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는 '니드 포 스피드' 게임은 '2 SE'다. 지금 보자면 참으로 밋밋한 그래픽이긴 해도,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을 가장 멋지게 PC에서 구현했던 게임이라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가장 인상깊은 타이틀은 '2 SE'가 아니라 핫 퍼쉿(Hot Pursuit)이다. 이 게임은 경찰과의 추격전이 주요 퀘스트인데, 그 재미가 단순한 레이스와는 사뭇 달랐다.
벌써 10여년에 걸친 프랜차이즈가 이어지는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로 나오는 게임들은 이제 다들 전작의 컨셉들을 이어받는 그런 느낌이 강하다. 사실 그 긴 시간 동안 레이싱 게임 타이틀로 시도해 볼 만한 것들은 꽤 많이 다뤄왔던 터라, 나름 참신하다 생각해도 게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참신함보다는 향수에 젖을 일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니드 포 스피드 : 언더커버(이하 언더커버)'도 그런 측면에서 익숙함과 고루함이라는 양면을 지닌 게임이다. 예전부터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를 해와 익숙한 게임 스타일을 즐기길 원하는 사람에게는 장점으로 받아들여질 부분이 특이한 컨셉의 레이싱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지겹게 느껴질 수 있다. '족보'가 있는 게임이 지니는 숙명이랄까?
▲ NDS버전은 동명의 다른 플래폼 게임과 '비슷'하다.
10여년에 걸친 장구한 각종 시리즈의 범람과 별도로, 세계적인 게임 퍼블리셔인 EA의 특징인 '멀티 플랫폼' 역시 니드 포 스피드 식구들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린 주인공이다. 상품으로 판매되는 하드웨어 플랫폼으로는 무슨 콜렉션 하듯 타이틀을 쏟아 내, 다른 게임기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게임만큼은 같은 걸 즐길 수 있는 환경을 EA는 만들어 냈다.
그런데, 게임기들은 대개 하드웨어 성능에서 우열을 가지는데다 인터페이스도 서로 상이한 측면이 있어 '완전이식'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게임이 가동되는 플랫폼 별로 특징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일례로 거치형을 보면 HD를 내세우는 경우와 SD로 보이는 경우가 있고, 포터블로 보면 조이패드 타입으로만 컨트롤되는 게 있는 반면에 터치스크린으로 게임을 다루는 경우도 있다.
NDS 버전은 화질이나 해상도 측면에서는 가장 열세이긴 하나, 터치스크린과 듀얼스크린 체계를 겸한 게임플레이가 강점이다. 하단 스크린을 통해 선택이나 설정을 손으로 눌러 할 수도 있으며, 지도나 각종 수치를 아래 스크린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듀얼스크린은 가장 높은 사양을 자랑하는 거치형 콘솔도 지원하지 못하는 것이어서,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매우 뜻깊은 부분이다.
▲ 자잘한 재미들이 잘 마련되어 있어 시간 보내기 좋다.
NDS 버전은 거치형 콘솔이나 다른 포터블 기기용 버전과는 사뭇 다른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NDS는 앞서 언급한 듀얼스크린이 가장 큰 특징이라 직관적인 게임 플레이, 속 시원한 게임 플레이를 원하는 게이머에게 적합하다. 특히 게임 난이도나 게임진행속도 자체가 가장 빠른 감이라 바로 꺼내 간단히 게임을 하다 접어버리는 NDS 플랫폼 자체의 성격과 잘 맞아 떨어진다.
게임 컨셉 자체는 게임 자체의 장르와 기기 자체의 특성이 맞물려 안정된 편이긴 한데, 아쉬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NDS 자체가 하드웨어적으로 게임을 가동시키기에는 낮은 편이라는 한계가 명확해 거친 그래픽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 게임시리즈를 다른 플랫폼에서 해봤다는 경험이 있을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미흡함이 한층 더 눈에 들어올 것이다.
PC 버전과 PS3 버전을 모두 해본 다음에 NDS 버전을 잡으니 똑같은 동영상에 똑같은 코스를 봐도 참으로 다른 느낌이 든다. 여유롭게 거실에 앉아 게임을 즐기면 환상적인 비주얼과 듀얼쇼크와 같은 잔재미를 느끼던 언더커버. 그러나 포터블로 하면 뭔가 상실감이 다 일어날 정도다. 'NDS 게임' 자체로 보면 괜찮은 편이나, 다른 플랫폼을 먼저 해본 사람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많을 게임이다.
▲ 콘솔 생각하고 하면 안 될 게임. 'NDS'임을 잊으면 안된다.
12세이용가 / 평점 : 6점(10점 만점)
[기사제공 :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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