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안 보더라도, 일단은 '국가대표 서포터즈'인 스포츠팬이 절대다수인 우리나라에서는 야구와 관련해 매우 꿈결과 같던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설마설마하던 일본과의 5차전을 비롯해, 강팀 베네주엘라도 꺽어보는 등 국민들의 피를 마르게 하던 명승부가 하루 건너뛰며 계속 이어진 그 나날들. 야구 팬이 아니더라도, 잊을 수 없으리라.
'WBC 2009'의 감동이 아직 살아있는 이 때, 일본의 한 야구게임이 'WBC' 모드를 탑재하고 한국 게이머들 곁에 찾아 왔다. 이름하야 '실황 파워풀 메이저리그 2009'. 플레이스테이션 시절부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바로 그 게임의 메이저리그 버전이 국내에 정식 발매되었다. 특유의 '석세스 모드'는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늘리고, 여기에 한국 사람들의 눈과 귀가 솔깃할 'WBC'모드를 앞세우고 나왔다.
게임이 나온 타이밍을 보면 알겠지만, 딱 WBC 특수를 노린 게임이다. 그런데 매우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든다. 야구 게임이야 여럿 있는 게 사실이고, 국내에서는 온라인 야구게임 제작사가 프로리그 메인스폰서를 하는 하나이긴 하나 콘솔버전으로 WBC 분위기를 내는 건 없는 것이 현실. 플레이스테이션2 버전이긴 해도, 콘솔 게이머 입장에서는 나와준게 고마울 지경이다. 특히나 요즘같은 때에.
▲ 게임에서나마 'WBC 2009'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
미국의 '리얼계' 야구게임과는 사뭇 다른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스타일의 야구 시뮬레이션 장르는 조작은 간단해도 머리 쓸 일이 매우 많은 게임이다. 투수를 조작할 때에도 구질과 구속, 코스 등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면서 던지는 것도 그렇고, 타자로 타석에 들어섰을 때에도 컴퓨터가 상대라고 하더라도 '수 읽기'를 꼭 해야한다.
캐릭터가 소위 '2등신' 캐릭터다 보니, 보기에는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게임을 진행할 때의 메카니즘은 매우 심각하면서도 진중하다. 게이머들이 말하는 '팔 것이 많은' 그런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매 게임이 같은 패턴으로 시종일관 흘러가는 그런 루즈한 분위기는 난이도가 낮아도 찾아볼 수 없다. 실력이 늘어서 잘 던지고 잘 치는 건 있어도, 요행으로 어떻게 하는 건 '홈런' 외에는 없다.
야구게임을 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게임을 즐기는 느낌은 시뮬레이션이 반은 넘는다. 일반 매치업이나 WBC 모드를 즐길 때에는 시뮬레이션인 제외한 절반이 아케이드인 것 같기도 하고, 보드게임인 것 같기도 한데, 연륜이 있는 게임 프랜차이즈라서 그런지 그런 부분들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것이 꽤 쏠쏠한 재미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높을 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게임 속에 담겨져 있다.
▲ '석세스 모드'의 지위는 이 게임에서 절대적. 못해도 50%.
그런데 문제는 '언어'다. 한글화가 유독 아쉬운 타이틀이라고 '실황 파워풀 메이저리그 2009'를 평가할 수 있다. 왜냐하면 게임에서 핵심을 이루는 '석세스 모드'가 언어의 장벽이 매우 높다는 점 때문이다. 한자를 어떻게 읽어서 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다. 시놉시스가 담겨진 시나리오들은 회화가 파악되지 않으면 그 재미가 매우 떨어진다. '롤플레잉'에 '어드벤처'가 섞여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콘솔게임은 멀티플레이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 특히나 플레이스테이션2 콘솔은 한 세대 이전의 물건이라 혼자 놀아야 되는 경우가 많다. 혼자서 컴퓨터와 대전하며, 또는 캐릭터를 키우며 보낼 시간이 많다 보니 플레이 타임 기준으로 본다면 '석세스 모드'는 게임 상에서 그 비중이 너끈히 절반은 넘어간다. 그런데 이게 일본어로 꽉 차 있다.
'실황 파워풀 메이저리그 2009'는 일본에서 나온 게임답게, 일본어에 능통한 사람이 아니라면 뭔가 있는데도 한 수 접어야 하는 그런 아쉬운 상황을 초래한다. 특별히 일본어를 배워서 아는 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 선에서 접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게 게임의 재미 중 절반은 된다는 점. 시스템이나 컨셉 등이 모두 좋아도, '언어의 장벽'이 유독 거대하다. 일본어를 안다면 평점 8~9점 짜리는 될 게임이다.
▲ '한글화'만 되었더라면...!!!
[기사제공 :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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