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도봐도 안 질리는 '명화'라는 것이 있다. 영화긴 영화인데, 따로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특별대우 받는 영화들을 '명화'라고 한다. 대개 이런 호칭은 대중성이나 보편성 등을 가지거나 공통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경우에 사람들이 알아서 추앙하면서 자연스럽게 획득하곤 한다. 그런 흐름에서, '반지의 제왕' 3부작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화로 영화史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원작 그 자체가 벽돌보다도 더 두꺼운 '대서사시' 수준의 볼륨을 자랑하다보니, 피터잭슨 감독이 나름대로 많이 줄였다고 해도 영화 3부작의 런닝타임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긴 편이다. 그러나 그 긴 시간이 길지 않게 느껴질 만큼, 나오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물론 영화의 연출까지 완벽함을 자랑한다. 영화 자체가 영화관에서 보고 집에서 DVD로 또 봐도 재미는 여전하다.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이미 화보, 동화,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줄줄이 나온 가운데, 게임도 '원 소스 멀티 유즈' 행렬에서 당당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게임이 다른 작품들과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면 그 기준이 피터잭슨 감독의 '영화'라는 점이다. 피터잭슨 감독이 캐스팅한 배우들과 연출한 사건들, 배경 디자인들이 게임에서는 기본 설정이다.
▲ 영도자 '간달프'와 더불어 영웅이 된 기분을 맛보는 것도...?
이미 영화의 각 편에 해당되는 게임은 물론, 온라인 게임까지 나온 마당에 또 하나의 '반지의제왕' 게임이 나온다는 것은 게이머 입장에서도 식상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EA에서 나온 게임들은 영화 속 배우들을 기준으로 게임캐릭터들을 디자인해 겉보기에는 똑같은 게임들만 찍어내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반지의제왕 : 컨퀘스트(이하 컨퀘스트)'는 이제까지의 게임들과는 다르다.
컨퀘스트가 다른 게임들과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악의 축'들을 캐릭터로 골라 그들만의 관점에서 그들만의 역사를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패키지 게임들은 선택할 수 있는 진영과 캐릭터가 뻔해 매번 '착한 일'만 해야 했다. 스토리 자체가 워낙 중후해 GTA 식으로 샛길로 가는 플레이조차 할 수 없었다.
워낙 설정이 강하게 정해져 있어 캐릭터에 따라 정해진 스토리라인이 있는 상황에서, 어둠의 욕망(?)을 추구하는 게이머에게는 광명정대한 게임은 성에 안 찰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컨퀘스트에 들어간 '악의 축' 캐릭터들의 스토리모드는 또 다른 '반지의제왕' 서사시를 쓴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이 부분 하나만으로도 지금까지의 '반지의제왕' 관련 패키지 게임들과 차별화된다.
▲ '악의 축' 입장에서 세계를 평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컨퀘스트는 히어로 데스매치 등 일반적인 멀티플레이 게임 룰과 게임 브랜드를 접목한 게임 플레이도 준비되어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미들어스를 탐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순히 반지원정만 하다 마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봤던 그 스토리라인을 다시금 뒤짚어 보면서 영웅 또는 일반 병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역사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들어스에서 모험하는 캐릭터 자체를 영웅부터 기타등등까지 폭 넓게 고를 수 있다 보니, 체감 난이도가 캐릭터 별로 매우 낙폭이 크다. 게임 난이도와 별도로 캐릭터 자체의 역량도 어느정도 영향이 있는 눈치다. 게다가 게임 플레이 자체가 융통성이 너무 크게 설정되어 있어서 그런지 어렵게 느껴진다. 게임의 스케일에 비해 체력이 적다고 느껴진다.
게임 필드가 원체 넓고, 적들도 심심하지 않게 줄 서서 나오다 보니 오래 붙잡고 놀기 좋다. 영화도 길더니 게임도 길달까? 게다가 시기적으로 영화가 나온지 꽤 시간이 지난 시점에 나온터라, 지금까지 나온 '반지의제왕' 게임 중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고도 안정화된 느낌이다. 전장에서 싸우다보면 예전 게임들 보다 더 매끄러우면서도 스케일 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 '반지의 제왕' 영화 속 주인공이 된듯한 박력이 압권
15세 이용가 / 평점 : 7점(10점 만점)
[기사제공 :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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