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에서 Wii 콘솔을 정식발매한 이후, 국내에서 하드웨어는 많이 팔려나갔지만 정작 할 만한 게임을 찾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소위 '코어 게이머'들이 즐기는 게임들은 도통 들어올 기미도 안 보이는 와중에, 기계 자체는 한국버전만 작동되게 만들어져서 일본에서 나오는 여러 재미있는 게임들을 보며 그저 손가락이나 빠는 수밖에 없었다.
닌텐도 플랫폼, 즉 Wii와 NDS 모두 '한글화'가 되지 않으면 타이틀 발매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는 은근히 약점으로 작용한다. 한국 시장의 볼륨이 작다보니, 일본어나 영어 버전이 나올 정도로 시장성이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다보니, 어지간히 상품성이 있는 거 아니면 한글화 비용의 지출이 적은 게임들이나 발매되게 된다. 그 결과, 한국에서 살 만한 Wii 게임이 제한적인 그런 상황이 야기되었다.
앞서 언급했듯, 한글화되는 게임은 크게 두 가지 파벌로 나뉜다. 상품성이 좋고 시장의 요구도 커 만인의 축복 속에 발매되는 게임. 그리고 한글화 비용이 적을 수밖에 없는 그런 게임. 대략 두 패턴으로 한글화된다. 이번에 살펴볼 허드슨의 '데카스포르타(DecaSporta)'는 그 후자라 할 수 있다. 성우가 필요없는 스포츠 게임이라 깔끔하게 한글화되어 한국 소비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 열 가지의 스포츠 게임을 Wii 컨트롤러로 즐길 수 있다.
게임의 컨셉은 닌텐도에서 나온 'Wii Sports'를 연상하면 된다. 거기 나오는 스타일의 캐릭터를 조작해 스포츠 게임을 즐기면 되는 구성이다. 종목은 올림픽 스타일 게임처럼 유명 종목들을 모듬으로 모아두고 즐기고 싶은 것을 즐기게 만들었다. 일견, 보기에는 꽤 볼륨이 있어보이는 그런 구성인데, 실제로 해보면 다소 의아함을 느낄 수 있다.
일단, 게임의 구성 자체가 가볍다. 리얼리즘을 견지한다는 의미에서 소위 '리얼계'라 구분되는 스포츠게임들 처럼 데이터나 컨트롤에 의한 조작이라기 보다 운이나 분위기따라 가는 경향이 강하다. '코어'한 그런 맛은 없다. 게다가 인공지능과 게임을 할 때에는 조금만 익숙해져도 완승 거두기 쉽다. 혼자서는 오래 즐기기 어려워 보인다.
기본적으로 컨트롤 방법이 너무나 다른 형태로 개발되어 온 스포츠 장르를 한꺼번에 열 가지나 묶는 바람에, 이들 사이에서 조율을 하다보니 컨트롤을 너무 평범하게 만든 게 게임의 심도를 얕게 만들었다. 하기사 세 가지 종목만 넘어가도 다른 게임 컨트롤과 헷갈리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제작사 나름대로 합의를 본 느낌인데, 그 결과가 밋밋한 컨트롤이다. 쉽게는 즐길 수 있어도, 오래 즐기기는 어렵다.
▲ '피겨 퀸' 김연아의 화려한 플레이는 재현하지 못해도, 분위기는 어느정도 낸다.
'데카스포르타'는 무난하게 단순하게 파티게임으로 여럿이 1회성으로 즐기기에는 적당하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서로 겨뤄보는 용도로 즐기기에는 그 볼륨이 적당하다. 종목을 옮겨다니며 하거나 한 종목을 오래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보여도, 어느 정도 시간차를 두고 서로 컨트롤이 미숙한 상태에서 겨뤄보기에는 꽤 적당한 측면이 있다.
과거에 닌텐도의 'Wii Sprots'가 종목 수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이 '데카스포르타'를 하면서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다. '과유불급' 이라는 말 처럼, 한 패키지 게임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보니, 그 조율이 매우 어려웠던 것이 보인다. 특히나 각 컨트롤이 전혀 다른 패턴으로 작용하는 터라, 한 자리에서 여러 종목을 돌아본다는 건 무리가 따른다.
'데카스포르타'는 상황 설정이 어느 정도 있어야 게임의 묘미를 제대로 캐낼 그런 스타일이다. 혼자서 하기보다는 여럿이, 반복 플레이 보다는 한두 번 즐기고 마는 정도로 '가볍게' 하고 마는 것이 포인트다. 특별히 언락을 해야 하는 캐릭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경험치를 쌓아 플레이어를 개조하는 것도 아니므로, 간혹 가볍게 '다양성'을 누려보고 싶을 때 꺼낼 만하다.
▲ 'Wii Sports'를 하다가 다양성에 목 말라지면 해볼만.
[기사제공 :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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