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세월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보면 조악하기 그지 없는 플레이스테이션, 새턴의 그래픽이 '경이적'이라는 수식어로 격찬을 받던 시절이 그 때쯤인데, 그 때나 지금이나 게임성이 큰 기복없이 빼어남을 유지해 온 스포츠 게임이 하나 있다. 축구나 야구같은 게임들은 되려 변화가 많았던 편, 그런데 유크스(Yuke's)가 만든 프로레슬링 게임은 여전한 손맛이 이어져오고 있다.
올드게이머들이 기억하는 최초의 유크스 게임은 1998년에 선보인 '신일본 프로레슬링' 시리즈로 알려져 있다. 그 이전인 1996년에서부터 게임 타이틀을 몇 만들어왔다고는 하는데, 이 '신일본' 시리즈를 거쳐 국내에서 프로레슬링 게임 명가로 우뚝 선 건 WWF(지금의 WWE)와 손잡고 지난 2000년에 출시한 'WWF 스맥다운!'이라 할 수 있다.
최고의 프로레슬링 브랜드와 최고의 프로레슬링 게임 제작사가 손을 잡았으니, 장수는 어찌보면 예견된 것이었다. '할아버지-아버지-아들' 식으로 3대에 걸친 플랫폼 변경을 거치면서 일관된 게임성과 재미를 유지하면서 기술적인 발전을 꾸준히 이어온 케이스는 유크스가 만든 프로레슬링 게임이 대표적이다. 게임 자체의 가치뿐만 아니라, 사료적인 가치까지 논할 수 있을 정도다.
▲ 게임속에서, 진짜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WWE SmackDown vs RAW' 시리즈는 야구, 축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등 북미시장에서 인기 높은 대중 스포츠와 어깨를 나란히하며 매년 연식을 바꿔가며 출시되어 온 게임 타이틀이다. 첫 시초는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한 브랜드로 벌써 다섯 번째 타이틀을 배출했으니 상당한 인기를 가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꾸준한 인기 행진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게임성이 밑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매년 '좀 바뀐 것 같다' 수준의 변경 정도가 이어졌을 뿐, 매번 게임 자체를 새로 배워야 할 정도로 큰 변화가 컨트롤이나 게임성 부분에서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매년 바뀌는 슈퍼스타들의 데이터나 기믹을 WWE 최신 데이터에 맞춰 변화를 준 것과 콘솔 플랫폼의 세대교체에 타 제작사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대응했다.
물론, 화면 앞에 붙어서 보고 있다보면 여전히 생중계보다는 밋밋한 관중들과 생중계에서 볼 수 있는 움찔거리는 모습만 못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게임이 몇 년새 실제 경기에 이 정도까지 따라잡았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게다가 앞으로 플랫폼은 계속 진화하고, 유크스의 노하우가 더욱 더 발전한다면 언젠가는 정말 생중계와 같은 게임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 생각된다.
▲ WWE 슈퍼스타들이 더욱 더 실감나게 표현된 것이 '장관'
게임을 보고 있으면 게임 플레이 라기 보다는 게임 구성 측면에서는 조율이 상당히 이루어졌다는 느낌이다. '더 락'이나 '스톤콜드' 같은 인지도 높은 선수들이 빠져나간 가운데, 예년에 비해 빈약한 로스터를 가지고 가야하다 보니, 2007이나 2008과 같은 백화점식 구성 보다는 인기 높은 모드 위주로 게임이 재편성된 편이다.
표지에 얼굴을 비춘 트리플 H와 숀 마이클스 외에도 '하디 보이스' 등이 나와 태그팀의 볼륨이 매우 클 것 처럼 느껴지지만, 아직은 이 부분까지 커버하기에는 기술개발이 못 미치는 느낌이다. 사실 실제 WWE 리그 중계를 봐도, 이 두 태그팀을 빼면 새로운 얼굴들만 가득해 감정을 캐릭터에 실어 적응하기 어려운 편. 때문에 뭔가 허전한 감은 없지 않다. WWE 자체의 기복이 게임에 그대로 이입된다.
최근 빈약해진 WWE 로스터를 감안하자면 게이머의 참여가 필요한 피니셔 메이킹이나 멀티 플레이를 비롯해 다운로드 컨텐츠 등을 전진배치한 것이 조금은 이해가는 측면이 있다. WWE와 명운을 함께하는 게임이라, 현실세계의 영향이 좀 크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각본가들이 신경쓰는 선수가 뻔하다보니, '로드 투 레슬매이나'도 뻔해진 감. 대신 하드웨어에 게임이 적응되어간다는 점은 명확히 느낄 수 있다.
▲ '악역' 캐릭터들로 링을 정복해 나가는 쾌감이 매력적.
15세이용가 / 평점 : 8점(10점 만점)
[기사제공 :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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