특히 닌텐도 플랫폼은 '정식발매'라는 사실에서 직감할 수 있듯 '한글'이 게임 내에서 제공되므로 플레이와 스토리 이해가 더 쉽다.
국내에 발매된 타이틀 중에서 게임성이 가장 좋은 버전은 'Wii'로 볼 수 있다. PS3가 가장 좋은 비주얼을 보여주기는 하나, 영화에서의 환상적인 비주얼에는 못 미친다. 때문에 SD 화질 기반에서 인터페이스나 게임 디자인의 요소가 극대화된 쪽에 더 무게가 가게 된다. 휴대용들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기는 하나, '마법대결'로 인해 Wii 버전이 가장 우월한 면모를 드러낸다.
▲ 아직 게임이 영화 속 비주얼을 100% 따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 주의.
예로부터 영화 원작의 게임은 '모 아니면 도'의 모습을 보여왔다는 건 게임 매니아라면 다들 기억할 부분이다. '007 골든아이' 처럼 역사적인 명작의 반열에 오른 것은 극소수인데 비해, 그렇지 않은 경우는 너무나 많다. 대개 영화 개봉시기에 맞춰 급조되기 때문에 영화 속 요소와 게임 속 요소의 밸런스를 맞추기 어렵다는 한계가 게임 속에 투영되기 마련이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도 이러한 고질적인 한계점이 드러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영화 속 정경과 캐릭터를 구현하는 것은 과거 그 어느 버전보다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영화' 그 자체가 보여준 비주얼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는 차차세대를 가도 해결이 안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인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닌텐도 플랫폼에서 인터페이스와 레벨 디자인의 진일보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EA가 영화 프랜차이즈에 기반을 둔 게임이 매우 미묘한 사업테마라는 점을 장기간에 걸쳐 인식한 때문인지, 발매 타이밍이나 게임 기획 방향 모두가 그 어느 때 보다 안정된 느낌이다. 게임 자체도 과거처럼 비주얼 퀄리티를 기를 쓰고 쫓기 보다는 게임 콘솔 고유의 인터페이스나 특성을 감안해 디자인하는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다음 세대에는 또 얼마나 진보를 이룰지 기대가 되는 바람직한 '경향'이다.
▲ 다양한 플랫폼으로 한꺼번에 나와 '선택의 폭'은 매우 넓다.
전체이용가 / 평점 : 6점(10점 만점)
[기사제공 :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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