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플레잉 게임은 장시간 집중해야 되는 게임 장르의 특징으로 인해, 소위 '즐길 꺼리'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다른 장르에서는 있다는데 의의가 있는 수준인 '능력치'와 '스킬' 등이 매우 세분화되는 편이다. 게다가 그런 설정들이 게임 플레이 자체에 매우 깊게 영향을 미쳐, 설정에 신경을 쓰며 퀘스트를 진행해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PS3로 출시된 롤플레잉 게임인 '데몬즈 소울'은 롤플레잉 장르의 필수적인 요소인 '설정'이 주는 즐거움이 제대로 담긴 케이스다. 우선 체력, 지력 등 여덟 가지 능력치를 조율하는 것에서부터 상당한 고민이 수반된다. 게임 세계관을 핑계로 대는 듣도보도 못했던 그런 공식이 아니라, 상식대로 능력치와 실제 플레이에서의 작용이 맞물려 있다. 그래서 능력치에 소울을 나누는 게 매우 신경 쓰이는 일이다.
게다가 배틀 스타일이 유명 롤플레잉 게임인 '바이오 쇼크'나 '엘더 스크롤' 처럼, 액션으로 진행되므로, 능력치와 더불어 장착한 장비 중량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가볍게 입으면 빨라지는 대신 위험도와 공격력이 제 갈길로 나뉘는 식이라 자신의 스타일대로 배틀을 진행하고자 한다면 '파워'와 '스피드' 사이에서 결정해야 한다.
▲ 전투 사이사이에 배치된 퍼즐로 머리도 좀 써야 하는 게임.
능력치와 장비 관리로도 연구할 요소가 많은 가운데, '롤플레잉' 장르의 백미인 아이템이 주는 재미도 상당하다. 돈 모아서 집을 사고 땅을 사듯, 이 게임에서는 소울을 모아 이를 통해 아이템을 구매하는 방법과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던전이나 시체 등을 뒤져서 레어 아이템을 얻는 전통적인 방식의 아이템 수집이 공존한다.
전자는 돈 모으자고 하는 일이, 후자는 적들이 출몰하는 맵을 방황하는 일이 부담이긴 하다. 다행스럽게도 하드웨어 성능 덕분에 로딩이 그렇게 긴 것은 아니라서 바로바로 조이패드를 다뤄 적들을 물리쳐 돈을 벌고, 던전을 뒤지거나 적을 물리쳐 얻는 아이템으로 자신의 능력치와 외관을 바꿔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이 때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어, 소위 '노가다'인줄 알면서도 꼭 하게 된다.
퀘스트만 진행하는 것을 지양하고, 갔던 곳을 또 도는 그런 행위를 하면서도 크게 이물감이 없는 것에는 아이템을 통한 능력강화와 더불어 눈에 보이는 변화도 영향력이 큰 기제로 작용한다. 여기에 대장장이를 통해 장비에 속성을 부여하는 '강화'에다가 '검술 액션'이 되었을뻔한 게임을 구원한 '마법'과 '기적'까지 두루 갖춰져 있어 매우 풍부한 볼륨으로 어둠이 감도는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 벌어 모은다면 모을 수는 있지만... '소울' 관리는 매우 신경 쓰이는 부분.
게임 플레이를 진행하면서 항상 염두에 둘 부분이 하나 있다. 과거, '전설의 오우거배틀'을 플레이할 때 주인공의 선악을 판정하는 '카오스 프레임'이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소울의 성향'인데,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플레이어의 역량은 물론 게임 시나리오까지 영향을 받는 것을 보게된다. 선한 캐릭터가 될지, 악한 캐릭터가 될지에 따라 디테일하게 달라지는 것이 몇 있다.
기본적으로 소울 성향을 세계관이 투영된 지역성향과 플레이어의 영혼을 반영하는 소울성향 등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맵과의 상성 문제이긴 한데, 이 부분에 대한 패널티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어서 진행에 참고삼을 정도다. 문제는 소울성향이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같은 성향이면 공격력이 '0'이 되는 그런 골치아픈 속성 변화가 내재되어 있으니 꽤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소울성향은 퀘스트의 내용과 보상을 바꾸는 것 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능력치에도 영향을 줘 게임 자체의 진행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플레이 한다면 비교적 난이도가 쉬운 편인 선한 캐릭터도 플레이를 마친 후, 악한 캐릭터를 양성해 숨겨진 '데몬즈 소울'과 신기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받는 것을 추구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설정을 잔뜩 담고 있어 여러모로 탐구할 부분이 많다.
▲ '디아블로 1' 분위기를 추억하게 만드는 잘 만들어진 '한글 롤플레잉 게임'
18세이용가 / 평점 : 9점(10점 만점)
[기사제공 :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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