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매우 복잡다난하다. 비서도 하고, 첩보도 하고, 암살도 하고, 청소도 하는 등 닌자를 만능인 것 처럼 다루는 게임이나 만화가 한둘이 아니다보니, '인술'(忍術)이라는 고유의 기술을 쓰는 직능인이라기 보다는 만능 엔터테이너처럼 비추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은 '집사'가 바톤을 넘겨받았다고 해도, '닌자'에 대한 환상은 예나 지금이나 각종 미디어에서 넘실댄다.
게임에서 '닌자'의 스타일리쉬함을 한껏 뽐낸 것으로는 '시노비'나 '쿠노이치' 같은 타이틀도 대단했지만, 테크모의 '닌자 가이덴'만한 것이 없다. 1세대 Xbox의 킬러 타이틀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일본發 '닌자 환타지'를 아주 당연한 것처럼 만들어 버린 것이 닌자 가이덴이다. 특히 '데드 오어 얼라이브'(DOA)와 맞물리면서 Xbox 게이머라면 교양강좌 처럼 이수해야 하는 독특한 경지에 올랐다.
바로 그 쟁쟁한 '닌자 가이덴'이 깃발을 세운 Xbox360 콘솔로 닌자게임이 또 나온다는 사실은 이래저래 아류작이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기에 충분했다. '닌자 블레이드'의 가는 길에는 워낙 전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어, '오토기'와 '메탈 울프 카오스'로 독자적인 노하우를 지닌 프롬 소프트웨어라고 하더라도 무리가 아닌가 하는 선입견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 없었다.
▲ '닌자가이덴'과 바로 비교하기에는 머쓱한 나름대로의 '닌자 환타지'
차별화. '닌자 블레이드'는 등장할 때부터 주어진 과제가 매우 명확했다. 때문에 여러군데에서 '닌자 가이덴'을 의식한듯한 차이점을 보여준다. 연계나 공방 위주의 플레이가 아닌, 타격과 판정 위주의 플레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실제 검을 다루는 듯, 약간 밀려 나가면서도 힘으로 끊어치는 느낌을 중심으로 플레이 스타일을 매우 디테일하게 가다듬었다.
여기에 '시네마틱 액션'을 지향하면서 '영상미'가 집중하는 대상이 적과의 조우 보다는 캐릭터 그 자체의 연출에 집중함을 분명히 했다. 동영상처럼 영상이 흘러가더라도 색다른 연출을 보고 싶다면 버튼 누를 것을 준비해야 하는 퀵 타임 이벤트(QTE) 등을 갖췄다. 문제는 열심히 연타를 하다가 동영상 나올 때 좀 쉬고 싶은 사람에게는 쥐약인 그런 연출이라 '스킵'하지 못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초반이나 모터사이클로 벽을 타는 등 기상천외한 볼꺼리와 즐길꺼리가 가득한 가운데, 명작액션게임인 '맥스 페인' 처럼 화면이 느리게 진행되는 틈을 타 속공을 가하는 '닌자비전'까지 두루 거치다보면 시간이 참 잘 간다. 기술이나 인법으로 퍼즐 비슷한 역경을 거치다보면, 어느새 이형의 괴물과 맞서게 되는 장면에 다다른다. 은근히 게임 진행의 템포가 꽤 빠르다.
▲ '정통 칼부림 액션'이라기 보다는 'Sci-Fi 닌자 액션'이라고 봐야 타당할 듯.
빠른 플레이는 '닌자 블레이드'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닌자 액션 게임의 대표작인 닌자 가이덴도 표창 그림 무던히도 봐야 겨우겨우 미션을 진행하는데, 그런 끊김 없이 칼을 휘두르는 것 처럼 경쾌하게 미션이 진행된다. 이는 이미 아머드 코어, 오토기 등 유명 게임 타이틀을 Xbox용으로 개발해 온 프롬 소프트웨어의 노하우가 빛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닌자'를 다룬만큼, 왜색이 짙은 것 아닌가 하는 편견이 작용할 지 모른다. 그러나 이 게임은 직접 해보면 '바이오 하자드'나 '갓 오브 워' 처럼 이형의 몬스터가 득실한 게임에 적을 도살하는 캐릭터가 '닌자'라는 것 외에는 딱히 일본색을 논할 길이 없다. 그냥 서양 사람들이 지닌 '닌자 환타지'를 극한으로 끌어내보겠다는 의지만 느껴질 뿐이다.
게임 시놉시스가 꼬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출이 파격적인 것도 아니라 무난하게 주어지는 미션을 클리어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 편이다. 한글자막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검수한 게임인만큼, 보기에 난감함이 따르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 때문에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보며 내용도 이해하며 가볍게 즐기기 적당하다. 또 '보는 재미'가 충실해 MOD 영상 소스로도 손색없어 보인다.
▲ 단테(...)의 그림자를 본듯한 '닌자 액션 활극'
18세이용가 / 평점 : 7점(10점 만점)
[기사제공 :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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