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현세대'라고 해야 할 Xbox360이나 PS3 등이 나오면서 게임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부분이라면 '오픈 월드'를 손꼽을 수 있다. 하드웨어 성능의 진보를 바탕으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표현과 시도가 현실적으로 가능해지면서 게임 속에서 돌아다닐 수 있는 필드가 제작사에서 만드는 만큼 늘어나는 것이 가능해졌다.
표현할 수 있는 세상,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이 늘어나면서 제작사 입장에서는 그 세계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가 큰 과제로 떠올랐다. 현실세계를 매우 비슷하게 표현하면서 일상생활과 중첩시켜 볼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인 표현이 가능해지면서 그 안에서 하는 일도 현실적으로 변모하는 건 자명한 일. 그 결과 나온 것이 소위 'GTA 스타일'의 갱스터 게임들이다.
법과 질서? 그런 건 개도 안 물고 다니는 그런 세계를 게임 속에서 구현한 것들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이다. EA 역시 동종업계에서 이런 게임으로 톡톡히 재미본 사례가 속출하자, 유명 영화 프랜차이즈인 '대부 2'를 제목으로 건 게임을 내세웠다. 영화 속에서 보았던 그 세계 속에서 남자들의 우정과 야망을 활활 불태우는 그런 게임이 나온 것이다.
▲ GTA 세계와 '따로 또 같은' 난장판 속에서 살아남아서 이기는 게 일이다.
'대부 2'가 지향하는 게임은 우리가 익히 아는 유명 게임과 비슷하다. 최근에 나온 'GTA 4'와 '세인츠로우 2'가 비슷한 경우로 볼 수 있다. 다소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 2'는 원작 영화가, 그것도 영화사에 길이남는 명화가 있다는 점이다. 이름에서부터 말론 브란도와 알파치노의 후광이 어른 거리는 그런 게임인데, 게임역사에서 그런 위치를 차지하기에는 경쟁 게임이 이룬 업적이 너무나 눈부시다.
일단, 'GTA 4'는 오픈월드에서의 갱스터 라이프를 현실적으로 그리면서 2편과 3편을 거치면서 단련된 범죄의 정석을 세계관에 융합시킨 경우다. 이와 비교하자면 '대부 2'는 '갱스터'라기 보다는 '느와르'다. 시대적인 배경이 있다보니, 폭력이긴 한데 다소 약한 폭력이다. 어차피 범죄이긴 하지만, 클래식한 범죄는 요즘 범죄보다 다소 밋밋한 게 사실이다. 게다가 부하들까지 뜻대로 안 움직이니...
'세인츠로우 2'에 비견한다면 '세대 차이'가 두드러진다. 흑인 랩퍼같은 악당들이 고향 땅에서 복수로 세월 보내는 것과 이태리 교민이 살아보겠다고 애 쓰는 건 애당초 출발선상이 다른 일이다. 전자가 사람 잡다보니 정점에 섰다면 후자는 그 목표가 초반부터 명확하다. 당연히 후자는 마음 급할 일이 많다. 문제는 남들이 안 도와준다는 점. 팀플레이인 것 같은나, 실상은 혼자서 다 해야 한다.
▲ 조직간 항쟁 속에서 거점을 하나하나 빼앗는 '땅따먹기'가 묘미.
'대부 2'라는 이름 값 때문에, 게임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기존 명작들과 어느 정도의 차별성을 주고자 애쓴 건 눈에 보인다. 비슷하게 만들어졌지만, 디테일하게는 틀리게 여러 부분이 손대져 있다. 또 '조직간 항쟁'이라는 마피아 특유의 전통도 있어 다른 게임보다 거점 확보가 중요하게 다뤄져 이런 부분에서 '영역'을 관리하는데 취미가 있다면 정들기 좋은 게임이다.
어떻게 보면 '심시티' 같은 요소도 엿보이는데, 특히 적 패밀리가 날려 버린 건물을 복구하는 걸 보면 기왕 하는 김에 요새까지 지어 버리면 어떠했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든다. 게임 자체에서 마피아의 영역 개념이 확고한데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수복이나 개발활동이 제한적인 탓에 뒤가 바다나 맵 끝으로 막힌 곳을 차지해 농성으로 버티면서 하나하나 함락시키는 그런 식의 플레이는 기대할 수 없다.
'대부 2'가 비슷한 스타일의 오픈월드 게임과 차별화되는 길은 마피아의 영역 개념에 충실한 '전역' 단위의 플레이가 강조되는 것일텐데, 그보다는 GTA 클론 스타일로 플레이하는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문제는 그런 분야에서 득도한 게임들이 경쟁작으로 도사리고 있다는 점. 새삼 초장부터 칼같이 움직이는 부하들을 부리며 계략을 써서 가족이고 적이고 몽땅 굴복시키던 영화 속 그의 모습이 그립다.
▲ 영화 속 세상을 주인공(!)이 되어 휘저을 수 있다.
[기사제공 :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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